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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조 가치 구글 크롬, 48조에 살게”...창립 3년 스타트업이 꾸는 거대한 꿈

피차이 구글 CEO에 서한 보내 자기 몸값 2배 걸고 통 큰 제안 크롬 검색창에 AI 연결하면 인터넷 열자마자 AI검색 가능 인공지능 대중화 앞당겨 AI 학습용 데이터 확보도 유리 트래픽 이용해 광고 수익 확대

  • 원호섭
  • 기사입력:2025.08.14 08:09:36
  • 최종수정:2025-08-14 09: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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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차이 구글 CEO에 서한 보내
자기 몸값 2배 걸고 통 큰 제안

크롬 검색창에 AI 연결하면
인터넷 열자마자 AI검색 가능
인공지능 대중화 앞당겨

AI 학습용 데이터 확보도 유리
트래픽 이용해 광고 수익 확대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가 구글의 웹 브라우저 ‘크롬’ 인수를 위해 345억달러(약 47조원)를 제안했다. 퍼플렉시티 기업 가치(약 180억달러)의 2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미국 법무부(DOJ)의 반독점 시정 조치 가능성을 겨냥한 과감한 승부수다. 미 법무부의 독점금지 소송으로 구글의 크롬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오픈AI·야후 등도 인수 의향을 내비치며 차세대 인터넷 접점이 될 브라우저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퍼플렉시티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법원이 크롬 매각을 명령할 경우 이를 인수하겠다”며 “공익 차원에서 크롬을 유능하고 독립적인 운영자에게 맡기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구글이 이동통신사·디바이스 제조사와 배타적 계약을 맺어 검색 시장 독점 지위를 강화했다는 연방법원 판결에 따라 크롬 강제 매각과 애플 등 기기 제조사에 대한 금전 제공 금지, 검색 데이터 경쟁사 공유 등을 포함한 강도 높은 시정 조치를 법원에 제안했다. 구글은 이에 항소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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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은 7월 기준 글로벌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이 67.9%에 달하는 압도적 1위 사업자다. 글로벌 사용자 수가 35억명이 넘는다. 브라우저는 단순한 탐색 도구를 넘어,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검색·추천·거래까지 수행하는 핵심 인터페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브라우저를 장악하면 방대한 실사용 데이터와 AI 서비스 배포 채널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오픈AI 등 AI 기업들이 인수를 추진 중이거나 저울질하고 있다.

퍼플렉시티는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와 자체 AI 브라우저 ‘코멧’을 운영 중이다. 크롬을 인수한다면 전 세계 수십억 사용자 환경에 AI 검색·추천 기능을 즉시 통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기업과 경쟁 구도를 단숨에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픈AI 역시 크롬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 크롬을 인수한다면 기본 검색창에 오픈AI가 바로 연결돼 사용자들이 검색할 때 자동으로 오픈AI 서비스를 쓰게 만들 수 있다. 챗GPT 사용자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닉 털리 오픈AI 제품총괄은 지난 4월 구글 반독점 재판에서 “크롬이 매각되면 인수 의향이 있다”고 밝히며, 브라우저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AI 배포와 데이터 접근에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오픈AI는 수십억 명의 사용자 행동 데이터와 대규모 온라인 콘텐츠를 GPT 모델 학습·개선에 활용할 수 있어, 챗봇 성능 향상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브라이언 프로보스트 야후 검색총괄도 “크롬은 웹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라며 “인수 시 검색 시장 점유율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크롬의 시장 가치는 5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퍼플렉시티가 단독으로 자금을 조달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퍼플렉시티의 현금 잔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8억5000만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퍼플렉시티는 “복수의 대형 투자자가 자금을 댈 수 있다”고 밝혔지만, 명단과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크롬을 실제로 매각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크롬은 구글 검색·AI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료수집과 서비스 배포에 필수적인 자산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매각 방안을 “극단적 조치”라 규정하며 혁신 저해·보안 우려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크롬을 구글 서비스에서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매우 복잡할 뿐 아니라 구글이 판결에 불복해 장기 법정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 당장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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