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열린 국제우주대회에서
ESA와 우주항공청 파트너십 맺어
심우주 안테나 공동으로 사용하고
우주기상예보 연구도 함께 하기로
“유럽우주국(ESA)과 협력하는 것만으로도 23개 회원국들과 공동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우주는 결코 혼자서 할 수 없어요. 우주 기상, 위성항법시스템, 심우주 탐사, 차세대 통신 등 한국과 협력할 사안이 무궁무진합니다.”
요제프 아쉬바허 ESA 사무총장은 최근 호주 시드니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지금은 유럽과 한국 우주개발에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며 “이달 초 열린 국제우주대회(IAC)에서 ESA와 한국 우주항공청(KASA)이 우주통신 시설을 공유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공개했다. 유럽 전체의 우주개발을 이끄는 ESA의 수장이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과 ESA는 앞으로 상대 기관의 지상국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지상국은 위성을 관제, 운용하는 시설이다. 위성에 각종 명령이나 프로그램을 송신하며 위성을 조정하고 위성의 상태를 파악한다.
협력의 핵심은 지상국의 ‘심(深)우주 안테나’다. 이 안테나는 지구에서 수십만 km 떨어진 곳에서 지구와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거대 우주관측 장비다. ESA는 3개의 심우주 안테나를 갖고 있다. 한국도 여주에 1개를 보유 중이다.
아쉬바허 사무총장은 “지리적 환경이나 사용량 폭증으로 인해 보유시설을 사용할 수 없을 경우, 그 공백을 메우고 서로의 백업 역할을 해주게 된다”며 “ESA와 KASA는 우주 통신시설 공유를 시작으로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기관은 우주 기상 관측 및 역량개발에 대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아쉬바허 사무총장은 “ESA는 2030년대 우주기상 관측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두 기관 간 협력은 태양 활동과 우주 기상 예보 연구를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위치·항법·시간(PNT) 정보 분야 협력도 추진한다. PNT는 위치(Positioning), 항법(Navigation), 시각(Timing)을 뜻한다. 미국의 위성항법시스템(GPS)이나 ESA의 ‘갈릴레오’가 여기에 속한다. 아쉬바허 사무총장은 “ESA는 GPS보다 더 정확한 갈릴레오를 보유 중인데, 1000km 미만의 고도의 지구 저궤도(LEO) 위성을 활용해 갈릴레오를 더욱 발전시키고 향상시키려 하고 있다”며 “한국이 이 프로젝트 참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한국과 유럽 간 연대가 국내 우주산업의 유럽 진출의 물꼬를 트는 것은 물론, 우주 과학기술력을 끌어 올리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일변도의 우주외교 방침에서 벗어나 또다른 협력 파트너가 생기는 셈이다.
아쉬바허 사무총장은 2000년 ESA에서 근무를 시작해 지난 2021년 수장직에 올랐다. 1번의 임기연장으로 2029년 3월까지 직책을 맡을 예정이다. 그는 “ESA와의 협력에 대한 한국의 강력한 의지와 우주에 대한 강한 야망을 확인했다”며 “제도적인 틀을 마련해 협력을 더욱 체계적인 방식으로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1975년 설립된 ESA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인류 우주개발의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우주 선진국들을 회원국으로, 우주발사체인 아리안 시리즈와 화성·목성 등 행성 탐사선, 세계 최대 지구관측 프로젝트인 ‘코페르니쿠스’ 등의 세계 선도 연구를 수행해왔다.
ESA는 그간 전 세계 우주개발기구들과 협력해왔다. NASA와는 천문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개발로 꼽히는 허블우주망원경 등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JAXA)와는 수성탐사선 등을, 러시아국영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와는 화성 탐사선 등을 개발했다.
아쉬바허 사무총장은 “이전 사례들이 증명해주듯 유럽과 한국의 연대는 상호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드니 고재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