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전 국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 대표 및 대선 후보 시절부터 현 경제 상황 타개를 위해 민생회복지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고, 집권하자마자 사실상 1호 정책으로 추경을 통해 전 국민에게 재정적 보조를 해주는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다만 전 국민 보편지원 형태 속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등 취약계층을 추가로 지원하는 형태를 마련했다. 그동안 전 국민 지원과 선별적 지원 사이에서 고민을 해온 정부·여당·대통령실이 내놓은 해법이다.
방법도 직접 현금이 아니라 쿠폰 형태로 주기로 했다. 무차별 현금 살포란 비난을 피하기 위한 방편인 듯 싶다. 국민들은 지역사랑상품권, 선불카드, 신용·체크카드 등 3가지 방안 중 소비쿠폰을 받을 창구를 선택할 수 있다. 소득 수준에 따라 1인당 15만원에서 52만원의 소비쿠폰이 지급된다. 총 소비쿠폰 규모는 13조 2000억원 규모다.
사실 2차 추경은 시기의 문제였을 뿐, 시행 자체는 기정사실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1호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정도로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민생 문제에 천착했다. 직접 주재한 2차 비상경제대응 TF에서는 “라면 한 개가 2000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물가 문제가 국민들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기 때문에, 현황과 가능한 대책이 뭐가 있을지를 챙겨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계엄 사태 이후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힘들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와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판단이 한몫했다.
실제 우리 경제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다. 4분기 연속 0%대의 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 파고에 수출길이 영향을 받았고, 계엄으로 내수가 꽁꽁 얼어붙은 것도 한몫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은 하방 경직성이 강한 우리 경제 흐름을 파악하고 이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6월 초 3개월 만에 또 다시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내리며 1.0%로 하향 조정했다.

OECD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는 이미 악화한 내수에 충격을 줬고, 1분기 국내총생산(GDP) 감소에도 영향을 줬다”며 “대통령 탄핵이 소비자·기업 신뢰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관세와 국제 무역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수출·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물가상승이란 부작용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국민들의 민생고가 더 급하고 ‘재정 지원’만큼 확실한 효과가 없다는 생각하에 과감한 추경을 택한 것이다.
추경규모는 당초 20조원으로 예상됐지만 10조원 더 늘어난 30조원으로 편성됐다. 세수 결손분을 메우는 10조 3000억원 규모의 세입 추경까지 단행됐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이처럼 과감한 추경을 정권 초부터 시행하는 것은 장기 불황에 빠진 내수를 진작시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상정된 추가 경정예산을 심사하면서 “건전재정이나 재정균형의 원칙도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은(경제 상황이) 너무 침체가 심해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때”라며 “국가재정을 이제 사용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효과가 날지는 두고봐야할 것 같다. 이번 추경으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 정도의 경제성장률 상승 효과를 기대한다”고 했지만, 지난 1차 추경으로 인한 성장률은 0.1%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국은행) 됐고 2차 추경으로 인한 성장률도 1차 때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추경 관련 기자회견에서 “올해 성장 전망과 목표는 지금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직접효과 이외에 새 정부 정책 의지나 소비자, 기업, 국민 등의 경제 심리에 미치는 간접효과도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경으로 경제 상황이 급반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추경에 담긴 경제 활성화 방안 중 지켜봐야 할 것은 또 있다. 이 대통령의 정책 트레이드 마크이자 포퓰리즘으로 계속 공격받는 지역화폐 관련이다. 2차 추경에 지역화폐 발행과 관련해서는 할인액 지원사업 60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편성됐다. 이렇게 되면 올해 올해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종전 21조원에서 29조원으로 8조원 늘어난다.
지역화폐란 지역 내 소비를 늘리고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소비쿠폰으로 소비자는 할인된 가격에 구입한 지역화폐를 지역 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이번 추경에서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시 수도권·비수도권·인구감소지역 등으로 세분화해 국비지원율을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과 여당의 지역화폐에 대한 애착은 크다. 지역화폐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관련 사업을 시행한 후 성공, 전국적으로 확산됐는데 여전히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갑론을박도 많다.
물론 새 정부 측에서는 지역화폐가 소비 진작효과에 큰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번 추경과 관련해 “민생회복지원금의 정책적 목표는 살림을 지원하는 것이라기보다 우리 경제의 회복을 위하여 전반적인 소비를 진작하는 데 있다”면서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사용기한을 정한 지역화폐의 형태로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의 틀을 잡고 있는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한 방송에서 지역화폐를 언급하며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진통제 같은 효과가 있다. (지역경제가) ‘팡’ 하고 좋아진다”고 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은행은 2020년 발표한 ‘지역사랑상품권 도입이 지역 소비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소상공인 매출 증대, 역외소비율 하락 등 지역 내 소비 진작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한 바 있다. 경기연구원은 2021년 ‘경기도 지역화폐의 소상공인 활성화 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가전과 주방, 가구를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같은 해 조세재정연구원은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2010~2018년 전국 사업체 전수조사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지역화폐 발행으로 인한 유의미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세연은 “지역화폐가 인근 지자체의 경제 위축을 대가로 하는 ‘인근 궁핍화 전략’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여러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번
추경과 관련한 근본적 문제는 재정 건전성이다. 이번 추경을 위해 19조 8000억원치의 국채가 추가 발행되는데, 1차 추경을 포함하면 올해 정부 총 지출은 700조원이 넘는다. 국가채무는 1300조원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9%에 달한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의 적자는 73조 9000억원에서 110조 4000억원으로 늘어나며, GDP 대비 관리재정적자 비율은 4.2%로 높아진다. 통상적으로 강조해 온 재정준칙 적자폭 3%를 훌쩍 넘는 수치다.
정부가 세수 부족 문제와 관련해 이를 인정하고 그 해법으로 택한 세입경정도 들여다 볼 부분이 있다. 세입경정이란 올해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더 걷히거나 덜 걷힐 때 그에 따라 예산안 수치를 조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번에는 세입감액 경정이 이뤄졌다. 규모는 10조 3000억원으로, 세금이 이만큼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경에 돈을 써야 하는 상이어서 이 액수만큼 국채를 발행해 메워두게 된다.
정부가 세입 감액 경정에 나선 것은 2020년 이후 5년만인데, 문제는 새 정부가 확장 재정 기조를 분명히 함에 따라 3차 추경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만일 세금을 더 걷지 않는 상태에서 추가로 더 재정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할 수밖에 없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재정의 역할을 계속 강조하다가 국가 재정 전체의 건전성에 대한 리스크를 더 키울 수도 있는 대목인 것이다.
씨티는 “세금 인상 없이 지출이 확대되면서 예상보다 큰 정부부채 증가, 소상공인을 위한 직접적 부채탕감 정책에 따른 민간 금융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 등이 향후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가채무가 20조원이 더 늘어나는 포퓰리즘의 시작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면서 “이런 포퓰리즘 추경으로는 경기를 살릴 수 없다. 늘어나는 국가채무만 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번 추경이 물가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추경을 늘리는 것이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면서 “2차 추경안은 내년 물가를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추경에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7년 이상 연체·5000만원 이하’ 빚에 대해서 배드뱅크 설립을 통해 개인 무담보 채권을 일괄 매입하는 방식이다.
또 내수 진작을 위해 TV, 에어컨 등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매하면 구매가의 10%를 환급해주는 사업을 시행한다.
내수 부진의 근원지인 건설경기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지방 아파트 미분양 해소를 위해 일정 기준을 갖춘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를 향후 되파는 조건으로 분양가의 50% 가격에 사들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8호 (2025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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