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들에게 "나는 늘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때로는 평화를 위해 거칠어질 필요가 있다"며 매파적 뉘앙스를 흘린 것. 하지만 언론은 이보다 "2주일이 내가 이란에 줄 수 있는 최대치"라는 말을 비중 있게 조명했다.
세상은 트럼프를 예측 불가능하다고 규정하지만 매초 쌓이는 그의 말과 행동은 가시성을 키우고 있다. 이란 공습의 경우 이를 해석하는 언론이 과거 미국 대통령의 정제·함축된 화법과 기존 미국의 외교 전략에 익숙해 트럼프가 준 힌트를 간과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때 '리야드 연설'로 주목받았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영원한 적'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금 미국의 가장 가까운 친구도 과거 미국과 전쟁을 벌인 국가임을 환기한다. 그의 머릿속에 어제 벙커버스터 14기로 공격한 이란은 내일 미국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달 이슬람 테러 조직을 이끌었던 이력을 보유한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화끈하게 대시리아 경제 제재를 해제했다.
지난 1기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연상시키는 흐름이다.
트럼프는 카타르로부터 보잉 항공기를 넙죽 선물로 받고 전쟁 피해국인 우크라이나에서 광물 협정문을 받는 등 상식 파괴의 리더다. 이런 유형의 리더십은 기존 우리의 고정관념에 무모하고 어리석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예측 불가능한 정책 결정자로 치부해선 안 된다.
중동의 먼지가 걷히면 트럼프는 바로 한반도를 주시할 것이다. 지도자가 바뀌지 않아 축적된 '트럼프 경험'을 가진 북한과 달리 한국의 새 정부는 집중적인 탐구와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
영원한 적은 없다고 말하는 트럼프와의 첫 만남에서 한국의 새 리더가 '피로 맺은 동맹'부터 읊조린다면 트럼프는 그를 감성이 풍부하지만 학습은 덜된 인물로 낮춰 볼 것이다.
[이재철 글로벌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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