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내년이 AI 에이전트가 본격 개화하는 시점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꿔놓은 것처럼 AI 에이전트가 인간의 삶을 바꿔놓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일을 대신해주면서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을 뛰어넘어 대신 경제활동을 하는 등 '에이전트 경제'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AI 에이전트 시장 규모는 약 58억2000만달러로, 2030년까지 연평균 42.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 시장 규모는 약 705억3000만달러(100조원)로 전망된다.
기존 AI가 특정 작업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시스템으로 하나의 목적을 수행한다면 AI 에이전트는 특정 상황에 적응하며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범용 역할을 한다.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사용자와 상호 작용하고, 학습과 개선이 가능하다.
현재 AI 에이전트 개발에 가장 앞서나간 곳은 마이크로소프트(MS)다. 오픈AI와 손잡고 AI 비서 '코파일럿'을 먼저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1월 연례 행사인 이그나이트 2024의 중심에는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있었다. AI 에이전트가 기업 내의 다양한 업무를 자동화하는 사례를 공개했다. AI 에이전트 생성 프로그램인 '코파일럿 스튜디오'를 통해 기업들이 직접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만들도록 했다. MS는 지난 6일에는 '코파일럿 비전'을 공개했다. 개인 비서인 코파일럿이 사용자가 보는 화면을 함께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이를 이용해 코파일럿에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마존은 지난주 개최한 AWS 리인벤트 2024에서 새로운 에이전트 기능을 공개했다. 올해 공개한 기업용 AI 에이전트인 아마존 Q 비즈니스에 워크플로 자동화 기능을 추가해 기업들이 사내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게 만들었다. 총 50개의 액션에 대한 자동화가 가능해졌다.
구글이 '제미나이 2.0'을 공개하면서 이를 '에이전트 시대를 위한 AI'라고 말한 것은 단순한 마케팅 용어가 아니다. LLM으로 에이전트를 만들어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빅테크 기업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구글이 이날 공개한 AI 에이전트는 검색을 대신해주거나, 개인 비서 역할을 해주는 게 전부가 아니다. 구글이 공개한 쥴즈라는 AI 에이전트는 개발자의 프로그래밍 작업에 포함돼 개발자의 지시에 따라 직접 코드를 짜고, 버그를 고치는 등 높은 수준의 코딩 업무를 스스로 진행한다. 구글은 자사의 유료 AI 구독 요금제인 '제미나이 어드밴스트' 고객을 위해 '딥 리서치'라는 리서치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딥 리서치를 사용해 제미나이에 질문을 던지면 AI 에이전트가 훨씬 자세한 리서치를 실행한다.
오픈AI 출신이 만든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만든 AI 에이전트 기능인 '컴퓨터 유즈'는 AI 에이전트에 컴퓨터의 사용을 맡긴다. AI는 마치 원격으로 누군가가 내 컴퓨터를 조종하듯이 내게 필요한 일을 대신해준다.
시장에서는 '소라'와 '챗GPT 서치' 등 깜짝 놀랄 만한 AI를 공개했던 오픈AI가 선보일 AI 에이전트를 기대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코드명 '오퍼레이터'로 알려져 있는 AI 에이전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에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정보 수집과 예약, 상품 구매 등을 웹에서 실행하는 챗봇 비서 같은 'AI 에이전트'의 출시가 내년의 핵심 초점"이라며 "사람들의 일상을 돕는 매우 성공적인 에이전트가 배치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은 최근 케임브리지 저지 비즈니스 스쿨과의 보고서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AI 에이전트가 노동시장에 혼란을 가져오고 금융시장에 변동성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사람을 대신해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등 사회에서 광범위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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