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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OCI그룹의 핵심 가치는 ‘차·차·차’ 1년에 비행시간만 540시간… 세계 곳곳 누비며 신규사업 찾는데 올인

  • 채수환,안재형
  • 기사입력:2025.11.27 14:06:00
  • 최종수정:2025-11-27 14: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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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조예가 깊은 이우현 회장이 서울 소공동 OCI 본사 빌딩 1층에 직접 촬영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회장은 미국 와이오밍 주의 대자연을 담기 위해 직접 1억 5000만 화소급 카메라로 촬영한 여러 이미지를 정교하게 합성하고,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해 엔비디아 블랙웰 GPU가 탑재된 컴퓨터로 작업했다.
사진에 조예가 깊은 이우현 회장이 서울 소공동 OCI 본사 빌딩 1층에 직접 촬영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회장은 미국 와이오밍 주의 대자연을 담기 위해 직접 1억 5000만 화소급 카메라로 촬영한 여러 이미지를 정교하게 합성하고,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해 엔비디아 블랙웰 GPU가 탑재된 컴퓨터로 작업했다.
▶ He is
1968년생. 서강대 화학공학과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를 졸업했다. 2005년 동양제철화학(현 OCI)의 전략기획본부장(전무)으로 입사했다. 2007년 OCI 사업총괄 부사장, 2013년 OCI 대표이사 사장, 2019년 OCI 대표이사 부회장을 거쳐 2023년 5월 출범한 지주회사 OCI홀딩스의 회장에 선임됐다.

지난 11월 11일, OCI홀딩스의 3분기 실적 설명회 현장에서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토론의 주체는 이우현 OCI 홀딩스 회장. 여타 기업의 오너 경영인이 전문 경영인을 앞세우는 것과 달리 이 회장은 OCI사업총괄 부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직접 IR을 주재하며 경영 성과와 사업 전망, 재무현황을 설명 해오고 있다. 무대 위에선 쓴소리 다분한 질책도 피하지 않는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까다로운 질문에도 직접 나선다.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한 관세정책에 고객사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한 사실엔 ‘상상도 못 해본 숫자’ ‘전대미문의 사건’이란 말과 함께 기업 입장에서 드러내기 쉽지 않은 불확실한 변수도 가감 없이 툭 공개한다. 덕분에 참석한 주주들은 그룹의 현 상황과 고민, 이에 대응하는 중장기 전략을 오너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오너를 통해 현 상황을 직시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특권”이라며 “앞으로의 성과와 기업 전망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좀처럼 대응할 수 없는 소통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소재, 에너지 발전, 데이터 산업’ 포트폴리오 확장

지난 11월 중순, 서울시 중구 소공로의 OCI빌딩에서 만난 이우현 회장은 “1년에 비행기에서 머무는 시간만 540여 시간에 달한다”며 “이달에만 미국과 말레이시아 생산기지를 점검하고 일본과 베트남에서 신사업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현장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무실에 머무는 것보다 현장을 맞닥뜨리고 사람을 만나는 부지런함이 경영이자 소통이란 의미다.

올해 창립 66주년을 맞은 OCI그룹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건설, 의류, 농업 등 베이직 케미컬 분야의 기초·화학 소재로 시동을 걸었다. 수많은 산업용 화학제품의 국산화를 이끌며 선도주자가 된 동양제철화학(현 OCI)이 태양광 소재 기업으로 변신한 건 2005년 이우현 회장이 전략기획본부장(전무)으로 합류한 이후였다. 이 회장은 “변신이 절실했던 시기에 태양광 발전의 가능성을 봤고, 진행 중이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사업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으로 전환하는 것도 수월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근 실적 설명회 현장에서 이우현 회장은 AI 시대에 발맞춰 ‘반도체 소재’ ‘에너지 발전’ ‘데이터 산업’ 등 고성장·고부가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포트폴리오 전환에 나선다는 또 한번의 변신을 선언했다.

반도체 8대 공정 중 5개 공정(폴리실리콘, 인산, 과산화수소, 반도체 전구체, 흄드실리카)에 제품과 원료를 공급하고 있는 OCI 주식회사는 웨이퍼의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인산의 수주 물량 확대에 따라 연간 생산량을 2만 5000t에서 3만t 규모로 확대하는 등 반도체 소재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OCI 테라서스는 일본 도쿠야마와의 합작법인 OTSM을 통해 2029년부터 연간 8000t 규모의 11-Nine급(99.999999999%) 초고순도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양사는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사말라주 산업단지에서 합작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OTSM의 지분은 각각 5:5로 총 4억 3500만달러(한화 약 6000억원)가 투자된다. 합작 상대인 도쿠야마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글로벌 생산량 3위 업체다. 그동안 한·일 기업 간 반도체 협력은 주로 완제품이나 장비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이처럼 소재 분야(제조 공정 중 사용되는 화학물질 제외)의 합작은 이번이 처음이다. OCI홀딩스 측은 “이미 OCI 군산공장에서 연간 4700t 규모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라 추후 고객사 확보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OTSM이 생산할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벌써부터 한국, 일본, 대만의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태양광용과 달리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로 글로벌 시장에서 OCI를 포함해 독일의 바커, 미국의 헴록, 일본의 도쿠야마 등 소수의 기업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올 2월 이스라엘 태양광 기업 아라바 파워(Arava Power)와 260MW 규모의 선로퍼(Sun Roper) 프로젝트 합작법인 협약을 체결한 미국 자회사 OCI 에너지(Energy)는 30여 개의 태양광 프로젝트 총 6.6GW(태양광 3.5GW, ESS 3.2GW) 규모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미국 텍사스에 집중되고 있는 최소 1GW급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우현 회장은 “OCI 에너지는 현재 미국 텍사스 내 태양광 발전과 개발시장에서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텍사스를 거점으로 북미 유틸리티 태양광과 ESS 시장의 핵심업체로 리더십을 굳히기 위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 회장은 “미국의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BBBA)’이 내년 1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비(非)중국산 폴리실리콘과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OCI홀딩스 제품 경쟁력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까지는 중국산을 써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비 금지외국기관(Non-PFE) 요건을 충족해야 세제혜택과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OBBBA 발표 이후 사업 방향을 태양전지에서 웨이퍼로 전환했고, 베트남 웨이퍼 회사를 인수해 현지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며 “연내 인수가 마무리되면 폴리실리콘 판매에서 웨이퍼 공급으로 사업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OCI 테라서스는 싱가포르에 특수목적법인 OCI 원(ONE)을 설립하고 10월 말 완공을 앞둔 글로벌 태양광 기업의 베트남 웨이퍼 공장 지분 65%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엘리트 솔라 파워 웨이퍼(Elite Solar Power Wafer Co. Ltd)가 건설 중인 연산 2.7GW 규모의 웨이퍼 공장이다. OCI홀딩스 측은 “이 베트남 웨이퍼 공장은 향후 4000만달러(한화 약 560억원) 추가 투자 시 6개월 이내에 5.4GW로 확장이 가능해 전략적 투자로 단기간에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 먹거리로 데이터센터 개발사업 낙점

AI 데이터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OCI홀딩스는 미래신성장동력으로 전력 인프라 중심의 데이터센터 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검토에 나섰다. OCI홀딩스 측은 “지난 2011년부터 북미 태양광 및 ESS 프로젝트 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OCI에너지가 그간 쌓아온 디벨로퍼 역량과 이미 전력·용수 등의 인프라가 갖춰진 OCI의 유휴부지를 활용하면 신속한 개발이 가능하다”며 “특히 부지 확보, 인허가, 설계, 자금조달, 시공, 운영 등의 단계별로 진행되는 디벨로퍼의 핵심 역량은 데이터센터 개발과 매우 유사해 사업 전환에 있어 전략적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OCI에너지는 현재 총 3.5GW 규모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텍사스 샌안토니오에서 북미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 건설 사업인 ‘알라모 프로젝트’도 도맡았다. OCI그룹은 미국을 시작으로 국내와 여타 국가로 사업 무대를 넓힐 계획이다. 전북 군산에 있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공장과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 주변 부지를 AI 데이터센터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 중 수직계열화 없어, 강점인 분야로 승부”
사진설명

Q 최근 중국계 태양광 기업 엘리트솔라파워가 베트남에 건설한 태양광 웨이퍼 공장 지분 65%를 확보하며 웨이퍼 사업에도 진출했습니다. 이번 인수로 태양광 수직계열화가 완성됐다는 평가인데.

A 태양광 발전에 가장 중요한 게 태양광 모듈이에요. 이걸 만들려면 태양전지가 필요합니다. 또 태양전지를 만들려면 웨이퍼가 필요하죠. 바로 그 웨이퍼의 원재료가 폴리실리콘이에요. 저희가 폴리실리콘을 만들어 웨이퍼 회사에 납품하는 서플라이 체인인데, 올 4월에 갑자기 어마어마한 관세가 부과되면서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진 거예요. 올 초에 미국에 태양전지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고 준비 중이었는데, 모든 게 중단됐습니다. 웨이퍼를 수입해서 태양전지를 만든다는 근간이 흔들렸어요. OBBBA 법안이 확정되고 중국을 배제하고 공급망을 재편하라는 미국의 규제가 발표되면서 태양전지 투자 계획을 무작정 연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 세계 웨이퍼 시장의 95%가 중국산이거든요. 미국에 태양전지 공장을 지은들 비중국산 웨이퍼를 수입할 방법이 없는거죠. 그래서 태양전지보다 웨이퍼를 공급하는 구도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엘리트솔라는 저희와 오래 거래가 있는 기업인데 아마도 굉장히 아까웠을 겁니다. 향후에 투자를 통해 웨이퍼 비중을 점차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Q 공장 지분을 65%까지 높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A 어차피 투자하려면 지분이 높은 게 당연히 좋지요. 그 만큼 더 많은 성과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수직계열화라는 평가는 태양전지와 태양광 모듈까지 포함해야 하는 건데, 그런 생각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만큼 리스크도 높아지는 것 아닙니까. 저희의 강점인 폴리실리콘과 웨이퍼에 집중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생각입니다. 미국에서의 시장점유율 약 50%가 현재 목표죠.

Q 미국 자회사 OCI 에너지는 텍사스 내 태양광 발전 및 개발 시장에서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올 초 텍사스 외 다른 지역으로의 확장도 말씀하셨는데.

A 지금으로선 텍사스만 해도 너무 시장이 좋아서 굳이 다른 지역을 돌아볼 이유가 없습니다.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의 약 2/3가 미국에 세워지는데, 그 중 40%가 텍사스에 있습니다. 굉장히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집중하려고 합니다.

Q 최근 국내에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한미 관세 협상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A 저희는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이 없어서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지정학적 위치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됐어요. 사실 2017년 중국의 반덤 핑 과세에 참 힘들었거든요. 말레이시아로 진출한 이유이기도 하죠. 미국과 중국 양쪽의 영향을 덜 받는 지역이거든요. 소재 사업이 성공하려면 첫째,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이 있어야 하고 둘째,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은 둘 다 약하죠. 결국 조건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당연히 지정학적 고려가 뒷받침 돼야죠. 저희 파트너사들이 공장을 옮기는 곳이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인데, 두 나라 모두 친미 국가이자 친중 국가입니다.

Q 대표적인 3세 경영인이신데, 이수영 선대 회장님이 강조하신 경영철학이라면.

A 2017년에 돌아가셨는데, 잔소리를 들었던 기억은 없어요.(웃음) 집요할 만큼 디테일에 강하셨습니다. 사업이나 투자에 있어서 굉장히 꼼꼼하게 챙기셨지요.”

Q OCI의 미래 행보가 궁금해지는데요.

A 제 큰딸이 미국 오라클에서 일하고 있는데, 10년 전 시가 총액이 약 40조원이었습니다. 글로벌 ERP 기업인 SAP의 반도 안됐었지요. 그런데 현재는 약 1조달러에요. 본업이 ERP였는데 갑자기 클라우드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완전히 AI 기업으로 돌아섰지요. 오라클 정도의 변화는 못한다 해도 제조 중심의 회사에서 서비스 회사로 전환을 하려고 합니다. 현재 태양광 기자재와 폴리실리콘, 모듈, 태양광 발전소 등의 제조업은 판매 후에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구독 서비스는 초기 사업이 어려워서 그렇지 한번 만들어놓으면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 데 공들이고 있습니다.

Q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A 현재 텍사스의 발전 시장은 120GW 정도인데,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에서만 24GW가 필요합니다. SMR(소형모듈원전)을 말씀하는 분들도 있는데, 지금 시작해도 2040년에 완성될 겁니다. 현실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외엔 답이 없죠. ESS를 통해 안정적인 전기 공급에 나서면 어떨까요. 직접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능력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AI 데이터센터가 운영될 수 있는 유틸리티 서비스는 가능합니다.

Q OCI그룹에 입사하려면 어떤 조건이 우선돼야 합니까.

A 저희는 ‘차·차·차(Chance·Challenge·Change)’ 정신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글로벌 환경에서 협업할 수 있는 역량, 혁신을 향한 적극적 자세, 그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책임감 있는 행동을 실천하는 인재를 원하고 있습니다.

Q 사업을 꿈꾸는 이들과 일구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하신다면.

A 현장을 보고 사람을 만나는 부지런함이 중요합니다. 열린 마음과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담 채수환 국장 · 정리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3호 (2025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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