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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사업 재편 2년...최창원의 성적표 [스페셜리포트]

  • 김경민,반진욱
  • 기사입력:2025.06.27 13:20:35
  • 최종수정:2025.06.27 13: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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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년 전인 2023년까지만 해도 SK그룹 내부에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문어발처럼 늘어난 계열사들은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제 역할을 못해줬고, 순차입금과 부채비율은 계속해서 불어났다.

하지만 2023년 말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취임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익이 나오는 사업도 계열사 간 시너지가 없으면 팔고, 중복 사업은 합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재무 구조가 서서히 개선되는 모습이다. 최창원 의장이 SK케미칼 부회장을 맡을 당시 매출의 절반이던 섬유 사업을 과감히 접고 바이오, 헬스케어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한 것처럼, 이번엔 SK그룹 전반에 메스를 들이댔다. ‘구원투수’ 최창원 의장 취임 이후 SK그룹은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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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구조 달라진 SK그룹

순차입금 83조원서 75조원으로 줄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SK그룹 사업 재편 방향에 대해 ‘중단기적으로 재무 구조 개선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내용의 신용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SK그룹 순차입금은 2023년 12월 말 83조원에서 지난해 말 75조원으로 8조원 줄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34%에서 118%로 16%포인트 떨어졌다. 올 1분기 SK그룹 지주사 SK㈜ 순차입금이 추가로 2조4000억원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그룹 전체적으로 10조원 안팎 차입금이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SK그룹 재무 구조가 좋아진 것은 과감한 계열사, 사업 부문 매각 덕분이다.

SK그룹은 지난해 SK렌터카 지분 100%를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반도체 소재 부품 기업인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은 3600억원,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연마하는 CMP 패드 사업은 3410억원을 받고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넘겼다. 매년 1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려온 SK스페셜티 역시 2조6000억원을 받고 한앤컴퍼니에 팔았다. SK스페셜티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삼불화질소(NF3)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려온 회사다.

최근에는 기업가치가 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SK실트론 경영권 매각 협상도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진행 중이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 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 전문 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사업 자회사 SK엔무브 지분 30%를 재무적투자자(FI)인 IMM크레딧솔루션 측으로부터 8592억6000만원에 매입한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기존 보유 주식까지 합쳐 SK엔무브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SK엔무브 기업공개(IPO)는 잠정 중단한다. SK이노베이션 구원투수로 전격 등판한 장용호 총괄사장 취임 후 첫 번째 리밸런싱이라는 평가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이 2021년 4월 IMM크레딧솔루션 투자를 유치할 당시 2026년까지 SK엔무브 IPO를 추진한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하지만 일각에서 그룹 지주사 SK㈜, 자회사 SK이노베이션에 이어 손자회사인 SK엔무브까지 IPO를 하는 것이 ‘중복 상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권에서 중복 상장에 제동을 거는 상법 개정안 입법이 추진 중인 점도 상장 중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과감하고 신속한 사업 재편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반도체 모듈 기업 에센코어, 산업용 가스 기업 SK에어플러스를 편입했다. 올 들어서는 SK머티리얼즈 산하 반도체 자회사 4곳(SK트리켐, 레조낙, 머티리얼즈제이엔씨, 머티리얼즈퍼포먼스)을 품었다. 반도체 공장 시공부터 소재까지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 회사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SK에코플랜트는 그 대신 공공 하폐수 처리 업체인 자회사 리뉴어스와 리뉴원을 매물로 내놓았다. 또한 SK브로드밴드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를 인수하면서 그룹 데이터센터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다.

잇따른 계열사 매각, 사업 재편을 통해 지난해 219개까지 늘어난 SK그룹 계열사는 올 5월 기준 198개로 21개 줄었다. 그동안 SK그룹 인수·합병(M&A) 전략에 빈틈이 있었다는 점을 뼈저리게 반성한 결과다.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SK실트론과 리뉴원, 리뉴어스 매각 작업이 끝나면 추가로 5조원 넘는 현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SK그룹은 사업 재편, 운영 효율 개선을 통해 2027년까지 80조원의 투자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은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사업을 양대 축으로 하는 미래 사업에 투자한다. 투자 중심축은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으로 현금이 넉넉해진 SK하이닉스가 맡을 계획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현금 창출력이 우수한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신규 사업 투자가 진행되는데, 선택과 집중 작업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아직까지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한 모습이다.

SK그룹은 최근 경기도 이천 SKMS (SK Management System) 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철저한 자기 반성을 바탕으로 경영 기본기에 집중해 신뢰를 회복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일종의 ‘반성문’을 발표했다. “SK 경영진은 운영의 기본과 원칙을 소홀히 하는 것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 진단하고, 본질을 다시 살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통상 SK그룹은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최고경영진(CEO) 메시지 등을 공개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회장이나 수석부회장,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누구도 드러내지 않은 채 ‘SK 경영진’만 앞세웠다. 지난해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고 밝히는가 하면 최창원 의장도 “컴플라이언스(준법) 등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대비된다. 재계 관계자는 “강도 높은 리밸런싱을 진행 중인 SK그룹이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고, SK이노베이션 CEO 교체 등으로 뒤숭숭한 상황이라 경영진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걸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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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SWOT 분석해보니

S 하이닉스 필두로 반도체 두각

한데 모은 반도체 역량 극대화

SK그룹이 위기를 딛고 리밸런싱을 통해 재계 대표 주자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리밸런싱 전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선, 그룹의 강점(Strength)인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고 앞으로 주어질 AI 혁명 등 기회(Opportunity)를 살리는 묘수가 필요하다. 동시에 약점(Weakness)인 재무 구조는 해결하고, 법적 리스크 등 위협(Threat) 요인은 이겨내야 한다.

SK그룹의 강점은 탄탄한 반도체 계열사다. 챗GPT 혁명 이후 HBM 수요가 늘어난 덕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그룹 반도체 계열사 실적이 급등했다. 지난해 23조4673억원을 기록한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올해 36조1241억원(증권사 영업이익 예상치)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리밸런싱 체제 아래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체질도 개선했다. 반도체 소재 사업인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사업에 이어 SK엔펄스 CMP패드사업부까지 연달아 매각한 덕분에 2024년 말 기준 반도체 부문 순차입금은 14조원으로 2023년 말 26조원 대비 50% 넘게 하락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사업 이익이 개선되면서 SK그룹은 반도체, 에너지 부문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국CXO연구소가 92개 대기업 집단 성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SK그룹이 국내 주요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냈다. 27조1385억원으로 삼성그룹(27조352억원)을 제쳤다.

그럼에도 SK그룹은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확고한 옥석 가리기를 통해 그룹 최고 캐시카우인 반도체 산업 강점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SK스페셜티, SK실트론 등 계열사 매각 대금으로 반도체 핵심 계열사를 집중 육성하는 모습이다. 그룹 전체에 퍼져 있었던 반도체 사업은 핵심 회사 3곳에 모은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으로 중심을 잡는 가운데, SK에코플랜트(반도체 소재)와 SKC(유리 기판)가 뒤를 받치는 모양으로 정리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공장 증설, 후공정 팹 신설 등 연이어 시설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선 SK하이닉스의 올해 시설투자 규모가 2024년 대비 67% 증가한 27조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사업부를 정리하는 동시에 반도체 소재 사업을 강화하며 체질을 바꾸는 와중이다. 지난해 11월 이미 SK에어플러스(산업용 가스)와 에센코어(반도체 모듈) 등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덕분에 올 1분기 하이테크 사업(반도체 소재 관련) 부문 매출은 1조1482억원으로 전년 동기(947억원) 대비 약 10배 급증했다. 이어 SK머티리얼즈 CIC 산하 SK트리켐(포토공정), SK레조낙(식각공정),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증착공정),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특수 소재) 등 4개 반도체 공정 소재 기업의 자회사 편입을 추진 중이다. 계획이 완성되면 SK그룹의 반도체 소재·공정 기능은 모두 SK에코플랜트에 집결한다.

주력 사업인 2차전지용 동박 사업 부진에 시달리는 SKC는 ‘유리 기판’에 초점을 맞춘다. 고속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된 차세대 소재로 평가받는 유리 기판은 기존 실리콘 기판 대비 40% 이상 빠른 처리 속도를 지원한다. 전력 소비와 패키지 두께, 생산 시간을 절반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SKC는 최근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3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조달한 자금은 유리 기판 사업의 상업화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활용된다.

“반도체와 더불어 SK그룹의 또 다른 양대 축으로 꼽히는 에너지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그룹 강점인 반도체 사업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비용은 줄이고, 이익은 극대화하려는 리밸런싱 전략이 안착하는 게 중요하다.” 재계 관계자가 전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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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산업은 업계 전체가 구조적인 위기에 빠졌다.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석유화학 산업은 업계 전체가 구조적인 위기에 빠졌다.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W 재무 부담 배터리·석유화학

그룹 현금 창출 치명적 약점

SK그룹 약점은 명확하다. 투자 대비 부실한 성적을 내는 배터리 산업, 그리고 업계 자체가 붕괴되는 석유화학 산업이다. 주력 사업 대다수가 막대한 시설투자(CAPEX)를 요구한다는 점이 변수다. 반도체, 에너지, 통신 등 SK그룹 주력 사업은 초창기 장비와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많은 투자 자금이 필요하다. 반도체나 통신 사업처럼 영업이익이 활발히 나오는 사업부는 부담이 덜하다. 문제는 이익이 나오지 않는 경우다. 그룹이 휘청거릴 정도로 돈을 잡아먹는 ‘블랙홀’로 돌변할 수 있다.

SK그룹 배터리 회사인 SK온이 대표적인 경우다. 2차전지가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자, SK그룹이 2차전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출범시킨 회사다.

문제는 2023년부터 전방 산업인 전기차 산업이 무너지며 SK온 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SK온은 2021년부터 매년 연간 기준 적자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1조1270억원 적자를 내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도 2993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SK온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SK그룹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을 합치는 등 각종 해법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SK온과 SK엔무브 합병설도 솔솔 나온다. 그럼에도 영업적자 해소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올해부터 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등 재무 부담 줄이기에 나섰지만, 단기 차입금이 계속 늘어나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 1분기 말 SK온의 연결 순차입금은 23조4659억원에 달한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SK온을 살리려면 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 등 재무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맡았던 석유화학 부진도 뼈아프다.

핵심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온의 대규모 영업손실과 석유화학 업종 부진으로 실적은 꺾이고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그룹 차원에서 알짜 에너지 기업인 SK E&S와 합병시켜 재무 부담을 줄이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446억원 적자를 냈다. 연결 기준 총 차입금은 49조3241억원으로 무려 50조원에 육박한다. SK이노베이션 주력인 석유화학은 업황 부진 장기화와 극심한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업계 전체가 침체된 상황이다. SK어드밴스드, SK피아이씨글로벌 등 주요 석유화학 계열사 신용등급도 불안한 모습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현재까지 석유화학 계열사의 가시적인 사업 재편 방향은 나오지 않았다.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SK그룹 발목을 잡는 대형 악재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SK온의 경우 북미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서 미국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는 등 그나마 호재가 있다. 반면 석유화학은 시장 자체가 고꾸라진 상황이라 출구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인 사업 재편, 재무 개선 계획이 진행되지 못한다면 SK 석유화학 계열사들은 신용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O 역량 갖췄다, AI는 곧 기회

반도체·통신 역량으로 승부수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었던 2차전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SK그룹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른 게 바로 ‘AI’다. AI는 SK가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과 관계가 깊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구동하려면 뛰어난 성능의 반도체 칩이 필요하다. 서버 관리를 위해선 IT, 통신 기능을 갖춘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프로그램 구동과 데이터센터 유지에는 대량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현재 SK그룹 주력 사업과 일치한다. 타 그룹사 대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미 SK그룹은 지난해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 투자 방향성을 AI·반도체 등 ‘가까운 미래’로 점찍고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석유화학, 이동통신, 반도체에 이어 그룹 성장을 이끌 ‘4차 퀀텀점프’ 동력으로 AI를 지목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AI와 반도체 분야에 82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SK하이닉스), 데이터센터(SK브로드밴드), 통신·ICT(SK텔레콤, SK AX) 등 계열사가 주축으로 나선다. 향후에는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AI 에이전트, 로보틱스, 제조 AI, 에너지, AI 기반 바이오 등 계열사의 모든 경영 활동과 일상에 AI를 접목할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은 “AI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기업의 지속 가능한 생존이 달려 있다. AI와 밀접한 IT 영역뿐 아니라 전기·에너지,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해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과는 이미 나타났다. 지난 6월 20일 아마존웹서비스(AWS), 울산광역시와 협력해 울산에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 AI 전용 데이터센터다. SK하이닉스 HBM 등 첨단 AI 반도체 기술이 적용되고,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지난 25년간 축적한 데이터센터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구축 총괄과 운영을 담당할 예정이다. SK가스, SK멀티유틸리티 등 다른 계열사들도 인프라, 전력,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다. 추후 아마존과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AI 데이터센터는 흔들림 없는 SK의 성장동력이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은 4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T 경영권 흔드는 소송 리스크

힘 모을 시기에 리더십 흔들?

SK그룹을 흔드는 소송 리스크는 여전한 위협 요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소송은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다. 지난해 5월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 665억원에서 20배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재산 분할은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 가치 증가나 경영 활동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봤다.

불복한 최 회장 측이 2024년 7월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현재 1년 가까이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인정돼 최 회장 측이 패소하면 SK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1조원 넘는 현금을 마련하려면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룹 주력 사업이 무너지는 상황 속에서 미래 사업 투자가 절실한 가운데, 이를 이끌어야 할 최 회장이 흔들리면 그룹 전체가 방향성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발생한 SK텔레콤 해킹 사태 관련 소송도 큰 부담이다.

올 4월 SK텔레콤이 해킹을 당해 유심 정보를 비롯한 민감한 정보가 유출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3510명에 달하는 SK텔레콤 이용자들이 SK텔레콤 해킹 사태와 관련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6월 19일 SK텔레콤을 상대로 제기된 집단분쟁조정 2건에 개시를 의결했다. 현재까지 SK텔레콤 해킹 사태와 관련해 4건의 집단분쟁조정이 접수됐다. 분쟁조정에 참여한 이용자는 총 3150명에 달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다른 2건에 대해선 서류보정이 진행 중이고, 향후 추가 신청도 받게 돼 이용자 참여 규모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분쟁조정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도 331명에 달한다. 분쟁조정과 소송 결과에 따라 SK텔레콤은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 SK텔레콤 재무 구조 악화는 물론 그룹 이미지 추락도 불가피하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6호 (2025.07.02~07.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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