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중동·아프리카 겨냥
중국 인프라 조기 선점 통해 미 견제

중국 공산당이 2030년까지 인공지능(AI)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목표 아래, 기술 개발을 넘어 해외 확산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 스타트업 ‘지푸AI(Zhipu AI)’가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국가 단위 AI 솔루션’을 수출하며 ‘중국판 오픈AI 포 컨트리스(OpenAI for Countries)’ 구축에 나섰다.
오픈AI가 25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푸AI는 아세안 국가를 비롯해 UAE, 사우디아라비아, 케냐, 파키스탄 등과 손잡고 국가별 대형언어모델(LLM)을 공동 개발하거나 화웨이의 장비를 공급하는 등 다각도의 협력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UAE 두바이에는 ‘콘텐츠 안전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사우디 아람코의 ‘프로스페리티7’ 펀드가 지푸AI에 4억 달러를 투자한 사실도 확인됐다.
지푸AI는 ‘AI 호랑이’로 불리는 중국의 차세대 LLM 스타트업 중 하나다. 미국 기술 의존을 줄이고 자국 생태계를 자립적으로 키우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전략적 투자 기업으로 꼽힌다. 지푸AI는 딥시크 등 경쟁 기업과 사전 학습(pre-training) 단계에서 협업을 거부하며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고수하고 있다.
오픈AI 블로그에 따르면 지푸AI의 사업 모델은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주권형 AI 인프라 제공, 화웨이 기반의 완제품 AI 하드웨어 공급, AI 거버넌스 노하우 구축 등 세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통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케냐 등 신흥국 정부와 국영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독립적인 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미국이 지난달 본격적으로 시작한 ‘오픈AI 포 컨트리스’ 전략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월 지푸AI를 ‘중국의 군사 현대화에 이바지하는 첨단 AI 기술 개발 기업’으로 지정하며 수출 통제 대상에 올렸다. 지푸AI는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14억 달러 이상 규모의 국유 자본 투자를 유치했을 뿐 아니라 국가 AI 표준 제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오픈AI는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 경쟁자가 진입하기 전, 자국 시스템과 표준을 신흥국에 조기에 고착시키려 한다”며 “겉으로는 책임 있고 투명하며 감시할 수 있는 AI를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오픈AI도 중동, 아시아 등에서 국가 단위 인프라 파트너십을 제안하고 있으며, 지난달 UAE와의 첫 계약을 통해 아부다비에 초대형 ‘스타게이트 UAE(Stargate UAE)’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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