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찾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20일(현지시간)까지 나흘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제23차 세계한상대회(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기업전시회를 찾은 현지 바이어는 "기존 공급처를 대체할 인테리어 소품·자재 기업을 발굴하고 있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한상대회 기업전시장은 첫날부터 해외 바이어를 중심으로 3000여 명이 찾으며 북새통을 이뤘다. 최근 미·중 간 관세전쟁으로 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 바이어에게 이번 기업전시회는 단비 같은 기회로 여겨졌다.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자재 유통망 홈디포 같은 굵직한 바이어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현장을 찾았다.
전시회에서는 실제로 많은 계약이 체결됐다. 한상 홈쇼핑월드(대표 릭 김)는 한국 중소기업 두 곳과 450만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천안에서 전통 쌀로 소곡주를 만드는 슬로커는 시카고 지역 한인 기업인 진명과 700만달러, KHO와 380만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관세 장벽을 피해 미국에 직접 생산시설 구축을 검토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간편조리식을 만드는 후안식품은 미국 현지 생산을 위해 용지를 물색하고 공장을 건설하는 2500만달러 규모 건설계약을 아르코(ARCO)와 맺었다.
코스트코 등에 물티슈를 납품하는 한울생약의 한종우 대표는 "관세 부과로 한국 생산 이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우려된다"면서도 "중국에서 물티슈를 만들던 바이어들이 최근 우리를 찾아와 생산을 요청하고 있어서 기회가 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국가안보 전략 제품이 된 드론을 미국 내에서 제조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기업도 나왔다. 구미에 위치한 무인 항공기용 전기엔진기업 이트레인코리아의 이의천 대표는 "우리는 중국산 부품을 쓰지 않고 모터를 만들 수 있으면서도 성능이 기존 제품 대비 훨씬 뛰어나다"며 "이런 강점을 가지고 미국 방산기업을 공략하고자 왔다"고 설명했다.

한류 열풍의 또 다른 한 축인 K뷰티 기업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키스그룹은 '살롱을 집으로'라는 구호 아래 패션 네일과 인조 속눈썹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뷰티 전문회사다. 미국 내 인조 네일 92%, 인조 속눈썹 36%의 점유율로 독보적 지위를 확보했다. 뷰티 체험을 위해 줄을 선 한 참가자는 "키스가 한국 기업인지 전시회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19일에는 미국 연방정부의 공공조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공공조달포럼'도 열렸다. 'K기업을 위한 미국 정부 조달 성공 전략'이라는 책을 쓴 매슈 리 대표가 소기업 8(a) 인증을 통해 조달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기기를 만드는 닷의 최아름 이사는 "장애인 대상 제품이어서 공공조달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면서 "한상들을 만나 연방 및 주정부를 공략할 기회를 찾아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특별취재팀 = 미국 애틀랜타 송성훈 산업부장 / 윤원섭 특파원 / 정승환 기자 / 이덕주 기자 / 오찬종 기자 / 박윤균 기자 / 박동환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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