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유 지음, 어티피컬 펴냄

진짜 문제는 출산율이 아니라 부양비다. 출산율이 낮아진다 하더라도 그에 맞게 인구구조가 조정된다면 사회는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인구구조의 붕괴, 곧 부양비의 급격한 악화를 맞닥뜨리고 있다.
부양비란 한 사회가 부양해야 할 인구를 일하는 사람들 몇 명이 부담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0~14세의 유소년인구와 65세 이상 고령인구를 더한 뒤, 이를 전체 인구 대비 백분비로 계산한 수치를 말한다. 과거에는 3명이 1명을 부양하던 시대였으나 지금은 1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처방이 아니라 부양비를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한 대안은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를 다시 일터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이들은 여전히 일을 할 수 있는 신체능력을 갖추고 있다.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은 대체할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다. 만약 이들이 이 과도기 동안 노동시장에 남아 생산과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면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층은 여전히 일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붐 세대는 1970~1990년대 산업화 시대에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주역들이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와 달리 이들은 육체적으로 힘든 직종이나 3D 업종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동안 기업들이 고령자 고용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임금구조에 있다. 지금의 임금체계에서는 고령자의 실제 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고, 기업 입장에서는 이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령자의 고비용 문제는 연공서열 임금에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해결된다.
서울대 자원공학과 산업공학과 교수를 지낸 저자는 저출산 대책으로 ‘이모작 사회’를 제안한다. 이모작 사회란 인생을 두 시기로 나누어 두 번 일하는 사회를 말한다. 첫 번째 시기에는 직관적인 유동지능이 최고조에 이르는 25세에서 54세까지, 과학기술이나 제조업과 같은 고도의 기술 적응력을 요하는 ‘일모작 직업’에 종사한다. 이후 나이가 들면 상호적인 결정지능이 높은 55세부터 74세까지 행정, 서비스, 교육 등 경험과 판단력이 중요한 ‘이모작 직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사실 이모작 사회의 작동 원리는 인류 문명사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됐다.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부터 미국, 독일, 일본, 한국, 그리고 중국의 발전 과정을 보면 모두 이모작 사회로 설명이 가능하다. 결정지능이 높은 고령자는 농촌에 남고 유동지능이 높은 청년들은 농촌을 떠나 공업에 종사함으로써 세대 간 분업의 효율을 현실화한 것이 산업혁명 성공의 핵심이었다.

아울러 저자는 한국 사회의 유독 높은 수도권 집중도로 인한 과당 경쟁을 지적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 성공한 사례로 회자되는 프랑스와 비교해보면 한국의 인구밀도는 4배 이상 높고, 수도권 집중률도 2배 이상 높다. 한국 청년들이 겪는 경쟁강도와 스트레스는 프랑스 청년들의 최대 9배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는 부울경을 제2의 수도권으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한다. 지구온난화로 열리기 시작하는 북극항로의 거점항구를 부울경 지역에 유치하게 되면 부울경이 제2의 메가시티가 될 수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자원이 부울경으로 분산된다면 극심한 경쟁과 높은 주거비용으로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층의 부담이 반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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