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받은 검사는 GC지놈의 다중암 조기진단검사 '아이캔서치(ai-CANCERCH)'다. 회사 관계자는 "김씨 사례는 조기 발견이 어려운 암종 중 하나인 담낭암을 혈액 검사만으로 포착한 사례로 아이캔서치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중암 조기진단(MCED)은 한 번의 혈액 검사로 여러 암종을 동시에 조기 선별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암 조기 검진법은 대부분 특정 암종만을 대상으로 하며, 그 외 암에 대한 선별력은 한계가 있다. 여러 종류의 암을 한 번에 탐지할 수 있는 MCED 기술은 암 진단 분야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의 '2025 바이오 미래 유망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MCED 기술은 향후 암 진단과 관리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혈액 기반의 액체 생검이 핵심으로 꼽히며 세포유리 DNA(cfDNA), 순환 종양 DNA(ctDNA), 순환 종양세포(CTC), 엑소좀 등이 주요 분석 타깃이 된다. 암세포는 체내 분열과 사멸 과정에서 DNA 조각을 혈류에 방출한다. 이 중 ctDNA는 암세포의 유전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조기 진단에 특히 유용하다.
GC지놈의 아이캔서치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다중암 조기진단 검사다. 단 10㎖의 혈액으로 폐암, 간암, 대장암, 췌장담도암, 식도암, 난소암 등 주요 6대 암은 물론 기타 암종 위험도까지 예측 가능하다. GC지놈은 국내 주요 대학병원과 협력해 7000건 이상의 임상 검체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 기반 위에 구축된 AI 분석 시스템은 82.2%의 민감도를 기록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특히 사전에 '이상 신호'를 암 특이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포착해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경고 시스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관련 기술 성과는 202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025년 '캔서 리서치'에 게재됐고, 2024년 대한진단유전학회에서도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며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GC지놈은 최근 아이캔서치 관련 핵심 알고리즘에 대해 일본에서 원천 특허를 확보했다. cfDNA 분석을 기반으로 암 존재 유무와 조직 기원을 동시에 예측하는 AI 기반 다중암 조기선별 기술로, 핵심 MCED 구성요소에 대한 특허 보호 장벽을 구축한 것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암 조기검진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는 지역이다. GC지놈은 이번 특허를 바탕으로 일본 내 기술 사업화를 가속화중이며 임상 확장과 파트너십 체결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MCED 기술은 글로벌 경쟁도 치열해지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바이오 기업 그레일(GRAIL)은 '갤러리'라는 MCED 제품을 상용화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에 맞서 GC지놈은 방대한 아시아인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 한국 내 대학병원 기반 임상 경험, 민감도 중심 AI 분석 최적화 등을 무기로 아시아권의 주도권 확보 전략에 나서고 있다. 국내 MCED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GC지놈은 '조기 시장 진입'이라는 이점을 살려 민간 병원 중심 상용화 모델을 동시에 추진할 방침이다.
GC지놈은 아이캔서치를 단순한 선별 검사를 넘어 조기 경고 플랫폼 기술로 진화시킨다는 비전을 그리고 있다. 현재도 비정형 암 신호 분석이 가능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향후 AI 진단 자동화·예측 정확도 향상 등 기술 고도화에 나설 예정이다.
GC지놈 관계자는"아이캔서치는 단순 6종 암 조기 발견 도구를 넘어 다양한 암종에 대한 조기 검출이 가능한 포괄적인 암 경고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MCED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및 파트너십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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