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
중국 인재 이공계로 대거 유입
AI패권 美中 양강 구도 만들어
한국 추론형 AI단계 전환 직전
美·中 이어 AI 3대 강국 가려면
더 빠르게 대규모 투자 나서야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글로벌 빅테크보다 한참 낮은 비용으로 오픈AI ‘챗GPT’에 맞먹는 고성능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구현하는 ‘파괴적 혁신’으로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국내 대표 AI 대규모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이끄는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딥시크 쇼크가 한국에는 기회”라며 “글로벌 AI 3대 강국(G3)으로 도약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더 빠르게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 왔다”고 강조했다.
하 센터장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30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딥시크 출현은 미국이 주도하는 1극 체제였던 글로벌 AI 패권 경쟁 구도가 중국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으로 양극 체제로 전환했다는 확실한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딥시크뿐만 아니라 알리바바의 큐원 2.5-맥스 같은 중국 AI는 확실히 미국 AI에 견줄 만하며 미국 중심의 AI 패권에 경쟁자로서 자격을 갖춘 모델”이라며 “중국 체제의 특성과 오픈소스 중심인 중국 기업들의 전략을 고려할 때 미국 입장에서는 규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AI 전략을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미국 수준의 AI 강대국으로 성장한 비결에 대해 하 센터장은 “인구가 많은 만큼 뛰어난 인재도 많은데, 그중 상당수가 이공계로 진출하면서 AI 연구 역량도 미국에 필적할 만한 수준”이라며 “양질의 인재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해 혁신을 만들고, 중국 정부도 제도와 자본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존 강호는 물론이고 ‘중국판 오픈AI’로 불리는 미니맥스와 문샷AI 등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신흥 스타트업까지 잇달아 출현하며 탄탄한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 오늘날 미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가능하게 한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 센터장은 “미국은 턱밑까지 따라온 중국과의 AI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는 대폭 완화하는 한편 밖으로는 AI 모델과 인프라스트럭처 수출 규제 등 중국 대상 제재 수위를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지역 AI 얼라이언스와 같은 미국 중심의 AI 동맹국 전략을 강화해 중국을 고립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딥시크 쇼크의 핵심인 ‘가성비 AI’라는 개념에 대해 하 센터장은 “일부만 맞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수출 규제 탓에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고성능칩인 H100 대신 성능이 낮은 H800을 사용해 이번에 공개한 AI 모델 ‘R1’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R1 개발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직전 모델인 V3의 개발 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81억원)로 오픈AI가 챗GPT 개발에 투자한 1억달러(약 1455억원) 대비 20분의 1에 불과하다.
다만 하 센터장은 “딥시크가 밝힌 개발 비용은 모델 1개를 성공적으로 만드는 데 소요된 리소스를 얘기할 뿐”이라며 “그 수준의 모델을 얻기 위해 축적된 수많은 실험을 통한 시행착오, 여러 다른 조건의 실험을 진행한 누적 투자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오픈AI의 o1, 딥시크의 R1 같은 추론형 AI 모델은 기본적으로 입력보다 출력이 훨씬 긴 만큼 메모리 용량과 속도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기술 발전으로 원가가 저렴해지면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된다는 제본스의 역설처럼 앞으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더 필요하고 AI에이전트 서비스 확산에 따른 신경망처리장치(NPU)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더욱 강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한 만큼 고사양 하드웨어 투입은 오히려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지적한 딥시크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딥시크가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정보는 사용장지 정보, 키보드 입력 패턴, IP 정보, 장치 ID와 쿠키까지 광범위하다.
이에 대해 하 센터장은 “수집하는 데이터 자체는 다른 회사들과 비슷할 수 있다”면서도 “게임회사가 사용자의 키 입력패턴을 저장하는 것은 더 나은 게임 서비스 개발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이 있는데, 딥시크는 수집한 데이터를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더욱 심각한 것은 정보 수집을 거부해도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인 ‘옵트 아웃(Opt-out)’이 없고, 관련 정보가 중국 내 서버에 저장된다는 사실”이라며 “중국의 특성을 생각할 때 중국 정부가 데이터를 활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딥시크 출현이 한국에 던지는 의미에 대해 하 센터장은 “천문학적인 액수는 아니라도 생성형 AI 연구개발 경험이 있다면 현실적인 규모의 투자로도 경쟁력 있는 AI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추론 AI 단계로 패러다임 전환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중국 뿐인데, 중국도 최근에야 겨우 성공했다”며 “한국은 추론 AI 단계 전환 직전까지는 온 만큼 추가적인 인프라와 인재 투자를 통해 이 단계로 빠르게 진입한다면 충분히 글로벌 AI G3로 가기 위한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함께 G3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독일과 프랑스, 캐나다 역시 현재 정국이 어지러운 상황인 만큼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한발 앞서 나가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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