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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약 처방 맡기자"… 美 하원, 법안 냈다

정확성·책임소재 논란에
법안 통과 가능성은 낮아

  • 최원석
  • 기사입력:2025.02.23 17:05:54
  • 최종수정:2025.02.23 17: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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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에서 인공지능(AI)이 약물을 처방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인간 의사의 개입 없이 AI가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자율적으로 약물을 처방하게 된다.

애리조나 지역구의 데이비드 슈와이커트 하원의원(사진)은 지난달 7일 건강기술법을 발의했다. 현행 연방식품·의약품·화장품법을 개정해 AI와 머신러닝 기술도 약물을 처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미국 현행법에 따르면 '법률에 의해 허가된 실무자', 즉 의사만 약물을 처방할 수 있다. 의사가 직접 처방전을 작성하거나 구두 처방에 따라 약사가 서류를 작성한 경우에만 유효하다.

하지만 발의된 법안은 '법률에 의해 허가된 실무자' 개념을 AI와 머신러닝 기술로까지 확대한다. AI 기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주 정부가 별도로 승인하면 AI도 약물을 처방할 권한을 갖게 된다.

AI를 활용한 의료기기는 이미 임상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의료 기록 관리, 환자 안내 등은 물론이고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을 추론하는 등의 진단 작업에도 쓰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최종 판단은 인간 의사의 몫이다. 인간의 개입 없이 AI에 판단을 맡기는 사례는 없다.

전문가들은 AI에 약물 처방 자격을 부여하자는 내용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AI 기술의 정확도나 신뢰도가 그 정도로 높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에 따르면 AI는 의료에 관한 퀴즈 문제를 높은 정확도로 풀지만 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반복했다.

AI가 처방했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의료 분야에 정통한 한 국내 변호사는 "이 법안은 의사 라이선스 구조를 뒤흔드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선스의 핵심은 책임인데, AI가 약을 처방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법안의 형식만 놓고 봐도 파격적"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AI가 책임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약물을 처방할 권리를 AI에 부여하기가 어렵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약처는 의료용 소프트웨어를 심사할 때 의료인의 개입이 있는지를 검토한다. 진단과 처방 과정에서 의사가 AI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판단 권한을 아예 넘기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실제 법안이 통과할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슈와이커트 의원은 2023년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나 위원회 논의 없이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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