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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시간 몇 년 안남았다”는 넥슨...텐센트 인수설이 섬뜩한 이유 [기자24시]

  • 정호준
  • 기사입력:2025.06.26 13:54:02
  • 최종수정:2025-06-26 13: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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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판교의 넥슨코리아 본사 [매경DB]
경기 판교의 넥슨코리아 본사 [매경DB]

“게임 산업은 정체에 빠졌다. 우리에게 기회의 시간은 몇 년 남지 않았다.”

박용현 넥슨코리아 부사장이 6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넥슨의 개발자 행사 연설에서 거듭 강조한 말이다. 자타 공인 한국 1위이자 지난해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 매출 4조원 기록을 쓴 넥슨에서 나온 말이기에 더 뼈아프고 냉정한 경고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한국 게임이 두각을 보이던 모바일 분야의 주도권은 이제 숏폼 콘텐츠에 넘어갔다. 신작 개발을 위한 제작비 부담은 매년 커지고 있고, 글로벌 게임 강자들의 장벽은 여전히 넘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넥슨이지만, 게임 업계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개발한 유비소프트는 연이은 흥행 실패에 조직 규모를 대폭 축소했고, 결국 지분 일부를 중국 텐센트에 넘겼다.

지난주 게임 업계를 뒤흔들었던 텐센트의 넥슨 인수설이 더 섬뜩하게 다가오는 배경이다. 텐센트는 인수설을 부인했지만, 텐센트가 넥슨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긴장감은 여전하다.

위기를 못 견디고 넥슨마저 휘청거리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인수 시나리오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그땐 ‘한국은 게임 강국’이라는 위상은 영원히 과거에 남게 될 것이다.

한국 게임 산업의 돌파구는 역설적으로 ‘K게임’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한국 게임의 특성으로 지목되는 악습을 깨야 한다. 극악의 확률형 아이템을 통한 과금 유도, 과금이 곧 우위로 이어지는 페이투윈(P2W) 요소가 그것들이다. 독창성과 창의성은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에 갇혀 있는 동안 한국이 ‘베끼기나 잘한다’고 내려다보던 중국 게임사의 실력은 이제 한국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 게임’이라서 즐기는 이용자는 없다. 재미있는지를 볼 뿐이다. 한국 게임이 회복해야 할 방향성이 여기에 있다.

우물 안에 만족하며 서서히 잠식될 것인가,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로 헤엄쳐나갈 것인가. 한국 게임 산업은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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