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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의회 폭동을 야기했다. 그런데 지난해 대선에서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고 권좌에 앉았다. 복귀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 참가자들을 대거 사면했다.
한국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비상계엄을 일으켰다가 탄핵소추돼 준엄한 법의 심판대 위에 섰다. 이 과정에서 초유의 법원 습격 사태가 터졌다.
그런데 평행이론 같은 두 대통령의 서사 구조에서 작은 반전이 있다.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라는 등장인물이다.
트럼프 1기 합참의장에 오른 밀리 전 의장은 자신의 보스가 2020년 11월 대선 직전 그리고 2021년 1월 의회 폭동사태 당시 불안한 상태를 보이자 중국 합참의장과 통화했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중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오판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비화를 공개한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출신인 밥 우드워드에 따르면 밀리는 당시 트럼프가 대선 직후 정신적으로 심각한 붕괴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술했다. 한국의 국방부 장관은 불안한 보스의 오판을 견제하기는커녕 계엄 포고령 초안 작성을 주도했다.
자신을 배신한 밀리 전 의장이 얼마나 미웠을까.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방부 청사에 걸린 밀리 전 의장의 초상화를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한 걸음 후퇴할지언정 두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시민적 믿음과 함께 정부를 구성하는 관료집단에 건강한 상식과 봉사의식이 터 잡아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을 보좌하는 관료집단 사고력에서 두 나라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고비의 순간에서 국민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관료집단의 상식은 작은 차이 같지만 국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한국의 계엄 사건이 이를 세계에 확인시키고 있다.
[이재철 글로벌경제부 hummi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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