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CJ그룹 '기업사'를 담았다. 우리나라 최대 식품·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일군 CJ의 뿌리에 있는 삼성그룹과 제일제당 이야기다. 저자는 신문사 취재기자를 거쳐 언론사 대표 등을 지내며 수많은 그룹의 흥망성쇠를 지켜봤고 그 경험을 토대로 써온 기업별 '오디세이아' 시리즈의 CJ 편을 내놨다.
CJ그룹은 이재현 현 회장이 제일제당을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독립 경영하기로 선택하면서 지금의 기틀을 세웠다. 계열 분리가 완료된 게 1995년이다. 그러나 저자의 이야기 보따리는 1953년 제일제당 설탕공장이 세워진 시기로 더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장의 할아버지이자 삼성그룹 선대 회장인 호암 이병철 시절이다. 한국을 설탕 수입국에서 생산국으로 변모시키겠다며 창립한 이 회사는 세계적 대기업이 된 삼성그룹의 모태가 됐다. 저자는 "제일제당의 성공을 토대로 제일모직, 금융, 유통, 조선 그리고 지금의 가전, 반도체 산업까지 계열사가 커졌다"고 짚는다.
이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CJ 명예회장 이야기도 100여 쪽에 걸쳐 비중 있게 다뤘다. 삼성가 장남인 그는 1967~1973년 7년간 삼성그룹 부회장직을 맡아 이병철 회장 대신 회사를 이끌었다. 그러나 몇 차례 사건과 갈등을 겪으며 후계 구도에서 탈락했다.
게다가 훗날 동생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재산 상속 문제로 법정 다툼까지 벌이는 등 가족 내 갈등의 골이 깊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
저자는 "삼성그룹 성장사를 다룬 어느 기록에서도 이맹희에 대한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며 "이맹희의 삼성 부회장 시절 기록을 확보해 CJ 성장사의 진실을 기록한다"고 밝힌다. 일부 장은 이맹희 1인칭 시점으로 옛이야기를 펼친다.
2000년대 이후 식품 사업의 해외 진출, 미디어·콘텐츠 등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일군 이야기도 담았다. 2022년 영면에 든 이재현 회장의 모친 손복남 고문과 저자의 특별한 일화도 소개된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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