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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무력화 등 경제 파급효과 큰 데···한미 관세협상 ‘국회 비준’ 여부 오리무중

  • 유준호
  • 기사입력:2025.08.15 17:23:31
  • 최종수정:2025.08.15 17: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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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정부 협상단이 한미 관세협정이 타결된 7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엄지를 들어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정부 협상단이 한미 관세협정이 타결된 7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엄지를 들어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백악관

한미 양국이 극적 무역합의를 이뤄내면서 미국발 관세 공포가 한결 완화됐지만 무역합의가 가진 법률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헌법과 통상조약법은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사안에 대해 국회의 비준·동의를 규정하고 있는데 미국의 기형적인 협상 타결 방식으로 국내법을 제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미FTA 무력화 등 통상환경 확 달라지는데

우리나라 헌법 제60조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를 규정하고 있다. 법률인 통상조약법(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법률)에서는 경제 통상 각 분야의 대외시장 개방으로 국민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조약 등을 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타결된 한미 무역합의가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데 대해서는 사실상 반론의 여지가 크지 않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총괄한 산업통상자원부가 협상에 앞서 통상조약법에 따라 국회 보고와 공청회 개최 등 사전 작업을 거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한미 무역합의 결과를 두고 보면 이는 더 분명해 진다. 미국과 주요국의 합의 결과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형행화 됐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 따라 한미 양국은 지난 13년간 주요 공산품에 대한 무관세 원칙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번 무역합의로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은 이번 무역합의에 따라 15% 이상의 관세를 적용받는데 비해 미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제품은 여전히 무관세를 적용해야 하는 형편이다. 여기에 FTA를 발판삼아 우리가 누려왔던 주요 수출경쟁국 대비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무역 여건도 상당부분 내려놔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3년간 유지해왔던 국제 무역환경의 틀이 180도 달라졌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한국이 미국 측에 약속한 3500만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펀드 조성과 10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구매 등도 상당한 재정 부담을 지울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총액의 20%에 육박하는 규모지만 아직 정부는 어느정도 재정부담이 있을지 조차 대외 공개한 바 없다. 미국의 자동차 안전기준을 국내에서 전면 인정하는 것과 미국산 농산물 검역 절차 합리화 등도 국내 산업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비준 대상인지 정부도 판단 못해

정부는 한미 무역합의의 결과가 국회의 비준 대상 여부인지에 대해서도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한미 무역합의가 통상조약법의 적용을 받는 조약 등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한 지에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난 것이 없다”며 “한미 협상에 앞서 통상조약법에 따라 진행된 국회 보고와 공청회 개최 등도 혹시 모를 절차상 하자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앞서 이같은 절차를 거쳤다는 것이 국회 비준 동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이 보인 기형적인 무역합의 행태는 정부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통상조약법 상으로는 통상조약의 서명 후 국회에 비준동의 요청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과의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고 발표했지만 어떤 공식 문서도 남기지 않았다. 사실상 한미 양국의 합의가 ‘구두합의’ 정도에 머문다는 얘기다.

아울러 절차상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국회 비준 동의는 양국이 약속한 내용을 이행에 옮기기 전 수행해야 하는 ‘사전적 작업’인데, 미국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조치를 취하는 등 상호 합의 내용에 대한 실행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통상적인 통상협상과는 다른 형태의 무역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국내법이 정한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회 비준·동의까지는 어렵다 하더라도 법상 규정된 비용 추계와 재원조달방안, 국내산업 보안대책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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