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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얼굴로 평생 살다 죽을 수 있다?···불로의 비밀 품고 있는 이 녀석 [생색(生色)]

  • 강영운
  • 기사입력:2025.01.25 15:00:00
  • 최종수정:2025-01-26 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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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41] 늙지 않고 영원히 젊게 살다 죽는 것. 인간의 오랜 꿈입니다. 그러나 노화는 자연이 만물에 부여한 짐이기에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적어도 이 녀석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1863년 파리의 대표식물원 ‘자르댕 데 플랑트’. 운집한 군중은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앙증맞은 생명체가 눈앞에서 재롱을 부리고 있어서였습니다.

신대륙에서 방금 건너온 생명체 아홀로틀이었습니다. 연분홍색 피부에, 늘 웃고 있는 듯한 표정. 누가 녀석을 싫어할 수 있을까요. 첫 등장부터 지금까지 애완용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우파루파라고도 부르더군.” 아홀로틀. [사진출처=Amandasofiarana]
“우파루파라고도 부르더군.” 아홀로틀. [사진출처=Amandasofiarana]

평생을 젊게 산다

아홀로틀은 멕시코시티에서 서식하는 생명체입니다. 녀석들의 수명은 16년 정도로 제법 긴 편이지요. 특이한 건 태어날 때 화사한 모습을 거의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점입니다. 인간으로 치면 10대의 외모로 태어나 평생을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아홀로틀 배아. [사진출처= Colleen Galvin]
아홀로틀 배아. [사진출처= Colleen Galvin]

양서류 동물들이 올챙이로 태어나 물에서 살다가 성숙해지면 ‘변태’ 과정을 거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사촌 격인 개구리, 두꺼비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영원히 어린이로 살고 싶은 ‘피터팬 콤플렉스’를 앓는 사람들의 이상형입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능력이지만 사실은 생물학적으로 장애에 가깝습니다. 물에서 살다가 육지로 나와야 하는 운명인 양서류에게는 ‘변태’가 일종의 생존전략인데, 아홀로틀은 이 ‘무기’를 결여한 채 태어나는 것입니다. 녀석은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요. 서식지인 멕시코 소치밀코 호수에 비밀이 있습니다.

다양한 모습의 아홀로틀. [사진출처=Pollitoloco122ich]
다양한 모습의 아홀로틀. [사진출처=Pollitoloco122ich]

어리게 사는 게 평생전략

아홀로틀의 고향과도 같은 이 땅에는 다른 양서류 서식지와는 다른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오딘’이라는 물질 함량이 매우 낮다는 점입니다. 올챙이가 ‘변태’할 때 꼭 필요한 티록신의 원료입니다. 늠름한 성인이 되기 위한 ‘필수 아이템’이 결여된 땅에서 생존해 왔던 것이죠.

양서류에게 척박한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유생(변태하는 동물의 어린 것)’ 상태로 평생을 살게 된 셈입니다. 원래 올챙이들은 (물속에서 사는데 필수적인) 아가미를 가지고 있다가 개구리로 변하면서 잃는데 아홀로틀은 평생 겉아가미를 달고 살지요.

“젊게 사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야.” 프랑스 몽펠리에 수족관. [사진출처=Alexander Baranov]
“젊게 사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야.” 프랑스 몽펠리에 수족관. [사진출처=Alexander Baranov]

과학자들이 실험을 단행합니다. 아홀로틀에게 티록신을 인위로 주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종의 성장 주사를 맡힌 셈인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녀석은 도롱뇽으로 변태했습니다. 그런데 1년 후에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린왕자’를 억지로 어른으로 성장시킨 것에 따른 부작용이었습니다.

심장도 상처 하나 없이 재생

놀라운 점은 얼굴에만 있지 않습니다. 엄청난 재생력이 그들에게 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촌 격인 도롱뇽 역시 팔과 다리가 잘렸을 때 재생하는 능력이 있는데 아홀로틀은 이를 넘어섭니다. 손상된 내장 기관까지 다시 재생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생채기 하나 없이요. 인간이 그토록 찾아 헤맨 능력이 양서류인 아홀로틀이 지니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아스텍 신화 속 불과 번개의 신 홀로틀은 아홀로틀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스텍 신화 속 불과 번개의 신 홀로틀은 아홀로틀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홀로틀은 얼굴만 안 늙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신체 시계 역시 4년 이후에는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많은 생명학자 아홀로틀을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불로장생의 비밀이 숨어 있을 수 있어서입니다. 멕시코 아스텍 신화 속에서 아홀로틀이 불과 번개의 신으로 묘사된 배경에는 전지전능한 능력이 자리하고 있던 셈입니다.

연구는 아직 초반단계입니다. 비밀을 밝혀내더라도 인간의 건강에 직접 적용하기까지는 더 오랜 세월이 걸릴 겁니다. 그 전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항노화’는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하는 것이겠지요. 이번 설 아홀로틀의 미소로 소중한 사람을 맞이하시기를.

“젊음의 비결요? 웃고 사는 거죠 뭐.” [사진출처=Tinwe from Pixabay]
“젊음의 비결요? 웃고 사는 거죠 뭐.” [사진출처=Tinwe from Pixabay]

<세줄요약>

ㅇ핑크색에 웃는 얼굴로 유명한 아홀로틀은 ‘변태’를 하지 않아 평생 젊음을 유지하는 동물로 통한다.

ㅇ서식지에 변태를 유발하는 물질이 지극히 낮게 분포돼 있어서다.

ㅇ노화 방지 뿐만 아니라 팔·다리·심장 등 재생 능력도 뛰어나 의학 연구에 활용될 전망이다.

<참고문헌>

ㅇ워렌 A 비에이라 외, 재생 및 노화를 위한 아홀로틀 모델의 발전, 제론톨로지,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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