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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단수의 세상읽기] 천사와의 약속

  • 김효성
  • 기사입력:2025.07.05 09:00:00
  • 최종수정:2025.07.0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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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단수 김효성 명상가
신단수 김효성 명상가

노엘 랭글리라는 사람이 쓴, 잠자는 예언자라 불리는 엣하르 메이시에 관한 ‘누구도 윤회를 부정할 수 없다’라는 책이 있다.

비과학적이지만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책이다. 오래된 책이라 시중에서의 존재 여부는 모르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서적이다.

우리는 과학을 넘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목격할 때가 가끔 있다. 나에게는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 그러한지라 평범한 일이지만 일반인에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과학적이지 않다. 이 말은 논쟁을 피하자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을 지적하는 것이다.

어떤 부부가 함께 사무실을 방문했다. 초등학교 5학년 정도 돼 보이는 딸과 그보다 어려 보이는 남자아이가 같이 왔다. 남자아이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채 태어났다고 했다. 이런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과 텔레파시 대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위해 찾아온 것이다.

아버지와 상담을 하는 중, 딸아이가 계속 불안한 표정으로 앉아 있기에 화제를 돌려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버님, 논에 가시면 거머리를 쉽게 볼 수 있지요. 그걸 잡아서 죽인 후에 말려서 가루를 만듭니다. 그런데 그 가루를 사람의 몸에 뿌리면 그 상황에서도 피를 빠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따님은 아버님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그 자체에 공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성년이 돼서도 계속 지속할 것이니 무언가 방법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그 아버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을 방에서 나가게 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금부터 아드님과 마음으로 나눈 대화 내용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아드님이 태어난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아버님과 아드님은 태어나기 이전부터 약속했습니다. 당신은 전생에서 친구가 한 사람도 없을 정도로 혼자만의 고집으로 많은 이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야수와 같은 거친 생을 살았군요. 지금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네요. 시장에서 장사하신다고요? 술을 좋아하고 주먹을 휘두르는 나쁜 습관 때문에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요. 손가락질당하는 외톨이거나 불청객 신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한 채 환생하셨네요. 그 나쁜 버릇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고자 아드님에게 요청했고요. 다음 생에도 이런 삶을 산다면 절망과 후회의 나날은 물론 칭찬은 고사하고 비난과 벌임의 시간일 뿐이니 부디 내 아들로 태어나 나의 본래 삶의 목적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이 있었기에 아드님은 흔쾌히 응했던 것입니다.”

이어 “그러나 환생을 했어도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변하려는 의지도 없었고요. 태어나 보니 당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남의 탓만 할 뿐 반성의 기미조차 없습니다. 아드님은 자신이 희생이 헛된 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지요. 다음 생에는 이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을 것만 다짐합니다. 하지만 이미 그 고통을 치르고 있고요. 아버님은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돌보아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병을 가지고 있으면, 일반인보다 평균 수명이 짧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물론 죽음에 대한 공포도 평생에 걸쳐 안고 가지요.”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눈물만 흘렸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시 태어났다는 생각으로 살아갈 것을 나에게 약속했다.

사람의 생(生)은 자기 것만이 아니다. 하물며 자식의 인생을 지켜주지 못하는 것은 천형(天刑)을 자처하는 일이다. 왜 아이들이 고통받아야 하는가,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 우연히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소식을 들으니, 금주(禁酒)는 물론 시장의 모든 일에 앞장서고, 매일 아이들과 등·하교를 함께한다고 한다.

신단수 김효성 명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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