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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거 맞아?” 불신론까지 불거진 코로나 백신…원리 첫 규명한 그녀는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장 코로나때 나온 mRNA 백신 어떻게 작동하는지 밝혀내 2만개 유전자 하나씩 제거해 어떤 기능 하는지 살핀 결과 mRNA 백신 개발 새 이정표 암·세포치료 등 활용 길 열려

  • 최원석
  • 기사입력:2025.04.04 05:50:55
  • 최종수정:2025.04.04 05: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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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장
코로나때 나온 mRNA 백신
어떻게 작동하는지 밝혀내
2만개 유전자 하나씩 제거해
어떤 기능 하는지 살핀 결과
mRNA 백신 개발 새 이정표
암·세포치료 등 활용 길 열려
김빛내리 교수
김빛내리 교수

2020년 12월 영국과 미국이 화이자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mRNA 코로나 백신을 사용 승인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 지 11개월 만이었다. 신종 감염병 백신을 이렇게 빨리 개발한 건 역사상 유례가 없었다. 이후 mRNA 백신은 인류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고, 2023년에는 mRNA 백신 개발자들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인류는 지금까지 mRNA 백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몰랐다. ‘항체를 생성한다’는 것은 임상시험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로 몸에 들어가서 항체를 만드는지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원래 몸 안에 있는 mRNA와 같은 원리로 작동할 것이라고 막연히 가정할 뿐이었다. 정확한 원리를 모른다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불신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이 세계 최초로 이 수수께끼를 풀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 단장이 이끄는 연구진이 mRNA 백신의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김 단장은 RNA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20여 년 전 몸 안에서 mRNA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바 있다. 2020년에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 지도를 그려 치료제 개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연구로 인해 백신, 항암, 줄기세포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mRNA 치료제를 더욱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개발할 단초가 마련됐다.

mRNA 백신은 몸속에서 항원 물질을 생산한다. 코로나 백신을 예로 들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단백질의 한 종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존에 우리 몸속에 있던 면역세포가 mRNA 백신을 ‘침입자’로 간주해 공격하면 백신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N1-메틸수도유리딘’이라는 특정 분자를 넣어주면 기존 면역세포의 공격(자체면역)을 피하고 목표로 한 바이러스 단백질(항원 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만 이를 경험적으로 파악했을 뿐, 어떻게 자체면역을 피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사진설명

김 단장은 mRNA 백신이 몸 안에 들어가고 작동하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을 밝혀내기 위해 세포 내 유전자를 일일이 확인했다. 2만여 개 유전자를 하나씩 제거해 세포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살폈다. mRNA에 형광 처리를 한 후 밝게 빛나는 세포와 덜 빛나는 세포를 분류했다. 세포가 덜 빛난다는 건 주입한 mRNA가 파괴됐다는 뜻이기 때문에 제거된 유전자가 mRNA 백신의 효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 단장이 밝혀낸 사실은 크게 두 가지다. mRNA 백신이 몸속에 들어가는 원리, 들어간 mRNA 백신이 몸속에서 살아남는 원리다. 연구에 따르면 mRNA 백신이 몸속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세포막 표면에 있는 ‘황산 헤파란’이라는 단백질 덕분이다. 이 단백질이 mRNA를 둘러싼 지질나노입자와 결합한 후 세포 안으로 유입시킨다.

세포 안으로 들어간 백신은 소포체로 감싸진다. 소포체는 세포 안에서 물질을 수송하는 얇은 막이다. 세포 안에 있던 양성자 이온들이 소포체 안으로 들어가 소포체 내부를 산성화시키면 소포체가 터지면서 안에 있던 mRNA가 세포로 빠져나온다. 이제 mRNA를 이용해 질병의 원인 물질을 합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세포 안에는 mRNA를 방해하는 단백질도 있다. ‘TRIM25’라는 단백질은 외부에서 온 mRNA를 침입자로 인식하고 제거한다. 이 단백질을 막지 못하면 겨우 몸속에 들어간 mRNA는 아무것도 못 하고 파괴된다.

김 단장은 이 단백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를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밝혀냈다. 소포체가 터지면서 mRNA가 빠져나올 때 안에 있던 양성자 이온들도 갑자기 쏟아져 나온다. 이때 소포체 안과 밖의 양성자 이온 농도 차이가 TRIM25에 신호를 줘서 TRIM25가 활동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mRNA 백신이 기능할 수 있는 건 처음에 백신 설계 과정에서 넣어준 N1-메틸수도유리딘 덕분이다. 개발한 노벨상 수상자조차 몰랐지만, 김 단장은 TRIM25가 이 분자에는 달라붙지 못해 mRNA를 파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렇게 몸속에 들어와 살아남은 mRNA 백신은 무사히 원인 물질을 만들어내고 면역을 유도할 수 있다.

mRNA 백신의 작동 원리를 규명한 이번 연구에 대해 앞으로 mRNA 치료제를 본격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떤 단백질이 백신 효능을 높이고 낮추는지 알아냈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 단백질들만 조절하거나 회피하면 백신의 효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김 단장은 “TRIM25를 회피하는 기술만 있으면 백신을 많이 주입하지 않아도 효과적이고 안전한 mRNA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RNA 치료제는 향후 다양한 질병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걸로 각광받는 플랫폼이다. 김 단장은 “유전정보만 있으면 어떤 단백질도 몸 안에서 생성할 수 있다”며 “치료제를 신속하게 설계하고 소규모로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신종 감염병 대응이나 개인 맞춤형 약품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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