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국서도 인력 감축
셸, 울산 프로젝트 지분 매각
국내 해상풍력사업 차질 우려

글로벌 해상풍력 기업들이 잇따라 국내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후폭풍이다.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 정책 확대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의 주요 축인 해상풍력 보급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 및 부처에 따르면,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는 한국지사 해상풍력 담당 조직인 ‘토탈에너지스 오프쇼어 윈드 코리아’ 인력 상당수를 올해 6월 축소했다. 토탈에너지스 관계자는 “(인력 축소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현재 국내 외국계 해상풍력 기업들이 상당수 인력 감축을 하고 있는 건 맞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해상풍력 기업 에퀴노르도 올해부터 다수 인력을 감축했다. 에퀴노르 관계자는 “2025년 초 에퀴노르는 글로벌 해상풍력 산업이 직면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사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그 일환으로 조직개편을 포함한 조정을 단행했다”며 “한국 내 인력 조정도 에퀴노르 해상풍력 부문 전반에서 이루어진 조정과 동일한 수준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영국 에너지 기업 셸 역시 울산의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 ‘문무바람’ 지분을 지난해 전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국내 해상풍력 인력 감축 이유로는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의 부진이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커진 신재생에너지 불확실성과 높아진 건설 비용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최근 에퀴노르는 해상풍력 부문에서 약 1조달러의 장부가치를 상각했다. 트럼프 정부가 신규 해상풍력 관련 허가를 취소했고, 철강에 부과된 관세로 원자재 가격이 인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유럽에서도 총 4.5GW 규모로 추진 중이던 ‘콘월 해상풍력 사업’에서 여분의 1.5GW 입찰에 어떠한 발전 기업도 참여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 해상풍력 기업이 이미 한국 정부가 발주한 주요 해상풍력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돼 있다는 점이다. 토탈에너지스는 코리오, SK에코플랜트와 함께 만든 합작법인 ‘바다에너지’를 통해 울산 해역에서 1.5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에퀴노르는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인 반딧불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총 750MW 규모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해상풍력에 기대하는 설비 보급 규모는 14GW으로 알려졌는데, 두 기업이 연관된 사업의 규모만 16%를 넘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글로벌 해상풍력 업황 악화가 국내 신재생에너지 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생에너지 송전 인프라를 갖추더라도 발전 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NDC 달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간 해상풍력 확장 기조에 맞춰 투자했던 후방 산업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들의 잇따른 사업 축소는 해상풍력에 매우 부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들의 사업 축소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 해석이 엇갈린다. 일부는 해상풍력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해상풍력의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해외 업체들이 포기하고 떠나는 사업을 발전공기업 5개 사가 적정가에 인수해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사업 부진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므로, 한국이 과도한 부담을 지면서까지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축소하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이는 덴마크·영국 등 유럽에서도 파다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NDC를 탈퇴하는 등 글로벌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도 급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기회에 입지 선정·송전망 등 에너지 정책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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