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프란치스코 교황 자서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약 6년에 걸쳐 직접 집필한 첫 공식 자서전 『희망』. 책은 역사상 최초의 교황 자서전이자 삶의 기록으로 전 세계 100개국 이상 동시 출간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서문에서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 인생을 엮은 이 책은 희망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여정은 저의 가족, 저의 민족, 나아가 하느님 백성 전체의 여정과 동떨어질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제 삶의 모든 페이지와 모든 순간 속에서 저와 함께 여정을 걸어온 이들, 우리보다 먼저 걸어간 이들, 그리고 우리의 뒤를 이어 갈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서전을 통해서 그가 항상 말하는 ‘희망’이라는, 삶에서 가장 귀하게 여기는 가치를 다채로운 에피소드와 함께 조명했다. 글 속에서 그는 유년기의 다양한 경험과 젊은 시절 고민과 실수에 대한 고백, 교황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재임 중 전쟁 종식과 평화를 위해 행해온 노력들, 마지막으로 그가 꿈꿔온 모든 것 등을 담았다. 또한 전 세계 교회와 인류,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희망과 기다림’에 관한 당부의 메시지를 따뜻한 문체로 전한다.
『약혼자들』, 『세상의 주인』

평소 소설과 시를 좋아해 독서광으로 불린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비 사제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 장르를 밝히거나, 독서를 권장하기도 했었다. 과거 그는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만초니의 소설 『약혼자들』(문학과지성사 펴냄)을 언급하며, 인터뷰에서 “세 번 읽었고, 또 읽으려고 책상에 놔둔 책”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 책은 밀라노 폭동, 30년 전쟁, 페스트가 유럽을 휩쓸었던 17세기 초의 롬바르디아를 배경으로 악독한 지방 태수와 비겁한 교구 사제들 때문에 쉽사리 결혼을 못하는 두 농사꾼 연인의 투쟁을 다루고 있다. 1840년에 첫 출간된 책은 이탈리아 문학의 폐쇄성을 탈피하며 최초의 근대적인 장편소설로 평가받는다. 저자인 알레산드로 만초니는 하층민의 세계를 평범하고 소박한 문체로 묘사하며 독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모았다.

도서 『세상의 주인』(메이븐 펴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두 번이나 추천한 소설로 이름을 알렸다. 저자인 로버트 휴 벤슨이 1907년 발표한 이 책은, 세계 대통령으로 등극한 미국 정치인과 교황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극단적인 물질주의와 인간 중심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미래 사회는 안락사의 보편화, 무신론의 확대를 주장한다. 이들은 인간의 능력을 찬양하며 신을 믿는 사람들을 미개인 취급한다. 새로운 정치 지도자들은 사상적 통합을 강조하며 종교인을 탄압하기 시작하고, 시민들은 이에 동조해 폭력과 광기로 반응한다. 이 책은 도서 『1984』, 『멋진 신세계』, 『반지의 제왕』에 영향을 끼친 걸작으로도 평가받는다. 저자인 벤슨이 100년 전 상상한 미래는 작금의 현실과 많은 면에서 닮아 있다. ‘과연 인간은 이 세상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은 100년 전보다 현재에 더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던진다.
‘두 교황’

가톨릭 교회가 더는 용납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조나단 프라이스)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앤서니 홉킨스)에게 은퇴를 허락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가톨릭 스캔들에 직면한 데다 자신에 대한 회의감에 사로잡힌 교황 베네딕토는 그 요청을 외면한다. 자신의 가장 냉혹한 비평가이자, 미래의 계승자인 그를 쉽게 놓아줄 수 없던 것. 대신 그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을 로마로 불러 가톨릭 교회의 중심을 흔들게 될 충격적인 비밀을 공개한다. 신과 교회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두 사람은, 점차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신도들을 위한 미래를 만들고자 묻어두었던 자신들의 과거와 대면한다.
2013년, 종신직인 교황직을 자진 사임함으로써 바티칸을 뒤흔든 베네딕토 16세. 그가 교황직 재임 당시 가톨릭 교회는 사제들의 성추문 사건과 바티칸 은행 비리 사건 등으로 인해 대내외적으로 위기에 빠졌었다. 베네딕토 16세는 보수적 행보를 이어갔지만, 민심이 떠난 종교는 출구가 보이지 않은 시점이었다. 베네딕토 16세가 사임한 이후 베르고글리오 추기경(故 프란치스코 교황)이 콘클라베를 통해 다음대의 교황이 되었다. 영화는 그렇게 역사상 두 교황이 함께 하던 시기를 상상력을 더해 필름에 담았다.

영화 ‘시티 오브 갓’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감독 페르난두 메이렐리스와 아카데미상 후보에 3번이나 지명된 각본가 앤서니 매카튼, 두 사람은 가톨릭 교회의 권력 이양 과정을 긴밀한 시선으로 들여다보았다. 영화 ‘두 교황’은 역사적 순간을 맞이한 두 교황의 내면뿐만 아니라, 보수 대 진보, 전통 대 개혁 등 각자의 사상이 대립했지만,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현재 교회에 필요한 메시지와 신념을 보여준다. 영화는 두 지도자의 친근하면서도 일상적 모습을 그린 명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콘클라베’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 과정, 콘클라베를 다룬 최신작 ‘콘클라베’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진 이후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에드워드 버거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노년의 추기경 ‘로렌스’(랄프 파인즈)가 콘클라베를 주관하며 벌어지는 모습을 그린 스릴러물이다. 예기치 못한 교황의 죽음 이후 로렌스는 단장으로서 콘클라베 선거를 주관하지만, 당선에 유력했던 후보들이 스캔들에 휘말리며 교활한 음모와 탐욕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새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추기경들이 바티칸 성당에 모여 외부와 단절된 채 비공개로 진행되는 선거 절차, 콘클라베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한 명의 추기경이 과반수 표(2/3)를 얻을 때까지 투표가 반복되는 사이, ‘신의 대리인’인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권력 다툼과 정치적 음모, 배신 등이 드러나며 영화는 종교라는 권위 안에서 인간의 욕망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4월 22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1일 ‘콘클라베’는 920명의 관객 수를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7위에 올랐다.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 lee.seungyeon@mk.co.kr][사진 매경DB, 사진공동취재단, 각 제작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78호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