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실험 중...FDA 승인 못 받아
“사람 대상으로는 갈 길 멀어”
![뉴럴링크가 2021년 원숭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뇌에 컴퓨터 칩을 심은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공을 받는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뉴럴링크 유튜브 갈무리]](https://wimg.mk.co.kr/news/cms/202508/15/news-p.v1.20250803.eaf9601c4b714d4caffaf520bbc50ccf_P1.png)
백세범 카이스트 교수와 이대열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제안한 ‘뇌내현실’은 뇌과학 분야에서 가장 어렵고 도전적인 주제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직접 뇌의 전기신호를 읽고 해석하는 뇌공학자들은 “뇌내현실 기술이 아직은 SF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말한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치고 나가는 회사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다. 뉴럴링크 홈페이지에는 회사의 목표가 “사람들의 자율성을 회복시키고 인간의 잠재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적혀 있다.
머스크는 인간의 뇌에 칩을 삽입해 슈퍼 인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2016년에 뉴럴링크를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고, 현실이 될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뉴럴링크는 필요한 기술들을 직접 개발해가며 선봉에 섰다. 지금은 12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고, 기업 가치도 90억 달러(약 12조 5000억 원)를 넘어섰다.
뉴럴링크는 사람의 뇌에 직접 칩을 삽입하는 침습적 방식을 사용한다. 머리에 헬멧을 쓰거나 전극을 붙이는 비침습적 방식은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 침습적 방식은 정확하지만 아직 안전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칩은 몸 안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아직 뉴럴링크가 공개한 사례는 10건 미만이라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염증 문제를 해결해도 큰 장애물이 있다. 뇌파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같은 행동을 해도(혹은 자극을 받아도) 만들어지는 뇌파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오른팔을 움직일 때 사람의 뇌에서는 어느 정도 보편적인 뇌파가 관측되지만, 측정 위치나 위상, 높낮이는 약간의 개인차가 있다.
국내 최초로 이 분야를 연구하고 ‘뉴럴링크’라는 책을 쓰기도 한 임창환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는 뇌내현실 기술에 대해 “아직 실현가능성을 따지기에는 이른 기술”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우리가 해석하지 못하는 뇌파 신호가 더 많다”며 “뇌와 감각·운동 기관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제대로 알려면 한참 멀었다”고 했다.
지금 기술 수준으로는, 뇌의 시각 피질을 자극하면 구체적인 물체가 보이는 게 아니라 번쩍이는 섬광이 느껴지는 정도다. 흑백과 대략적인 모양 정도만 재현할 수 있을 뿐, 뇌내현실의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임 교수는 “최근 FDA 허가를 받아 임상실험을 한 사례가 있는데, 피실험자들이 간질 발작을 일으켜 다 실패했다”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주로 진행됐다. 뉴럴링크는 2021년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한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게임을 하는 연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임 교수는 “지식 업로딩 같은 고차원적 기술은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고 이 분야가 너무 흥미 위주로 흘러가 버리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다”면서도 “장애를 극복하는 기술은 머지않아 기대할 만하다”고 했다.
뉴럴링크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보고서에서 “2031년까지 연간 2만 명에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칩을 이식해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뉴럴링크는 3개의 칩을 출시할 계획인데, 이 중 두 가지가 의료용이다. ‘블라인드사이트’라는 칩은 시각 장애인의 시력 회복이 목적이고, ‘딥’ 칩은 파킨슨병 치료용이다.
다만 미국 규제 당국은 아직 뉴럴링크 제품을 승인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23년 뉴럴링크의 임상시험을 승인했고, 현재 뉴럴링크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FDA는 뉴럴링크의 공동 창립자인 벤저민 라포포트가 창립한 스타트업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을 지난 4월 승인했다. 1024개의 전극으로 뇌 표면의 전기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장치로, 최대 30일간 환자에게 이식이 가능해졌다. FDA가 해당 분야에서 승인한 최초의 사례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