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적분할을 통해 '순수 CDMO' 기업으로 재편한 데 이어 신사업 '삼성 오가노이드'를 발표하면서 임상시험수탁(CRO)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행사에서 139㎡ 규모 대형 전시부스를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기존·신규 고객사와 접점을 확보했다. 전시 기간에는 CDMO 관련 현장 미팅은 물론 새롭게 선보인 오가노이드 기반 CRO 서비스에 대한 문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회사는 60석 규모 전용 미팅룸과 LED 월, 인터랙티브 터치스크린 등을 통해 최신 서비스를 소개하며 글로벌 고객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CDMO 기업 간 전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CDMO 수주를 논의하기 위한 즉석 미팅이 현저히 증가했다"고 전했다.
바이오USA 기간 중 진행된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일부 고객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동일한 실체로 인식하고 이해상충 가능성을 우려해왔다"며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CDMO 본연의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인적분할을 통해 순수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산하로 편입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이어 "현재 글로벌 상위 제약사 20곳 가운데 17곳과 거래 중이며, 나머지 빅파마들과도 수주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존 림 대표는 바이오 CDMO 산업의 성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적응증 등이 확대됨에 따라 기존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항체·약물접합체(ADC),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항암제 등 신규 파이프라인에 대한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대형 위탁생산(CMO) 시장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대부분 제약사가 여전히 자체 공장 증설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산업 내에서 CDMO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4월 18만ℓ 규모 제5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2032년까지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에 6~8공장을 순차적으로 신축해 총 132만4000ℓ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단일 기업 생산능력 기준으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신규 파이프라인 강화도 본격화된다. 회사는 이미 전용 생산시설에서 ADC 제품 생산을 시작했으며, 여기에 핵산 기반 AOC(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 분야 역량도 확보했다.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 생산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위탁개발(CDO)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AV 시장 특성상 전임상이나 임상1상 제품 비중이 높은 만큼 CDO에 우선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11공구 산업시설용지 입찰에도 단독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 용지는 향후 생산시설 확장과 신규 공정 도입을 위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바이오USA에서 신사업 '삼성 오가노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 스크리닝 서비스로, 삼성서울병원과 협업해 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확보한 것이 핵심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 단계부터 협업해 '조기 록인(lock-in)' 효과를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물실험 축소와 대체시험법 확대 방침을 밝히며 오가노이드 기반 연구가 글로벌 신약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동물실험 등 기존의 신약 개발 방법 대비 시간과 비용 부담은 낮으면서도 환자 유사성이 더 높아 차세대 신약 개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CRO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향후 CRDMO(통합 위탁연구개발생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예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금리·지정학 리스크 등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고객 중심 운영, 잠재 기회 발굴, 지속적인 협업 확대를 3대 전략으로 삼아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보스턴과 일본 도쿄에 현지 영업 사무소를 개소했으며, 인천 송도 본사와 실시간 연계 체계를 구축해 고객 응대 속도와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앞으로 기존 글로벌 톱20 제약사에 더해 톱40 제약사까지 고객사를 확장할 계획"이라면서 "CDMO를 넘어 CRDMO로 진화하며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초격차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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