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韓 연구팀 암흑물질 28년 난제 풀어...“노벨상 수상 단초될 것”

1998년 이탈리아 연구팀이 찾은 ‘다마 실험 신호’ 암흑물질 증거인지 아닌 지 놓고 28년간 갑론을박 IBS 지하실험연구단 “암흑물질 증거 아니다” 규명

  • 고재원
  • 기사입력:2025.09.04 14:18:01
  • 최종수정:2025.09.04 14:18: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1998년 이탈리아 연구팀이 찾은 ‘다마 실험 신호’
암흑물질 증거인지 아닌 지 놓고 28년간 갑론을박
IBS 지하실험연구단 “암흑물질 증거 아니다” 규명
암흑물질의 흔적을 포착하는 코사인-100 검출기.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암흑물질의 흔적을 포착하는 코사인-100 검출기. [사진=기초과학연구원]

국내 연구팀이 28년 간 이어진 ‘암흑물질 논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1998년 이탈리아 연구팀이 암흑물질의 신호라고 지목했던 ‘다마 실험 신호’가 암흑물질이 아님을 최종 입증한 것이다. 노벨상 수상의 단초가 될 만큼 혁신적 연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이 이끄는 ‘코사인-100’ 국제 공동연구팀은 4일 이탈리아 다마 실험이 포착한 신호가 암흑물질의 증거가 아님을 입증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했다.

암흑물질의 구성 성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질량을 가진 기본입자들(WIMP)로 구성됐다는 이론이 있다. 윔프는 전자나 양성자보다 훨씬 무겁지만, 빛이나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 검출이 어렵다.

아무 드물게 물질 속 원자핵과 충돌해 생긴 극히 미약한 섬광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검출기로 포착할 수 있다. 이탈리아 연구팀은 앞서 이 신호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어떤 실험에서도 같은 신호가 재현되지 않으면서 이것이 암흑물질의 결정적 증거인지 혹은 실험적 오류인지는 세계 물리학계의 오랜 난제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미국과 영국 등 5개국 19개 기관과 함께 이 난제를 풀기 위해 2016년 강원도 양양 지하 700m에서 코사인-100 실험을 시작했다. 지하 깊은 곳에서 실험을 한 것은 ‘우주선(Cosmic Rays)’ 등 배경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연구팀은 2023년까지 6년 간 넘게 수집한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코사인-100 실험에서 다마가 주장한 암흑물질 신호가 포착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신뢰도 99.7% 수준에서 이탈리아 연구팀의 주장을 반박하는 결과”라며 “다마가 주장한 신호는 암흑물질에 의한 것이 아니며, 동일한 실험 조건에서 재현될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서 2018년 네이처에 “다마팀과 유사한 방식으로 실험했으나 신호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와 관련 “이번 연구는 에너지 측정 방식을 다마와 동일하게 적용해 정밀도를 극대화했다는 게 과거와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교차검증도 실시했다. 경쟁 연구팀 중 하나인 스페인 아나이스(ANAIS)-112 실험팀과 공동 연구를 수행했는데, 같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는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정선에 새로 구축된 지하 1000m 깊이의 실험실 ‘예미랩’으로 옮겨 암흑물질 관측 관련 추가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 과학계 관계자는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다마 신호가 무엇이었는지 밝혀낸다면 노벨상 수상도 점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을 주도한 이현수 IBS 지하실험연구단 부단장은 “수년간의 노력 끝에 한국이 주도한 실험으로 세계 물리학계의 오랜 난제에 답을 제시할 수 있어 기쁘다”며 “특히 두 독립적인 실험이 같은 결론에 도달한 이번 공동연구는 교차 검증의 성공 사례”라고 강조했다.

<용어> 암흑물질
우주 전체 질량·에너지의 약 27%를 차지하는 미지의 물질. 인류는 아직 그 정체를 밝히지 못했는데, 전문가들은 암흑 물질이 우주에 풍부하고 전체 구조와 진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한국 암흑물질 탐색의 출발점, 양양 지하실험실(Y2L). [사진=기초과학연구원]
한국 암흑물질 탐색의 출발점, 양양 지하실험실(Y2L).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이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 부단장.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이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 부단장. [사진=기초과학연구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