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간의 과감한 R&D 전략은 2023년 11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의 대형 기술수출 성과로 이어졌다. 종근당은 자사가 개발한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 억제제 CKD-510의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총 13억500만달러(약 1조7300억원)에 이전한 바 있다.
CKD-510은 비히드록삼산(NHA)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저분자 화합물이다. 전임상에서 심혈관 질환 등 HDAC6 관련 적응증에서 효능이 확인됐고, 유럽과 미국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도 입증됐다. 이후 CKD-510은 2024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이 제출됐으며, 종근당은 마일스톤으로 500만달러(약 68억원)를 수령했다.
글로벌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 5월 미국 보스턴에 현지 법인 CKD USA를 설립하며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R&D 인프라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종근당은 경기 시흥 배곧지구에 약 2조2000억원을 투입해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R&D 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며, 글로벌 기술수출과 연계되는 CMC 및 생산역량 확보도 병행하고 있다.
신규 모달리티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도 이어지고 있다. 종근당은 2023년 2월 네덜란드 시나픽스와 ADC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해 플랫폼 기술 3종의 사용권을 확보했고, 이를 자체 항체와 결합해 항암 신약 CKD-703 개발에 활용 중이다.
CKD-703은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를 타깃으로 세포독성 약물을 암세포에 전달하며, 혈중 유리 방지를 통해 안전성 향상도 기대되고 있다. 이 후보물질은 c-Met의 하위 신호를 억제함과 동시에 암세포에 세포독성 약물을 선택적으로 전달해 세포 사멸을 유도하며, 혈중에서 약물이 무분별하게 분리되는 현상을 억제해 안전성 확보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CGT 분야도 집중 공략한다. 종근당은 2022년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기업 이엔셀과의 양해각서(MOU)를 맺고 전략적 공동연구에 나섰으며, 같은 해 9월 서울성모병원에 유전자치료제 연구센터 'Gen2C'를 개소했다. 이 센터에는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기반 전달체 플랫폼과 효종연구소의 전문 인력이 배치됐다. 기존 약물로 공략이 어려운 표적을 겨냥해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연구 및 임상시험과 관련해 산학연 협력과 교류를 강화하고 국내외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공동개발도 진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08은 종근당이 개발 중인 차세대 대사질환 신약이다. 콜레스테롤에스테르 전이단백질(CETP)의 활성을 억제해 LDL 콜레스테롤(LDL-C) 수치를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HDL-C)을 높이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비임상에서 LDL-C 감소와 HDL-C 증가 효과뿐 아니라 아포단백질(Apo-B) 수치 감소도 입증됐다.
CKD-508은 기존 1세대 CETP 저해제들이 가졌던 약물 축적, 낮은 안정성, 약효 미약 등의 한계를 극복한 2세대 후보물질로, 영국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됐고 2023년 11월 미국 FDA로부터 임상 1상 IND 승인을 획득했다. 종근당은 향후 지질 개선 효과를 기반으로 임상 2상을 위한 최적 용량 탐색을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CKD-508은 저용량에서도 효과가 기대되는 혁신 약물"이라며 "스타틴 불응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근당은 또 큐리진과 이중표적 RNAi 치료제 CA102의 글로벌 권리 확보 계약을 체결했다. CA102는 mTOR과 STAT3를 동시에 억제하는 shRNA 기반 플랫폼으로, 표재성 방광암 치료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회사는 Gen2C와의 시너지를 통해 이 후보물질의 국내외 공동개발 및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항암 분야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CKD-702는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항암 이중항체 바이오신약으로, 2022년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임상 1상 파트1 결과가 공개됐다. 약동학, 안전성, 항종양 효과 등이 확인됐으며 현재 파트2 임상이 진행 중이다. 종근당은 향후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를 선별해 미충족 수요가 큰 암종으로 적응증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신규 모달리티 중심의 R&D을 바탕으로 제네릭 중심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술 수출과 혁신신약 개발을 아우르는 R&D 중심 기업으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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