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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큐레이션 시대 … 뉴스도 음악으로 들려준다

주요 뉴스 선별해 음성 변환
딱딱한 글은 팟캐스트로 쉽게
장문의 글 이미지 1장으로 요약
외국어 동영상은 한글 문서로
원하는 내용을 원하는 형식으로
"AI, 초개인화 콘텐츠 기획자"

  • 김대기
  • 기사입력:2025.07.02 17:51:05
  • 최종수정:2025.07.02 17: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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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음악 스타트업 칠로엔의 조성인 대표는 매일 아침 생성형 AI 서비스 '퍼플렉시티'로 하루를 시작한다. 프롬프트에 '조간 뉴스 10꼭지를 뽑아줘'라고 입력하면 퍼플렉시티가 조 대표의 관심사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매겨 기사마다 제목과 함께 세 줄짜리 부연 설명을 제시한다. 그는 음성 변환 기능(TTS)을 통해 요약된 뉴스를 들으며 커피를 마신다.

최근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이 생긴 그는 조간 뉴스에 관련 내용이 나오자 곧바로 또 다른 생성형 AI 서비스인 '노트북LM'을 열었다. 소스 검색창에 '스테이블코인의 개념과 한국은행이 경고에 나선 이유에 대해 알려줘'라고 입력한 뒤 잠시 기다리자 7분 분량의 AI 오디오 브리핑 파일이 생성됐다. 마치 경제 전문가들이 라디오 패널로 등장해 해설하듯 자연스럽고 체계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노트북LM은 두 명의 화자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팟캐스트 방식의 녹음 파일도 만들어준다.

조 대표는 음악 스타트업 대표답게 요약한 뉴스를 '수노AI(suno AI)'를 통해 음악으로 만들어 운동할 때 듣는다. 원하는 음악 스타일을 지정하면 AI가 작곡한 음악에 뉴스 내용을 붙여준다. 조 대표는 "많은 양의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필요에 따라 선별된 정보를 깊이 있게 학습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생성형 AI 서비스의 발전으로 콘텐츠 소비 패턴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바쁜 일상을 보내는 스타트업 창업가와 전문직 종사자, 직장인 사이에선 AI가 포문을 연 '초개인화 콘텐츠 큐레이션'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AI가 스스로 사용자의 관심사를 파악한 뒤 흩어져 있는 알짜 정보들을 모아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콘텐츠를 재가공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보를 텍스트 요약 수준으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 오디오 강연, 음악, 마인드맵, 시각화 이미지 등 사용자 맞춤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글이 선보인 AI 기반 문서 분석 도구인 노트북LM은 전문가 토론 형식의 구조화된 브리핑을 생성해 정보의 맥락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용자가 학습하고 싶은 콘텐츠를 파일 형태로 업로드하면 AI가 오디오 강연과 정보 타임라인, 심지어 마인드맵까지 제공한다. 생소한 주제라도 노트북LM을 활용하면 전반적인 흐름과 개념을 잡기에는 무리가 없다.

AI 기반 법·규제·정책 모니터링 스타트업 코딧의 정지은 대표는 '릴리스AI'와 '냅킨AI'를 자주 활용하고 있다. 릴리스AI는 유튜브, 블로그, PDF 등 긴 영상이나 장문의 콘텐츠를 핵심 내용만 텍스트로 추려 보여주는 AI 기반 요약 서비스다. 냅킨AI는 복잡한 내용의 글을 이미지 한 장으로 정리해주는 시각화 도구다. 정 대표는 "각종 산업 정책과 법안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빠르게 파악하고 시각화한 다음 추후에라도 다시 찾아볼 수 있도록 해당 이미지를 '노션AI'에 따로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계사 출신 전업 투자자인 정민규 씨는 AI 마인드맵 서비스 '윔시컬'과 퍼플렉시티를 활용해 투자 일지를 정리하고 기업 재무제표를 분석한다. 그는 평소 금융 분야 기사와 기업 리포트를 퍼플렉시티에 입력해 요약본을 먼저 확인한 뒤 관심 있는 내용에 대해선 전문가와 함께 AI가 달아놓은 부연 분석을 꼼꼼히 읽고 있다. 추세 분석과 투자 전략의 사고 확장에는 윔시컬을 이용한다. 정씨는 "윔시컬로 투자 인사이트를 흐름도처럼 만들어두니 복기하기 훨씬 쉽고 유사한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데 용이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초개인화 AI 콘텐츠 확산 추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미디어와 블로그, 포털 등 정보 제공자가 정해진 형식으로 공급한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했지만, 이제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활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형태로 다양하게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 스스로가 AI를 통해 콘텐츠 기획자이자 큐레이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AI 콘텐츠 플랫폼 '업힐'을 운영하는 더플레이의 강범준 대표는 "AI 도구가 사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콘텐츠를 추천하고 편집해주는 '맞춤형 브레인'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를 넘어 '지식 활용의 구조' 자체도 바뀌고 있는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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