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극은 썰렁, 양극화 심화
치솟는 대학로 임대료 감당못해
학전 등 소극장 폐관 잇따르고
극단들은 대관료 부담에 허덕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중극장 안팎이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연극에 출연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를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이었다. 객석이 듬성듬성 비어있고, 그마저도 동료 연극인들이 앉아 있는 다른 소극장과는 정반대 모습이었다.
요즘 스타 배우들이 진출하면서 연극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소극장 연극들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실험적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 연극의 발전을 이끌어 온 소극장과 예술단체들에 공연시장 성장의 과실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4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극 티켓 판매액은 7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 늘었다. 전체 공연시장 성장률(14.5%)을 넘어선 수치다. 대학로로 한정해서 봐도 연극시장은 크게 확대됐다. 대학로 연극 티켓 판매액은 358억원으로 전년 대비 34.4% 급증했다.
연극의 외적 성장은 고무적이지만 유명 연예인이 출연한 연극만 호황을 누린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공연에는 ‘맥베스’(황정민), ‘벚꽃동산’(전도연, 박해수), ‘햄릿’(조승우), ‘고도를 기다리며’(박근형, 신구) 등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들이 포진됐다. 1000석 미만 공연의 중·소극장 상위 10개도 ‘클로저’(이상윤, 원더걸스 안소희), ‘사운드 인사이드’(문소리),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이순재, 샤이니 최민호) 등이 차지했다.
스타의 연극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대학로 소극장과 예술단체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1991년 설립돼 30년 넘게 대학로 문화를 이끌었던 소극장 학전이 지난해 3월 폐관한 것이 상징적이다. 학전은 경영난과 설립자 고 김민기 대표의 건강 악화로 문을 닫았다. 2년 전에는 23년 역사의 한얼소극장이 건물주와 재계약을 하지 못하며 21년 만에 폐관하기도 했다.
소극장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은 높은 임대료다. 대학로 소극장 임대료는 적게는 월 300만원대도 있지만, 위치와 크기에 따라 1000만원이 훌쩍 넘는 곳들도 있다. 대학로 공인중개사 A씨는 “예전에 대학로가 잘나가던 시절에 올라간 임대료를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뒤에도 건물주들이 내리지 않고 있다”며 “그들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내리면 건물 가격도 내려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싼 임대료는 연극을 개발하고 공연하는 예술단체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임대료가 높으면 극단이 극장에 지급하는 대관료도 오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로 극장 100석 규모는 하루 50만원, 200석 규모는 100만원을 웃돈다. 대관료가 비싸면 예술단체가 질 좋은 작품을 만들어 오랜 기간 선보이는데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년째 극단을 운영하는 B 연출가는 “공연 비용 중 대관료 비중이 가장 높다. 요즘엔 대관료가 올라 연극을 만들어도 오래 공연할 수 없다”며 “과거에는 몇 달씩 공연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몇 주, 짧게는 일주일이 안 되게 공연한다”고 밝혔다.

연극인들은 그동안 소극장과 극단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이 이어졌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했다고 입을 모은다.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되면서 건물주들이 용적률 상향, 세금 감면 등 혜택을 누렸지만 극장 운영자나 극단에 확산되지 않았고, 극장 임차료와 대관료를 지원하는 서울형 창작극장 사업 역시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리면서 연극인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극장들은 소극장과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민간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소극장별로 3개의 공연단체를 상주단체로 짝지어 주고 소극장과 공연단체에 임대료와 대관료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황배진 한국소극장협회 사무국장은 “‘민간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제’가 시행되면 공연단체는 제작비 부담, 극장은 공연장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창작 여건이 개선되고 우수한 공연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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