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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中제품이 한국산 둔갑…폭증하는 원산지 세탁

美 관세 피하려…韓거쳐 우회수출
허위필증 만들고 교묘한 라벨갈이
올 1200억 적발 1년 새 5.5배↑

  • 유준호
  • 기사입력:2025.08.15 17:34:44
  • 최종수정:2025-08-15 18: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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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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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A씨는 국내에 기업을 설립하고, 중국산 2차전지 양극재를 수입해 포장을 변경한 뒤 원산지를 국산으로 위장했다. 중국 제품에 부과되는 25%의 관세를 회피할 목적이었다. 올해 1월 세관당국은 A씨의 불법 행위를 적발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이처럼 올 들어 7월까지 세관당국에 적발된 미국향 우회 수출액이 작년 대비 5.5배 폭증했다. 미국이 중국산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산 제품이 한국을 경유하는 '원산지 세탁' 행위가 기승을 부린 것으로 평가된다.

15일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우회 수출 적발액은 12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미국향 우회 수출 적발 금액은 1196억원으로 94%를 차지한다. 2023년 37억원, 2024년 217억원 등 미국향 우회 수출 적발액은 연간 1000억원을 밑돌았다.

우회 수출은 수출신고필증과 원산지증명서 등을 한국산 제품으로 허위 작성하거나 라벨 갈이를 통해 세관당국의 눈을 피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종전까지는 한국산 제품이라는 프리미엄을 노리고 원산지를 한국으로 둔갑시키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국가별로 다른 상호관세와 수입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우회 수출하는 행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제3국을 경유한 우회 수출품에 4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박 의원은 "외국 제품의 원산지 둔갑을 통한 우회 수출 증가는 정상적인 우리 수출품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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