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 청장의 젊은 괌 만들기 도전
직항 노선 대규모 확장…총 5만석 규모
야간 비행편 여행객 1박 무료 혜택 ‘파격’
다이빙·마라톤·결혼 성지로도 주목받아

“한국과는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죠. 제 남편이 한국인이에요. 한국 문화도 잘 알아요. 그런 한국에 괌을 대표해 환영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서 매우 뜻깊습니다.”
지난 5일 레진 비스코 리(Régine Biscoe Lee) 신임 괌정부관광청장이 한국을 찾아 여행플러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말이다. 그는 1980년대생으로 젊은 나이에 괌정부관광청장 자리를 꿰찼다.
괌에서 나고 자랐으며 제34·35대 괌 입법부 상원의원을 거쳤다. 유별난 괌 사랑 덕에 대학 시절 별명은 ‘미스 괌(Miss Guam)’이었다. 2025년, 젊은 피의 미스 괌이 이끄는 더 젊고 새로워진 괌을 소개한다.

지난해 괌 전체 해외 관광객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국가는 ‘한국’이었다. 지난해 37만 4635명의 한국인 여행객이 괌을 찾았다. 괌 전체 해외 관광객 수의 절반이 넘는 50.6%에 달하는 수치다. 한국인의 괌 사랑은 지금도 건재하다.
실제로 팬데믹이 끝난 2022년 한국인 입국객 수는 19만 2145명에 그쳤으나, 2023년 37만 1903명으로 폭증하며 지난해까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그 사랑에 응답이라도 하듯, 괌정부관광청은 올해 더 새롭고 풍성한 혜택을 담아 돌아왔다. 먼저 올해 괌은 한국 여행객을 위한 ‘직항 항공 노선’을 적극적으로 확장한다. 7월부터는 매월 총 5만여 석의 항공 좌석 공급에 나선다.
지난 몇 년간 괌 관광 산업은 꽤 힘든 시기를 겪었다. 코로나19에 이어 2023년 괌을 쓸고 간 슈퍼 태풍 ‘마와르’로 인한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아직 그 영향이 일부 남아있지만, 올라오는 여행 수요에 괌정부관광청은 ‘인천~괌 노선 항공편’ 확장으로 발 빠르게 답했다.
레진 청장은 “한국 여행객을 위해 주간과 야간 항공편을 모두 확장하고 있다”며 “6월부터는 대한항공, 7월부터는 진에어와 제주항공의 괌 직항 노선을 추가해 괌으로 더 쉽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오실 수 있도록 증편했다”고 소식을 전했다. 항공 공급이 늘어나면 저렴한 괌 항공권이 풀릴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지난 1일부터 대한항공은 ‘인천~괌 노선 야간 편’을 운항 중이다. 야간 편은 인천에서 오후 6시 40분에 출발해 괌에 다음날 00시 10분에 도착하는 KE423편 등이 있다. 진에어도 오는 7월 1일부터 야간 편을 추가해 인천~괌 노선은 하루 2회, 부산~괌 노선을 주 7회로 증편한다. 제주항공은 오는 7월 12일부터 인천~괌 야간 편을 추가해 매일 운항한다.

특정 세대에만 사랑받는 여행지는 한계가 있다. 괌은 그렇지 않다, 괌은 남녀노소가 사랑하는 여행지다.
괌정부관광청에 따르면 괌 관광객 중 현재 40~49세의 비율이 43%대로 1위다. 25~39세의 비율은 41%대로 2위를 차지한다. 이 통계를 달리 말하자면 젊은 세대 여행객부터 가족 단위 여행객까지. 꽉 잡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에는 활동적인 장년층 세대의 여행객까지 공략 중이다. 구매력도 있고 여가를 보낼 충분한 시간도 있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가 올해 괌 관광의 새로운 목표다. 장년층을 필두로 한 국내 인플루언서 채널인 더뉴그레이(THENEWGREY)와 마케팅 협업도 진행했다고.
레진 청장은 “괌은 장년층 여행객이 오래도록 머무르기 좋은 휴양지”라며 “장년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골프 등을 즐길 수 있는 기반 시설을 잘 갖췄고 깨끗한 해변에서 휴양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호스피탈리티 기업인 대명소노그룹은 괌에 자리한 골프장 ‘온워드 망길라오 골프클럽’과 ‘온워드 탈로포포 골프클럽’ 등 골프장 두 곳을 인수했다. 올라오는 여행 수요에 괌 현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여행객을 위한 괌 관광 요소를 적극적으로 개발 중이다.

괌이 매력적인 여행지라는 건 알겠다. 그렇지만 하고많은 여행지 중 왜 ‘괌’이어야만 하는가에 관한 충분한 답변으로는 부족하다.
레진 청장은 그 물음에 ‘하파데이(Håfa adai)’와 ‘온리 온 괌(Only On Guam)’으로 답한다.
‘하파데이(Håfa adai)’는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 괌 원주민인 차모로족의 차모로어 인사말로 괌 고유의 ‘환대 정신’이 담겨 있다. 괌의 주민들의 몸에는 이 환대 정신이 배어있다. 괌을 찾는 이들은 누구나 환영받는다.
레진 청장은 “괌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항공사, 소상공인, 지역주민 모두가 한 몸처럼 괌 관광 활성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러한 점 덕분에 괌 현지 주민과 여행객이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관계를 맺는데 이것이 괌 관광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짚었다.

‘온리 온 괌(Only On Guam)’도 빼놓을 수 없다. 말 그대로 괌에서만 할 수 있는 활동을 소개하는 괌정부관광청의 홍보 캠페인이다.
그 예로 1만 1092m 수심을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인 ‘마리아나 해구’에서 시작해 람람(Lamlam)산 정상까지 오르는 하이킹 코스가 있다. 람람산 자체의 높이는 406m에 불과하지만 마리아나해구 밑바닥부터 계산하면 지구에서 가장 큰 고도 차이를 경험할 수 있는 셈이다. 당연히 오직 괌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다.
괌 다이빙 명소인 ‘아프라 항구’에서도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다이빙은 물론이다. 이곳에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한 독일 침몰선 코모란호와 제2차 세계대전 때 운항했던 일본 화물선 토카이마루호를 동시에 만져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두 선박이 침몰한 위치가 매우 가까워 이런 이색 체험이 가능하다.

4000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간직한 차모로 문화도 괌 관광 명물이다. 매주 수요일에 여는 ‘차모로 야시장’에서는 전통 및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괌은 섬 전체가 면세 구역이라는 점 역시 매력이다. 괌 공항에 발을 디딜 때부터 도심 관광지를 누빌 때까지. 모조리 소비세 면제다.
괌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낭만적인 일도 있다. ‘결혼하기’다. 식상한 결혼은 싫다면 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건 어떨까. 국내서 결혼식 형태가 다양해지는 추세와도 맞물린다.
레진 청장은 “괌이 미국령이다 보니 미국에서 혼인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동시에 섬 혼인 문화 요소도 느낄 수 있다”며 “해변을 배경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까지 즐기기 좋다”고 강조했다.

매년 4월에 열리는 마라톤 행사인 ‘코코 로드 레이스’도 인기다. 괌의 국조이자 멸종위기종인 코코새(괌 뜸부기) 보존에 관한 대중 인식을 높이고 보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다. 괌에서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푸른 해변과 울창한 나무를 배경으로 질주하는 특별한 마라톤을 경험하기 제격이다.
지난 4월에 15회째를 맞았는데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다. 그중 한국인 참가자는 120명에 이르렀다. 특이한 점은 아이와 성인 전용 마라톤이 나뉜다는 점. 여느 마라톤과 다르게 결승선 뒤로 참가들을 위해 준비한 푸짐한 현지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괌의 푸근한 인심을 엿볼 수 있는 재밌는 점이다. 달리기 마니아라면 내년 4월, 괌으로 향해 보시길.

괌 여행을 계획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싹 튼다. 다만 아직 걸리는 게 하나 있다. ‘원-달러 환율’이다.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며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0일 기준 1365원대를 기록했다. 한때 1500원선까지 치솟던 것에 비해 하락세지만 여전히 부담인 건 사실이다. 미국령인 괌 역시 환율 변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합리적인 괌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지금부터 주목. 레진 청장이 한국인 여행객만을 위한 팁을 전한다. 먼저 ‘괌 야간 비행편 이용 시 호텔 투숙 무료’ 혜택이다. 3~4박 이상 특정 호텔에서 묵을 시 밤 비행기를 타서 늦은 저녁에 괌에 오면 1박을 무료로 투숙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괌 항공사와 괌 도심 내 일부 호텔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가능한 파격 할인 행사다. 그밖에 비자 코리아·신한카드·국민카드 등 카드사와 협력해 괌 관광 할인 행사도 주기적으로 진행 중이다.
레진 청장은 “신용카드 혜택과 괌 야간 비행편 이용 시 주는 호텔 투숙 혜택은 여러 명이 함께 여행하거나 예산이 제한적인 여행객들에게 아주 좋은 선택지일 것”이라며 “사실상 야간 비행편이 많은 한국의 관광객을 위한 최적화 혜택이다”고 합리적인 괌 여행법을 소개했다.

레진 청장이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괌 숨은 명소는 어디일까. 두 곳 정도 추천해 달라고 하니 미스 괌답게 세 곳이나 콕 짚어 전했다.
첫 번째 추천 명소는 ‘솔레다드 요새(Fort Soledad)’다. 이 요새는 19세기 초 괌이 스페인 식민지배 하에 있을 때 지어졌다. 건물 자체의 역사성은 물론이고 스페인 식민지 시대 당시 건축 양식도 엿볼 수 있다. 현재는 전망 명소로 이곳에서 괌 남부에 지역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다음은 ‘사랑의 절벽(Two Lovers Point)’이다. 괌 타무닝 지역에 자리한 해안 절벽이다. 아찔한 절벽 위에서 탁 트인 해변을 감상할 수 있는 조망대다. 이곳에는 한 가지 전설이 내려온다. 과거 괌의 사랑하는 두 연인이 계급 차이 등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둘은 서로를 포기하지 못한 채, 함께 절벽에서 뛰어내렸다는 얘기다. 이 전설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레진 청장이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들른다는 ‘투몬 해변(Tumon Beach)’이다. 해변 풍광 자체가 워낙 아름답고 물살이 잔잔해 패들보드 등을 즐기기에도 좋다고. 레진 청장은 이곳에서 모래에 발을 담그고 일몰을 감상하며 머리를 식히는 일을 가장 좋아한다고 전했다.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책무를 맡아서 부담감을 느끼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괌을 홍보해야 하는 일이 제게는 일처럼 느껴지진 않아요. 괌은 제게 집이죠. 괌에 관해서 말하는 건 적어도 저한테는 굉장히 쉬운 일이에요.” 레진 청장이 웃으며 전한 말이다.
그에게 괌이란 ‘집’이다. 한국 여행객의 발길을 괌으로 향하게 하는 것. 그에게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일과 같다. 괌정부관광청장 자리에 앉은 그는 많은 여행객을 자신의 집인, 괌으로 끌어오는 일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 1980년대생 청장이 택한 접근법은 달랐다. 올해 괌 관광은 ‘에코투어리즘’에 주력한다. 괌 자체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도 괌 관광 문제에 관해 주민들과 소통하며 복지에도 신경 쓴다. 괌 주민이 행복하면 여행객도 행복하다. 여행객을 맞이하는 것은 괌 주민이기 때문이다. 괌에서의 좋은 추억은 ‘다시 오고 싶은 괌’을 만든다.
여행객과 괌 주민의 개인적인 경험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개개인의 이야기는 마음에 와닿을 수밖에 없다. 이들의 괌 이야기를 ‘디지털 마케팅’으로 풀어낸다.
레진 청장은 “한국은 괌 관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며 “한국 여행객이 좋아할 만한 괌의 독특한 관광 요소를 홍보해 꾸준히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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