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은 공통점이 또 있다. 누구도 피해를 책임져주지 않고 결국 혼자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국가도, 수사기관도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지원 제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득 기준 등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맞추기가 쉽지 않다. 특히 현 지원 체계는 보이스피싱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신종 다중사기 피해자는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금융기관도 팔짱만 끼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금융 시스템이 사기 감지에 실패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다. 피해자가 법적 대응에 나서면 금융기관은 항소로 맞대응한다. 국가가 내 재산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분노와 허탈감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특히 다중사기 범죄는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맞춤형 사기'가 판을 치면서 누구도 피싱 범죄에서 안전하지 못한 세상이 됐다. 이제 다중사기 범죄는 재해 수준의 사회적 위협이 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단속과 수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예방과 피해 회복까지 아우르는 입체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보이스피싱 등 민생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번 '보이스피싱과의 전쟁' 선포는 단순한 범죄 대응을 넘어 국가가 책임을 인식하고 중심에 서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반짝 정책'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의 삶을 구조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더 이상 피해자가 홀로 고통과 눈물을 감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것이 최소한의 기준이자 출발점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수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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