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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던 빌라, 다시 볕드나

월별 거래량 어느새 3천건 회복

  • 정다운
  • 기사입력:2025.06.03 21:00:00
  • 최종수정:2025-06-02 15: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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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 거래량 어느새 3천건 회복
서울 연립·다세대주택(빌라) 월별 거래량이 2년 8개월 만에 3000건을 넘어섰다. (윤관식 기자)
서울 연립·다세대주택(빌라) 월별 거래량이 2년 8개월 만에 3000건을 넘어섰다. (윤관식 기자)

# 서울 중구 신당동의 Y빌라(전용 39.14㎡)는 지난해 5월 2억6000만원에 팔렸다가 지난 3월 3억45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1년이 채 안 돼 시세가 8500만원(32.7%) 훌쩍 오른 셈이다. 신당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빌라 시장이 침체돼 있던 시기에는 제때 산 가격에만 되팔아도 다행이었다”며 “요즘은 빌라 거래도 늘고 더러는 오른 가격에 팔리는 매물도 꽤 있다”고 전했다.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이하 빌라) 월별 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약 3년 만에 3000건을 회복했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계속되자 내집마련에 나선 수요자들이 빌라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거래 가격도 전세사기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 수준을 회복하는 등 한동안 외면받던 서울 빌라 시장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빌라 매매 거래량은 올 1월 1827건, 2월 2299건을 기록한 이후 3월에는 3024건까지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월(2304건)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1년 만에 31.3% 훌쩍 늘었다. 서울 빌라 거래량이 3000건을 넘은 것은 2022년 7월(2306건)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전세사기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 5월, 6월만 해도 빌라 거래량은 각각 4472건, 3866건이었다.

서울 빌라 매매수급 동향은 지난 4월 기준 99.4를 기록하며 ‘수요 우위(100 이상)’에 바짝 다가섰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가 늘고 거래도 증가하면서 빌라 몸값도 높아졌다. 3월 서울 빌라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143.7로 전월(140.9)보다 2.05% 오르며 3개월 연속 상승세다. 3월 상승폭은 2022년 6월(2.3%) 이후 가장 높다. 실거래가지수는 시세 중심의 매매가격지수와 달리 실제 거래된 가격을 동일 주택형의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가 기준점인 100 이상일 경우 ‘상승’을, 100 이하일 경우엔 ‘하락’을 뜻한다.

사진설명

서울 빌라 거래 32개월來 최대

3월에만 3천건…1년 만에 31%↑

아파트, 빌라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주택 매매가격이 폭등했던 2020~2021년만 해도 빌라는 갭투자(전세 낀 매매) 하기 좋은 인기 상품으로 통했다. 이때는 빌라도 가격이 매년 10%가량 올랐다. 하지만 빌라 등 비(非)아파트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급격히 위축됐다. 서울 빌라 가격은 2022년 한 해 동안 2.22% 떨어졌고, 2023년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으나 상승폭(0.85%)이 크지 않았다.

전세사기 여파가 누그러진 지난해 한 해 동안 빌라 매매 가격은 3.44% 오르며 조금씩 회복세를 나타냈다. 올 들어서는 1분기에만 3.58% 뛰며 지난해 연간 상승률을 이미 넘어섰다. 올 1분기 전세보증 사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감소하는 등 전세사기 불안이 한층 완화되면서 같은 기간 경기도 빌라 실거래가도 1분기 1.4% 상승했다. 다만 인천 지역 빌라 실거래 가격이 2.86%, 지방은 2.57%씩 각각 내리며 여전히 약세를 보이는 중이다.

입지 선호도가 높은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빌라 수요와 가격이 회복한 건 실수요자 다수가 선호하는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빌라가 ‘저렴해 보이는’ 효과가 생겼기 때문이다. 일례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11.3% 오른 반면 같은 지역 빌라 가격은 2% 오르는 데 그쳤다. 여기에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낀 내집마련 수요자와 투자자에게 주요 입지 빌라들이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2억원을 넘어섰다. 웬만한 소득 직장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반면 빌라 중위가격은 2억8000만원 수준이다. 물론 빌라 면적이 대체로 아파트보다 작은 영향도 있지만 어쨌든 지역에 따라 2억~5억원대 자금으로도 내집마련이 가능한 셈이다.

여기에 올 1분기 전세보증 사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감소하는 등 전세사기 불안도 한결 누그러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아파트 매매·전세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며 “서울 신축 빌라 물량이 감소하고 전세사기 여파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빌라 등 비(非)아파트 수요를 살리려는 정부 정책도 빌라 시장이 살아나는 데 영향을 줬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수도권 전용 85㎡ 이하, 공시가격 5억원 이하 빌라를 보유한 1주택자가 아파트에 청약을 넣을 경우 무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했다. 빌라 공시가격이 통상 시세의 50~70% 선에 책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시세 7억~8억원 빌라 소유자도 무주택자 혜택을 받는 셈이다. 아파트 청약 가점을 쌓기 위해 전·월세로 거주 중인 무주택자를 빌라 매매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이었다.

서울시의 ‘모아타운’ 등 노후 주거지 정비사업으로 재개발 기대감이 커진 것도 빌라 시장이 살아나는 데 한몫했다. 노후 주거지 정비사업 지역에 빌라를 사놓고 기다리면 재개발이 될 경우 조합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 목적으로 빌라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실제 모아타운 사업이 활발한 은평구는 지난 3월 빌라 거래량이 269건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았다.

특히 강남 3구·용산구 내 아파트 단지들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반면 같은 지역 단독·다가구주택과 빌라는 이 규제를 피해갔고, 이들 지역 중에서도 재개발 또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 빌라는 투자자가 몰리는 반사이익을 봤다. 일례로 용산구에서는 한남1~5구역이 뉴타운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고, 송파구에서는 ‘강남권 유일 재개발’인 거여마천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서초구 방배동에는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단독·다가구주택, 빌라가 밀집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빌라 가격이 과거처럼 크게 오르긴 어렵다며 특히 투자 목적인 경우에는 환금성과 시세차익 기대치가 낮아 비아파트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0~2021년 전국적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빌라 가격도 같이 뛴 건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거래가 제때 잘 이뤄지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는 빌라는 국내 주택 시장에서 대표적인 비선호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개발 호재가 있는 빌라는 아파트 못잖게 높은 웃돈이 붙어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낮은 가격에 매력을 느낀 실수요자가 진입한 측면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2호 (2025.06.04~2025.06.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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