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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벚꽃과 눈 그리고 AI

AI, 전력 사용량 방대해
기후위기 '새 주범' 지목
저전력 그린AI 개발하고
환경영향 국제표준 정립 등
윤리적 기준 마련할 시점

  • 기사입력:2025.04.22 17:30:47
  • 최종수정:2025-04-22 17: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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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4년은 산업화를 기점으로 지구 평균 기온이 약 1.5도 상승하며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 홍수, 산불 등 최악의 기후 재난의 해로 기록됐다. 그리고 올해 대한민국 4월의 벚꽃과 눈을 동시에 경험한 많은 사람도 '기후위기'를 떠올렸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오픈AI(OpenAI)가 실사를 특정 화풍으로 변환하는 기능이 큰 화제였다. 특히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애니메이션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생성 열풍으로 자사의 GPU가 과부하로 녹아내릴 지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인공지능(AI)이 그림 몇 장을 생성하고 간단한 질문에 답하는 것 하나하나가 지구에 부담을 준다고 해석한다면 과장일까. AI 시스템, 특히 대규모 생성형 AI 모델이 훈련과 추론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전력과 냉각을 위한 물을 소비하고, 이러한 자원 소비가 환경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것은 분명하다.

반면, 세계경제포럼 보고에 따르면 AI는 기후 변화 대응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AI 기술이 태양광 및 풍력에너지 최적화, 전기차 기술 향상 등 저탄소 기술의 발전과 채택을 가속화해 2035년까지 연간 3~6기가톤(Gt)의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예를 들면 AI로 기상 데이터와 기후 모델을 분석해 홍수나 가뭄 같은 극단적 기상 현상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기상 조건을 분석해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의 출력을 정확히 예측함으로써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하고, 에너지 소비 패턴 분석을 통해 전력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 공급을 최적화할 수 있다. 또한 환경 문제 역시 AI로 제품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자원 흐름을 추적하고 재활용 및 재사용 기회를 식별해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 지원을 통해 순환 경제 전환에 도움을 주는 등이다.

이와 같이 기후위기와 AI의 관계는 단순한 이분법적 시각으로 평가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이며, 기후위기 대응과 AI 기술 발전이라는 두 과제를 조화롭게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술, 정책, 윤리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즉, AI의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AI 기술이 지구를 지키는 강력한 '해결사'가 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일까.

AI를 기후위기 대응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AI 시스템 자체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더 적은 컴퓨팅 파워로 같은 성능을 내는 '그린 AI' 개발에 힘써야 한다. 또한 개발 과정에서 환경 영향 평가를 통합하고, 에너지 소비와 환경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AI의 혜택이 모두에게 공평히 분배되도록 하는 AI 활용의 윤리적 프레임워크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적 협력과 규제도 중요하다.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 문제이다. 따라서 AI 활용 해결책도 국가를 초월한 협력을 통해 개발·공유돼야 하고, AI의 환경 영향을 제한하는 국제적 규제와 표준도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AI가 제공하는 통찰력 있는 데이터와 예측이 우리의 실제 정책 변화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 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기후 변화는 소비 패턴과 경제 구조, 가치관 등 근본적 변화 없이 단지 기술 혁신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다.

AI는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지를 제시할 뿐, 기후위기 극복의 열쇠를 찾기 위한 늦지 않은 결정과 행동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오순영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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