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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빵플레이션과 '990원 소금빵'

  • 이은아
  • 기사입력:2025.09.01 17:35:00
  • 최종수정:2025-09-01 21: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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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비싼 빵값이라고 한다. 전 세계 이용자들이 직접 입력한 정보로 국가별 물가를 비교하는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한국 식빵값은 2.99달러(약 4200원)로 비교 대상국 128개국 가운데 11위로 높은 편이다. 제과점에서 어지간한 빵 2~3개만 집어도 1만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보니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빵플레이션은 한 유명 유튜버가 팝업 스토어를 열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소금빵·베이글은 990원, 식빵은 1990원으로 가격이 책정되자 3시간 이상 줄을 설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저렴한 가격의 비결은 인건비와 포장비 최소화였다. 마진율 대신 마진액 개념을 적용한 것도 차별점이다. 인기를 활용한 박리다매 전략도 한몫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소금빵 원가만 1000원이 넘는다" "임대료·인건비를 고려하면 불가능한 가격"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기존 가게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든다는 우려도 쏟아졌다.

자영업자들의 원성처럼 빵플레이션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지난해 빵값을 잡겠다며 실태조사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가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것도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공정위의 '제빵산업 시장 분석 및 주요 규제 경쟁영향평가' 보고서는 주요 원재료인 설탕·계란·우유 가격이 정상적인 시장 원리가 작동할 수 없는 구조로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커리 전문점의 시장 진입이 상생협력과 같은 제도에 의해 제한돼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구조도 빵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빵값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과 자영업자의 한숨이 교차한다는 점에서 빵플레이션은 작지만 중요한 고민을 담고 있다.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적정한 빵값'을 위해서는 원재료 유통과정 개선과 공정한 경쟁이 뒤따라야 한다. '990원 소금빵'이 던지려는 메시지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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