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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US 진단후 투약까지 한 달 … 골든타임 다 놓친다

이하정 서울대병원 교수
적혈구 파괴하는 희귀질환
3년 안에 사망·말기신부전
진단받자마자 치료가 중요
바로 투약할 수 있게 바꿔야

  • 심희진
  • 기사입력:2025.06.10 16:06:49
  • 최종수정:2025.06.10 16: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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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aHUS(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환자들은 진단부터 첫 투약까지 평균 한 달이나 소요됩니다. 이렇게 오래 걸리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죠. 국제 사회에 차마 내놓을 수 없는 부끄러운 데이터예요. 환자들이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보건당국이 aHUS 증상을 정확히 알고 '선투여 후심의'로 사전심사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신장학회(ERA)에서 이하정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aHUS 치료제의 적기 사용에 대해 강조했다.

일종의 희귀질환인 aHUS는 혈관 내 형성된 피딱지가 혈액 흐름을 방해하고 적혈구를 파괴해 용혈성 빈혈을 일으킨다. 첫 진단 후 3년 내 환자의 약 80%가 사망하거나 말기 신부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조기 발견과 신속한 치료제 투여가 중요하다.

aHUS 치료제로는 에쿨리주맙, 라불리주맙 등이 있다. 알렉시온의 솔리리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에피스클리 등이 에쿨리주맙에 해당하고, 솔리리스의 후속작인 울토미리스가 라불리주맙에 속한다.

이 교수는 "해외 데이터를 보면 aHUS 환자가 에쿨리주맙을 사용하면 신장 투석까지 가지 않고 증상이 개선된다는 결과가 대부분인데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며 "사전심사 기준이 까다롭고 오래 걸리는 탓에 많은 환자가 증상이 악화된 뒤에야 비로소 첫 투약을 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연구에 따르면 aHUS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대개 일주일 무렵 치료제 투여를 시작한다. 그는 "aHUS는 마치 손가락(신장)을 고무줄로 칭칭 감아(보체 시스템의 활성화) 해당 부분의 혈관을 망가뜨리는 것과 같다"며 "손가락을 꽁꽁 싸맨 채로 한 달을 지낼 수 없듯 aHUS 환자들이 이른 시일 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침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심사 항목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혈액 검사다. aHUS 환자를 대상으로 혈액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많지 않아 이 과정에 통상 일주일 정도가 소요된다.

이 교수는 "에쿨리주맙 투여를 위해 보건당국에 신청한 뒤 승인을 기다리다 끝내 숨진 환자도 있었고, 가까스로 승인을 받았지만 이미 치료 시기를 놓쳐 신장을 제거해야 했던 환자도 있었다"며 "오죽하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직접 찾아와 사전심의 제도의 불필요성을 보건당국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초반 1~2회 투약만이라도 신속하게 이뤄진다면 구할 수 있는 환자는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던 시절에 는 aHUS를 낫게 하기 위해 간 이식까지 시행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어렵사리 개발된 에쿨리주맙이 효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림의 떡으로 남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정확한 심의를 위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을 직접 대면하는 의료진이 절차에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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