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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정신의 조우 – 강민수ㆍ김중백 개인전 <달 아래 흰 그릇>

  • 오재현
  • 기사입력:2025.05.02 16:25:37
  • 최종수정:2025.05.02 16: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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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도예가와 김중백 화가의 전시회 <달 아래 흰 그릇>과 <환원>이 갤러리 비선재에서 오는 5월 7일부터 6월 1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한국 미술이 지닌 자연과 정신의 깊은 접속을 탐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사진설명

강민수 작가는 흙과 불, 물과 공기라는 근원적 요소를 다루며, 조선백자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온 도예가이다. 그의 작품은 완벽을 지양하는 비정형성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품으며, 달빛을 머금은 듯한 백자의 투명성과 고요함을 지닌다.

강민수 작가의 달항아리 작품 <2502-3>은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백자 세계의 현대적 계승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이 달항아리는 전통 조선백자의 미학을 존중하면서도 현대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려는 섬세한 감각을 담아낸다. 완벽하게 균질하거나 기계적으로 정제된 형태를 지양하고, 흙과 물, 불의 자연스러운 작용이 빚어낸 약간의 비대칭성과 미묘한 흐름을 품고 있다.

김중백 작가는 대형 캔버스 위에서 무심히 그리고 지우는 반복 과정을 통해, 결과와 목표를 초월하는 수행적 세계를 펼친다. 그는 인도, 네팔, 태국에서의 체류 경험을 통해 터득한 청정한 심성을 바탕으로, 물질적 한계를 넘어선 자유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탐구해 왔다.

김중백 작가의 2024년 신작 <Macrocosm>은 그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수행적 회화의 깊이를 집약하는 대표적 작품이다. 180×150cm의 대형 화면은 전통적인 구성이나 기획을 거부하고, 오롯이 특별한 그리기(긋기, 흘리기, 낙서)와 지우기라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생성과 소멸의 흔적을 쌓아 올린다.

<달 아래 흰 그릇>과 <환원>이라는 전시 제목은 두 작가가 각각 다른 재료와 방법으로 접근하면서도, 깊은 곳에서 하나의 대화를 나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백자의 침묵과 회화의 비움, 질료의 무게와 정신의 청정함이 맞닿아, 관람객을 존재의 근원으로 이끈다.

이번 전시는 오늘날의 미술이 회복해야 할 본질적 울림을 담아내며, 자연성과 정신성, 물성과 비물성의 경계에서 사유하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18시까지이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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