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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문화를 키운다] 문화 불모지에 공연장·클래식 축제…예술 격차 줄이는 기업

공연예술·문학
현대차정몽구재단, 영재 양성
강원 산골서 계촌클래식축제
LG, 강서구에 2천억 아트센터
차별화된 기획공연으로 내실
수석문화재단은 여성백일장

  • 박윤예
  • 기사입력:2025.06.26 16:32:53
  • 최종수정:2025-06-26 20: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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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주최한 '2025 예술마을 프로젝트: 제11회 계촌클래식축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주최한 '2025 예술마을 프로젝트: 제11회 계촌클래식축제'.
지난 6일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마을에서 '계촌클래식축제'가 펼쳐졌다. 계촌초등·중학교 학생으로 이뤄진 계촌별빛오케스트라가 변함없이 별빛콘서트의 문을 열었다. 이어 소프라노 홍혜란과 국립합창단의 무대는 숲과 함께 큰 울림을 만들어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은 산골마을에 불과했던 계촌리는 이제 마을 가로등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마을의 특산품 상자에는 '클래식음악을 듣고 자란 농작물'이라는 문구가 붙고, 피아노 건반이 그려진 벽화가 손님을 맞는 특별한 예술마을로 다시 태어났다.

계촌클래식축제는 2009년 3월 창단한 계촌별빛오케스라에서 시작됐다. 계촌초등학교 전교생이 단원으로 참여하면서 폐교 위기를 넘겼고, 2012년에는 계촌중학교에도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다. 이후 2015년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예술마을 프로젝트로 선정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아울러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문화예술 인재 육성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재단은 음악과 무용 분야에서 매년 인재 35명을 선발해 지원하고 있다. 2009년 문화예술 장학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장학생은 피아노 임윤찬·선율·김송현, 첼로 한재민, 바이올린 위재원, 무용 이유림 등 2900여 명이며 지원금액은 약 126억원(누적)이다. 특히 재단은 클래식 음악 전공 장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온드림 앙상블'을 2014년 창단했다. 온드림 앙상블은 지도교수진과의 전공별 교육뿐 아니라 계촌 클래식 축제, 온드림 콘서트 등 무대 경험, 멘토링을 통한 아티스트와의 교류 기회를 제공한다. 작년에는 스위스 취리히 음악원과 업무협약을 맺어 장학생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



2022년 서울 강서구 마곡에 건립된 LG아트센터 전경. LG아트센터
2022년 서울 강서구 마곡에 건립된 LG아트센터 전경. LG아트센터
서울 마곡에 총공사비 2556억원을 투입해 지은 'LG아트센터 서울'은 강서지역 문화예술 향유를 이끌고 있다. LG그룹이 마곡에 연구개발시설인 LG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하면서 공공기여시설로 건립을 추진해 2022년 완공됐다. 서울시에 기부채납됐으며 향후 20년간 LG연암문화재단이 운영을 맡고 있다.

LG아트센터는 건물 외관뿐 아니라 공연 문화도 내실 있게 채워가고 있다. 컨템포러리(동시대) 공연 시장을 개척하고, 시즌제·패키지 제도 및 초대권 없는 공연장 정책 도입, 장기 뮤지컬 유치 등 획기적인 시도로 공연예술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LG아트센터의 혁신 가운데 차별화된 기획공연이 가장 손꼽힌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동시대를 살면서 우리 관객들이 꼭 보아야 할 혁신적인 작품을 시차 없이 소개한다는 방향 아래 국내 컨템포러리 공연 시장을 개척해왔다"며 "피나 바우슈, 매슈 본, 로베르 르파주, 이보 반 호브, 피터 브룩, 니나가와 유키오, 사이먼 스톤 등 세계 공연예술계를 리드하는 거장의 작품이 LG아트센터 무대를 통해 처음 한국 관객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LG아트센터는 국내 처음 시즌제와 패키지 제도를 도입했다. 시즌제는 1년간의 공연 프로그램을 관객에게 한꺼번에 공개하는 것이고, 패키지 제도는 관객이 이를 바탕으로 1년간 공연을 취향대로 묶어서 구입하는 것이다. LG아트센터는 이 제도를 잘 정착시켰고 현재 국내 주요 극장 대부분이 따라서 도입했다. 또 LG아트센터는 '초대권 없는 공연장' 정책을 처음 도입해 자발적 관객 중심의 관람 문화를 정착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LG아트센터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에도 핵심 역할을 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었던 2001년 LG아트센터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무려 9개월 동안 대관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뮤지컬의 공연 기간은 길어야 1~2개월 정도였고 9개월 대관은 유례가 없었던,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이후 '미녀와 야수' '아이다' '영웅' '빌리 엘리어트' '레베카' '마틸다' '하데스타운' 등 수많은 유명 뮤지컬들이 LG아트센터에서 초연됐다.

문학에도 기업 재단의 후원이 잇따르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 산하 수석문화재단이 후원하는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가장 역사 깊은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은 1983년 시작해 올해 43회를 맞이했다.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 출신으로 현재 문단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작가들이 다수 있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시 부문에서 수상한 허승화, 산문 부문에서 수상한 조민아, 아동문학 부문에서 수상한 곽윤숙 등이 있으며 현재까지 1000여 명의 여성 문인을 발굴했다.

여성이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자들은 선정된 글제에 따라 시, 산문, 아동문학(동시, 동화) 등 한 부문을 선택해 글을 짓는다. 작년 선정된 글제는 기다림, 지우개, 뜨개질, 공연으로 총 613명이 백일장에 참여했다. 전년보다 2배 늘린 4000만원의 상금을 준비해 여성 문학인에게 힘을 실었다. 재단 관계자는 "매년 특별 강연과 콘서트 등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장도 마련한다"며 "작년에 어린이도 참여 가능한 미술관 도슨트 투어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매일경제신문사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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