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경동시장 어떻게 ‘핫플’로 떠올랐나…대기업 손잡고, SNS로 이미지 UP

노인들의 홍대? NO!…新MZ 핫플 ‘경동시장’ [스페셜리포트]

  • 반진욱,이유리,류승현,김지연
  • 기사입력:2024.04.05 15:54:51
  • 최종수정:2024.04.05 15:54:5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노인들의 홍대? NO!…新MZ 핫플 ‘경동시장’ [스페셜리포트]

사실, 경동시장은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 상권 중 하나였다. 건물이 허름하고 낡은 데다, 즐길 거리가 없어 젊은 세대가 선호하지 않았다. 다 무너지던 낡은 시장이 ‘핫플’로 떠오른 이유로 현장 상인들은 3가지를 제시한다.

LG전자가 만든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는 스타벅스 경동1960점과 함께 젊은 세대를 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레트로 열풍 흐름을 타고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윤관식 기자)
LG전자가 만든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는 스타벅스 경동1960점과 함께 젊은 세대를 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레트로 열풍 흐름을 타고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윤관식 기자)

첫째 ‘대기업의 진출’이다. 현장에서 마주한 대다수 상인이 ‘스타벅스 경동1960점’과 ‘금성전파사’ 개점을 ‘반전의 계기’로 뽑았다. 스타벅스와 LG전자는 2022년 말 경동시장 상인회와 손잡고 시장 본관 3~4층에 ‘스타벅스 경동1960점’과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를 개장했다. 1962년 지어진 ‘경동극장’의 상영관·영사관, 매표소·매점을 탈바꿈한 공간이다. 버려져 있던 경동극장 리모델링 비용을 두 회사가 나눠서 부담하고, 각자 개성을 살린 매장을 운영하기로 했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이익 공유형 매장’인 ‘커뮤니티 스토어 5호점’으로, 판매된 모든 품목당 300원을 적립해 경동시장 지역상생기금으로 쓰인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경동시장과 제기동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MZ세대 복고 감성을 자극해 인증사진을 찍는 ‘인스타 성지’로 떠올랐다. 오래된 영화관인 ‘경동극장’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전략이 통했다. 스타벅스는 243평 규모 공간에 레트로 느낌이 물씬 나도록 목조 설계를 유지했고, 200석 규모 좌석은 극장처럼 계단식으로 만들었다. 주문 고객의 음식과 음료가 준비됐음을 알리는 닉네임을 벽면에 영화 크레디트처럼 크게 걸어놓는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하루 평균 1000명 이상, 주말에는 2000명 이상 방문객이 찾는다. 특히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항상 사람이 붐벼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같은 건물 3층에 위치한 LG전자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는 방문 고객의 고민을 듣고, 스타일부터 마음을 ‘무엇이든 고쳐준다’는 콘셉트의 복합문화공간이자 팝업스토어다. 경동시장 옛 모습과 테마 영상을 상영하는 거대한 LG LED 사이니지로 채워놨다. 굿즈를 만들고 게임하는 등 젊은이들이 다양한 체험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6개 공간이 있다. 현장 혹은 온라인으로 회원가입을 하면 모든 체험은 무료다. 폐가전에서 추출한 재생 플라스틱으로 액세서리를 만들고 LG 슈케어를 체험하는 ‘스타일고침’ 코너, 1990년대를 풍미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분고침(금성오락실)’, 고민 가득한 방에서 힌트를 통해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탈출 게임장인 ‘고민탈출(ThinQ 방탈출)’ 등으로 구성됐다.

유튜브에 나오는 맛집을 중심으로 젊은 세대의 인기가 상당하다. 사진은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나와서 이름을 알린 남원통닭(좌). 황해도순대는 유튜브 ‘떡볶퀸’ 영상에 가성비 맛집으로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우). (윤관식 기자)
유튜브에 나오는 맛집을 중심으로 젊은 세대의 인기가 상당하다. 사진은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나와서 이름을 알린 남원통닭(좌). 황해도순대는 유튜브 ‘떡볶퀸’ 영상에 가성비 맛집으로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우). (윤관식 기자)

두 번째는 유튜브 열풍이다. 2030세대가 시청하는 유튜브에 경동시장이 소개되면서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떡볶퀸’ ‘성시경의 먹을텐데’ ‘홍석천 이원일의 천하일미’ 등 유튜버들이 다녀간 이후 젊은 고객이 급격히 늘었다는 설명이다. 떡볶이 전문 유튜브 채널 ‘떡볶퀸(구독자 53.8만명)’이 ‘황해도순대’에서 구매한 1.5㎏어치 모둠 순대 리뷰 영상은 조회 수 100만회를 훌쩍 넘었다. 순대 이외에도 떡볶퀸이 직접 구매하고 맛본 김밥, 도넛, 만두 등은 경동시장의 유명한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40년간 전통 꽈배기·찹쌀도넛을 팔아온 ‘40년전통그시절그맛’ 주인 A씨는 “떡볶퀸이 다녀간 후로 경동시장에 사람이 정말 많아졌다. 새로 일할 직원도 현재 구하고 있다”며 “주말에는 손님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라고 밝혔다. 이곳은 지난 1월 방송인 홍석천과 이원일이 방문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시장 골목 구석구석 숨겨진 맛집 골목은 ‘성시경 효과’를 보고 있다. 가수 성시경은 자신이 운영하는 맛집 유튜브 채널 ‘먹을텐데’에 경동시장 콘텐츠를 3차례나 올렸다. 통닭골목에 있는 ‘남원통닭’, 경동시장 신관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칼국숫집, 곱창·만두전골로 유명한 ‘대가전골’까지. 각 영상 조회 수는 3월 21일 기준 139만회, 163만회, 78만회에 달한다. 이미 맛집으로 알려진 곳들이지만 성시경 유튜브가 알려진 후 시장 곳곳에 숨겨진 맛집을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고.

셋째, 저렴한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경동시장 상인들은 도매업을 같이 병행한다. 때문에 소매 판매만 진행하는 다른 가게에 비해 가격이 압도적으로 싸다. 가격 경쟁력만 따지면 유통 대기업의 슈퍼마트보다도 높다. 일례로 시장 입구에 위치한 정육점 ‘이천농장’의 3월 20일 기준 국내산 생삼겹살 가격은 한 근(600g) 1만1000원, 생목살은 한 근 8000원이다. 같은 날 기준 서울 대형마트 평균 국내산 생삼겹살 가격은 한 근 1만6740원이다. 대형마트와 비교했을 때 35%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고물가 시대에도 워낙 저렴한 가격에 줄이 끊이지 않는다고. 다른 농산물 가격도 저렴하다. 최근 ‘금사과’로 불리는 사과는 청송 부사 큰 것 5개, 작은 것 7개에 1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됐다. 개당 4000~5000원에 팔리는 서울 대형마트보다 2~3배 이상 저렴한 셈이다. 경동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물가가 저렴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취급하는 물량이 많고 도매가로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고 답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2호 (2024.03.27~2024.04.02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