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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보고 결말 바꾸는 영화관 AI 나온다

CGV, 관객 따라 서사 다른
'인터랙티브 시네마' 추진
영국선 상영 일정 AI 등장
美선 '맞춤형 영화' 추천도

  • 김유태
  • 기사입력:2025.08.15 16:26:46
  • 최종수정:2025-08-15 19: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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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과 양쪽면, 천장까지 총 4개면을 스크린으로 사용하는 CJ CGV의 스크린X(SCREENX)의 모습. CJ CGV가 최근 발표한 '인터랙티브 시네마'는 더 진화환 미래형 극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경DB
정면과 양쪽면, 천장까지 총 4개면을 스크린으로 사용하는 CJ CGV의 스크린X(SCREENX)의 모습. CJ CGV가 최근 발표한 '인터랙티브 시네마'는 더 진화환 미래형 극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경DB
넷플릭스에서 2019년 공개된 8부작 콘텐츠 '당신과 자연의 대결(You vs. Wild)'은 독특한 설정으로 주목받았다. 세계적인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가 정글, 사막, 설원 등을 탈출하는 이야기였는데, 콘텐츠 시청자가 베어 그릴스의 '선택'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령 베어 그릴스가 강가에 도착하면 그가 나무로 뗏목을 만들어 강을 건널지, 직접 온몸으로 헤엄쳐 강을 건널지를 시청자가 리모컨이나 앱 버튼을 '클릭'해 결정하는 식이었다. 이런 방식의 영상을 '인터랙티브 콘텐츠'라 부른다.

그런데 만약,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아닌 일반 영화관에서도 구동된다면? 극장 관객의 반응에 따라 서사의 흐름이 판이해지고, 극장 스크린에 보이는 서사가 여러 갈래로 쪼개진다면? 말이 안될 것만 같은 미래 기술이 인공지능(AI)을 통해 점차 현실화할 전망이다. CJ CGV가 '인터랙티브 시네마' 상영관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최근 내비쳐서다.

CJ CGV는 최근 생성형 AI와 XR(가상·증강현실) 콘텐츠 전문 기업인 아리아스튜디오와 함께 AI 기반 관객 참여형 인터랙티브 시네마 상영관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직 업무협약(MOU) 단계여서 어떤 콘텐츠가 영화관에 본격 소개될지 또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콘텐츠의 흐름'에 극장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방안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CJ CGV는 정면의 1개 화면과 좌우 양면, 나아가 천장까지도 스크린으로 활용해 3개면 또는 4개면을 통째로 스크린으로 쓰는 스크린X(SCREENX), 모션시트(움직이는 의자)에 바람, 물방울, 안개, 번개, 눈, 향기 등의 효과까지 강조한 4DX 상영관을 도입해 호응을 얻었는데, 인터랙티브 시네마는 한 단계 더 진화한 형태의 미래형 상영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때 인터랙티브 시네마의 쟁점은 AI다. 관객이 원하는 서사 흐름을 감지하기 위해 AI를 이용한다는 게 골자기 때문이다. 관객의 음성이나 감정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진호 CJ CGV 국내사업본부장은 "기술과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미래형 극장 경험을 선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관이 AI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점차 늘고 있다. AI가 영화관 주요 관객 성향을 파악해 극장별 상영 일정을 짜기도 하고, 관객의 성향을 파악한 뒤 영화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이 분야를 적극 활용한 기업으로는 영국의 '뷰(VUE)'가 대표적이다. 작년 5월 영화·TV·엔터테인먼트 전문 매체 데드라인과의 인터뷰에서 팀 리처드 뷰 창립자는 "AI 모델을 자체 구축해 2년간 53개 베타 버전을 테스트했다. AI가 모든 스크린 예약을 담당하는데, 어떤 영화관에서 어떤 스크린에서 어떤 영화를 언제 개봉할지를 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AI로 관객의 선호 영화 동향과 요일별 예상 관객 수를 미리 파악하고 어느 상영관에 몇 명이 몰릴지, 어느 시간대에 어떤 영화를 상영해야 할지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미국 AMC는 관객 맞춤형 영화 추천 시스템을 이미 활용 중이다. AI 기반 분석도구를 활용해 관객의 영화 관람 이력과 취향을 분석한 뒤 이에 맞는 영화를 실시간으로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AMC의 AI 영화 추천 시스템은 티켓 판매량과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높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심지어 극장 티켓 값을 차등 적용하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영화관도 나타났다. 포브스의 작년 5월 보도에 따르면 미국 영화체인 '리걸 시네마스(Regal Cinemas)'는 영화의 예상 흥행 정도, 관객들의 좌석 선호도, 또 시간대에 따라 관람권 가격을 달리 적용하면서 AI를 활용했다고 한다. 빈 좌석은 결국 적자 심화로 이어지기에 인기 있는 영화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인기가 덜한 '중박' 영화는 저가로 판매하는 데 AI를 활용했다고 포브스는 보도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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