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오토폼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500여 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글로벌 회사다. 자동차 제조 등 글로벌 금형 제작 및 박판 성형 업계를 위한 특화된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1위 사업자다. 국내에선 현대차와 기아, LG, 삼성, 포스코 등 자동차 및 전자 산업의 주요 기업들이 오토폼 솔루션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올리비에 르퇴르트르 오토폼 최고경영자(CEO)는 매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LG전자와의 파트너십에 대해 "두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스마트 제조 생태계를 공동 구축하고, 금형 및 프레스 산업의 디지털 연속성을 실현하기 위한 중장기 협력 계획의 일환"이라며 "상당한 혁신을 중요시하는 LG전자와 견고한 협력을 통해 한국의 디지털 제조 혁신에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토폼에 따르면 LG전자는 가전 등 생산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스탬핑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지능형 프레스 판금 라인(i-Press)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소재 특성과 공정 조건을 실시간으로 반영한 품질 제어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오토폼은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프로덕션 어시스턴트(SPA)' 솔루션을 통해 설계와 해석, 품질 예측, 공정 제어의 전 과정을 자동화하고 최적화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르퇴르트르 CEO는 "LG전자는 프레스 라인을 스마트하게 만들기 위해 데이터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오토폼이 (비슷한 형태로) 유럽에서 먼저 진행했던 사례들과 결합하면 더욱 새로운 방식의 AI 기반 스마트 프레스 라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르퇴르트르 CEO는 "첫 단계로 우선 제조 데이터 기반의 자동화 프레스 라인을 구축하고, 두 번째 단계에선 AI를 다각도로 적용해 보다 지능화된 형태로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공정 데이터 기반의 품질 예측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토폼은 고객 맞춤형 AI 학습 모델을 구축하고 디지털 프로세스트윈 등 차세대 스마트 제조 기반 기술을 공동 개발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과 경쟁력 강화도 주도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양질의 소량 데이터로 사전 훈련된 모델을 개발하고, 고객사 자체 데이터를 연동해 실질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가령 자동차 설계자가 실제 차량 부품을 3D로 설계할 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사용 과정에서 설계된 부품이 실제 금속 성형 공정에서 문제가 없이 제작 가능한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수인데, 엔지니어가 1분 내로 이 부품이 성형 가능한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기능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련의 공정 단계에서 수일 걸리는 작업을 AI를 통해 획기적으로 시간을 단축하고 정확도와 효율성 역시 끌어올릴 수 있는 AI 솔루션을 다방면으로 개발하고 있다고도 그는 강조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오토폼은 프레스 작업에서 발생하는 압력, 온도 등 여러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 모델과 비교해 생산 중 품질 편차를 자동 보정하는 AI 기능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현장의 구체적인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개선하는 데 AI가 유즈 케이스마다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로 회사 설립 30주년을 맞은 오토폼이 한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르퇴르트르 CEO는 "AI는 곧 금형 산업에도 스며들 것"이라며 "하지만 핵심은 문제 정의와 양질의 데이터로, 오토폼은 30년의 성형 지식을 바탕으로 사전 학습된 AI 모델을 제공해 고객이 쉽게 적용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현대차·기아와는 20년 전부터 관계를 이어온 오토폼의 대표적인 장기 파트너로, 제조 혁신을 이루겠다는 공통된 열정 아래 함께 성장해왔다"면서 "이번 방한의 주요 목적 중 하나도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고객사에 품질 관리와 공정 엔지니어링 간 통합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오토폼은 LG전자 외에도 여러 국내 고객사의 디지털 협업을 확대하고, 지역 기반 산학협력을 통해 디지털 금형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오토폼은 경일대에 고가의 소프트웨어나 전문 인력 없이도 시뮬레이션 기반 공정 해석을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거점인 '디지털 트라이아웃 랩'을 설립할 예정이다. 그는 "기존에 디지털 전환에서 소외됐던 2차, 3차 벤더들의 실질적 변화와 기술 내재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오토폼은 국립창원대에 600억원 규모의 소프트웨어를 3년간 기증해 '글로컬 산업기술거점센터'를 설립하는 등 지역 기업과 연계한 실무 교육 및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성균관대와는 복합재료 기반의 공동 연구와 실무형 교육을 통해 차세대 제조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르퇴르트르 CEO는 "제조업의 미래는 디지털 협업 생태계 위에서 결정된다"며 "오토폼은 금형 산업의 복잡한 공정과 데이터를 정밀하게 연결해 경험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판단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혁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성형 산업에서 AI를 통한 고도화를 점진적으로 실현해 나가고 있다"면서 "이 혁신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지만, 지금 시작해야 미래를 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이 지점에서 오토폼은 디지털 제조 혁신이 가장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한국 파트너들과 제조 방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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