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기생충’, 수치상 제쳤지만…언급만으로 영광”[인터뷰②]

  • 김미지
  • 기사입력:2025.07.15 09:00:40
  • 최종수정:2025.07.15 09:00:40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사진|(주)모팩스튜디오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사진|(주)모팩스튜디오

([인터뷰①에 이어]) ‘킹 오브 킹스’는 북미에서 누적 수익 6,030만 달러(한화 약 820억)를 돌파하며 ‘기생충’을 제치고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에 오른 K-애니메이션이다.

특히 이 작품은 360억원의 실질 제작비를 100% 국내 순수 자본으로 채운 것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도 투자 제안을 받았다는 장성호 감독이 ‘순수 국내 자본’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서 일을 해보다보니 그들의 제작 시스템을 잘 알았어요. 투자자가 갑이고, 모든 권리를 그들이 행사해요. 프로듀서도 파견하고 A부터 Z까지 다 관리하죠. 창작에 간섭도 분명히 들어오고요. 고민 끝에 저작권도 지키고 간섭 받지 않아야한다는 생각에 미국 투자를 포기하고 국내 투자만 받기로 결정을 했어요.”

그런 ‘킹 오브 킹스’는 국내 개봉을 앞두고 “북미에서 ‘기생충’을 제친 한국 영화”라는 타이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해당 타이틀에 대해 장성호 감독은 “언급해서 비교되는 기사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히 영광”이라고 이야기했다.

“수치상으로는 제쳤다고 나오기는 하나, 작품성이나 연출력 등 여러 면의 성과를 비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성향과 성격이 아예 다른 작품이니까요.”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사진|(주)모팩스튜디오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사진|(주)모팩스튜디오

북미에서는 흥행 돌풍을 일으켰지만, 고향인 한국 극장에서의 흥행은 미지수다. 장 감독 역시 “미국 개봉은 담담했는데, 한국 개봉은 복잡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애니메이션은 메이저 스튜디오 작품 말고는 다 작은 사이즈고, 대부분 어린이들 대상으로 제한적인 관객적 수요를 예상하는 작품들이거든요. 미국에서는 와이드 릴리즈를 통해 성과를 냈는데, 한국에서는 극장 체인들도 감을 못 잡더라고요. K-콘텐츠라기엔 소재가 그렇지 않고, 그냥 애니메이션이나 종교 콘텐츠로 치부할 수도 없는 작품인 거죠.”

장 감독은 한국에서의 개봉에 대해서도 “저 또한 잘 모르겠다”며 “기대 반, 걱정 반”이라는 털어놨다.

VFX(시각 효과) 분야 1세대인 장성호 감독은 영화 감독으로는 ‘킹 오브 킹스’이 데뷔작이다. 실사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실사 영화에서는 변별력이 클까?’ 라고 냉정히 생각해봤을 때,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박찬욱, 봉준호 감독일 수 없는 거죠. 실사 영화면 저항감이 클 것 같았어요. 그런데 조금 오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거든요. 사람들이 반 이상은 수긍할 것도 같았고요.”

전체등급가로 예수의 생애를 조명하다보니, 성경 속 잔인하게 묘사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장 감독은 “어린아이들이 보기에 어렵지 않고, 그러나 어른들이 보기에도 단순하거나 유치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세웠다.

“남녀노소 어느 연령이나 충분히 즐길 수 있고 감동을 받아야한다는 목표였거든요. 예수님의 핵심 메시지를 ‘사랑’이라는 키워드라고 생각했고, 그 느낌을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고난을 당하는 직접적인 묘사는 하지 않았고요. 심의등급기관에서 30년간 일하고 은퇴하신 전문가를 섭외해서 미리 확인을 받기도 했어요.”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사진|(주)모팩스튜디오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사진|(주)모팩스튜디오

데뷔작으로 큰 성과를 낸 장성호 감독은 차기작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은 (차기작을 생각할)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애니메이션에 대한 강한 자부심은 드러냈다.

“미국에서 할리우드 퀄리티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건 이제껏 미국밖에 없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킹 오브 킹스’가 엄청난 상황을 만든 거예요. 자화자찬처럼 들리시겠지만, 이것이 제가 애니메이션을 계속 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애니메이션으로) 할리우드 단계 입성이 너무 어려웠는데, 그 ‘게이트 오픈’을 이뤄낸 거거든요. 실사 영화도 잘 만들 자신은 있지만 이 상황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좀 더 만들어나가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장성호 감독은 한국에서의 ‘킹 오브 킹스’ 스코어로 기독교를 다룬 영화 ‘Son of God(선 오브 갓)’의 32만명과 ‘The Passion Of Christ(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250만 관객 사이를 예측했다.

“극장 관객들이 이전과는 달리 크게 줄었잖아요. 낙관할 수는 없는 현실인 것 같은데, 그 또한 알 수는 없지 않을까요?”

할리우드 퀄리티로 예수의 생애를 다룬 K-애니메이션이 한국 극장에 상륙한다. 무려 10년 간의 제작 기간에 걸쳐 완성된 작품이다. 북미 흥행에 이어 고향에서도 남녀노소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김미지 스타투데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