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코리아 플랫폼본부 플랫폼전략실 넥슨스탯팀의 강동섭 UX분석가와 넥슨 프로젝트 EL의 김윤경 캐릭터 모델러는 26일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025’에서 ‘소름은 끼치게, 상처는 남지 않게 - 공포 게임의 ‘진짜’ 재미를 찾아서’ 강연을 통해 공포 게임 개발에서 참고할 주안점에 대해 소개했다. 단순히 자극적이고 공포감만 조성하는 것이 아닌 이용자에게 몰입과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강 분석가는 이날 강연에서 공포 게임의 재미를 생각하면 귀신이나 좀비, 오싹오싹한 소리가 생각나지만 과연 그것이 진짜 재미일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며 운을 뗐다. 실제 초기 공포 게임은 탑뷰 위주였고 단순한 구조였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자극적이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러나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기술이 발전하고 시청각적 효과가 매우 뛰어난 게임들이 등장하게 됐다. 소리나 영상, 연출 모두 고도화되면서 매우 사실적인 공포 게임들이 등장하는 상황이다.
다만 너무 놀라게 하거나 자극적인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기만 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일례로 공포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특정 게임을 15시간 동안 플레이하고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내용의 논문도 있다고 한다. 그는 이 때문에 잘 만든 공포 게임은 자극적이기만 한 게임이 아닌 몰입과 재미로 기억될 수 있는 게임이 잘 만든 공포 게임이라는 판단 아래 이번 강연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는 공포를 느끼는 뇌의 작동 원리부터 설명했다. 우선 공포 자극을 받았을 때 제일 먼저 활성화되는 일종의 경보 시스템 역할을 하는 편도체, 잔인하거나 혐오감이 느껴질 때 활성화되는 섬엽이다. 이는 무서운 것을 볼때의 자극과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장면을 봤을 때의 자극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두 자극에 도무 반응하는 기관이 있다. 흔히 이성적인 판단에 관여한다고 알고 있는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공포 반응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자극을 받으면 생존 욕구가 발생해 혈류가 뇌가 아니라 근육 조직으로 가고 이에 따라 공포 반응을 조절하고 억제하기 위한 혈류가 줄어들면서 정상적인 사고 판단이 안되게 된다고 한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고 난 이후 피곤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다음 기관은 측좌핵이다. ‘도파민’과 관련된 기관으로 측좌핵과 전두엽이 연결되는 보상 회로에서 도파민이 나온다. 도파민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중독성이 매우 강하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뇌에게 준다. 결국 우리의 뇌는 편도체와 섬엽을 통해 공포스러움과 두려움을 느끼고 이성적인 판단과 감정 조절은 전두엽, 공포 게임을 했을때의 보상 심리나 좋아하게 되는 원리는 측좌핵과 도파민과 관련된 셈이다.
다시 공포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는 세 가지로 구분된다. 아드레날린 중독자형, 화이트 너클형, 다크 코퍼형이다. 아드레날린 중독자형은 자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화이트 너클형과 다크 코퍼형은 둘다 기본적으로 공포 게임을 하면서 ‘무섭지만 해냈어’라는 본인 내면의 성장에 관심이 있는 그룹이다. 차이점은 화이트 너클형은 공포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는 점이고 다크 코퍼형은 아드레날린 중독자형과 화이트 너클형이 적절히 섞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공포 게임 마니아들이 공포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도 세가지 특징으로 분석했다. 뛰어난 자극 해석 능력, 감각 추구 성향, 통제감이다. 일반인에 비해 자극의 원인을 파악하는 인지력이 뛰어나고 내면의 성장이든 단순한 자극을 위해서든 다른 이들에 비해 감각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 공포에 빠졌을대 본인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다만 여기 주의할 것은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해도 계속 자극을 주는 것은 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한다. 공포와 재미는 역U자형 곡선 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자극이 올라갈수록 재미가 점점 증가하지만 인계점을 넘었으면 재미는 감소하기 시작한다. 너무 강한 공포와 자극을 주는 것이 곧 재미로 직결되는 명제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필요한 것이 골디락스 영역 발견이다. 골디락스 영역은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은 딱 적절한 난이도와 수준을 의미한다.
그는 이런 골디락스 영역에 대한 고민을 3가지 관점에서 설명했다. 공포 리듬 설계와 긴장-완화 단계에서의 재미, 공포 크리처 제작 및 연출이다.
우선 공포 리듬 설계 측면에서는 공포감을 부여할 ‘점프 스케어’를 15분에서 20분 간격으로 배치할 것, ‘점프 스케어’의 유지 시간은 3분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이는 공포 자극을 받았을 때의 전두엽이 다시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기위해 필요한 회복 시간이 15분에서 20분 정도이기 때문이다. 회복이 덜된 상황에서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한다. 또 지속 시간이 3분을 넘어가면 공포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감각 활성화가 높지 않고 일부 공포에 적응을 잘 못하는 이용자는 편도체나 전두엽이 탈진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점프 스케어’ 외에 긴장과 완화 단계에서 활용할 장치는 없을까. 그는 시점, 사운드, 인터랙션 3가지 요소를 소개했다. 시점의 경우 공포 게임 숙련자라면 1인칭 상태에서 좀 더 재미와 긴장감을 느끼고 비숙련자는 영화와 같은 반응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더 다양한 재미를 추구한다면 다양한 시점을 제공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사운드의 경우 정적을 이용하거나 예상치 못한 음악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익숙한 곳에서 안정을 느끼는 심리를 이용해 변화를 느끼는 편도체에 경보를 울리는 방식이다. 가령 으스스한 음악이 예상될 때 익숙한 선율이 예상치 못한 악기로 연주된다면 뇌가 긴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터랙션도 한가지 방법이다. 가령 몬스터에게 추격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퀵타임 이벤트가 발생한다면 뇌에 가해지는 부하는 더 커지고 더 긴장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는 고조된 긴장감을 해소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여러 퍼즐이나 미니게임 등을 제시해 이를 풀어내면서 도파민이 발생하게 하거나 공포 상황이 끝나는 시점에 의도적인 NPC와의 대화를 삽입해 ‘NPC와 대화하니 건드리지 않겠구나’ 같은 심리 안정을 꾀할 수 있다고 추천했다.
또 사실적인 묘사를 통한 시청각 충격의 경우 사후처리가 힘들기에 경고 기능을 넣거나 아예 처음부터 제거할 수 있는 기능을 삽입하는 형태로 제작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어진 강연은 캐릭터 모델러이 김윤경 개발자가 공포 크리처 제작과 연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공포 게임의 캐릭터는 비주얼로 이용자에게 강렬한 인상과 재미를 선사하기에 첫 인상에서 그 자체만으로 위압감과 공포감을 줘야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네 가지를 소개했다. 익숙한 인체를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방법, 좀비 바이러스 감연염 등의 공포스러운 설정, 섹슈얼리티와의 결합, 강렬한 첫인상을 통한 연출 등이다.
제작 과정의 경우 세계관을 설정하고 소재를 선정한 다음에 콘셉트 아트까지 진행된 이후 모델러들이 아트풍에 맞춰서 제작하고 애니메이션과 연출을 통해서 인게임 어셋으로 구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모델러들은 아트풍에 맞는 공포스러운 외형의 모델링 제작에 가장 고민한다고 한다. 특히 무서움이라는 감정 자체가 명확한 기준이 없기에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문제다. 때로는 고민해 제작한 어셋들이 검열을 통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이용자에게 강렬한 스릴은 제공하지만 트라우마와 같은 상처는 남기지 않은 크리처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며 가이드도 제작했다고 한다.
병원이나 수술실에서 사용될 법한 차가운 조명, 과도하지 않은 신체 훼손, 신체 면적의 40~50% 수준의 피사용량, 채도가 높을수록 긴장감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한 혈색 사용 등이다.
그는 “공포 게임을 개발하고 싶은 우리 모두는 얼마나 무서운 게임을 만들었는지가 아니고 이제는 그 무서움이 이용자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는지까지 설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가능하면 그 기억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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