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와 해리 트루먼은 '파커(Parker)' 펜을 즐겨 썼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에스터브룩(Esterbrook)' 펜으로 1961년 나사 예산 법안에 서명하며 달 착륙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었다. 로널드 레이건 이후 조지 H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많은 미국 대통령들은 'AT 크로스'사의 펜을 공식 서명용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 그는 1기 취임 직후 고급 만년필 대신 굵고 저렴한 '샤피(Sharpie)' 마커펜을 고집했다. "비싸기만 하고 잘 안 나오는 펜보다 샤피가 훨씬 낫다"는 게 이유였다. 자신의 산봉우리 같은 서명을 금박으로 새긴 '커스텀 샤피'를 제작해달라고 회사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 여러 개의 샤피를 번갈아 쓰고, 서명 후에는 이를 지지자들에게 던져주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단순한 전통을 넘어, 정책의 무게를 과시하고 지지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그만의 방식이다. 그러나 '샤피 사랑'은 때로 논란을 낳기도 했다. 2019년 허리케인 경로 지도를 직접 샤피로 덧그려 수정하면서 기상청의 발표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은, 이른바 '샤피 게이트'다.
그런 트럼프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뜻밖의 '펜'에 눈길을 주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 방명록에 서명한 뒤 사용한 펜을 본 트럼프는 "두께가 마음에 든다"며 극찬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아주 어려운 그 사인에 유용할 것"이라며 곧바로 선물로 건넸다.
이 펜은 이 대통령이 공식 서명용으로 쓰기 위해 서울 문래동의 수제 공방에 의뢰해 두 달여에 걸쳐 제작한 것이다. 원목 케이스에는 태극과 봉황 문양이 각인돼 있고, 안에는 모나미 수성 네임펜이 들어 있다.
대통령에게 펜은 단순한 필기구가 아니다. 그것은 서명을 통해 정책을 공식화하고, 권위를 드러내며, 동시에 대중과 교감하는 도구다. 이번에 선물로 건넨 펜이 실제로 트럼프의 손끝에서 사용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펜은 두 정상이 보여준 소통과 공감의 상징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심윤희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 그는 1기 취임 직후 고급 만년필 대신 굵고 저렴한 '샤피(Sharpie)' 마커펜을 고집했다. "비싸기만 하고 잘 안 나오는 펜보다 샤피가 훨씬 낫다"는 게 이유였다. 자신의 산봉우리 같은 서명을 금박으로 새긴 '커스텀 샤피'를 제작해달라고 회사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 여러 개의 샤피를 번갈아 쓰고, 서명 후에는 이를 지지자들에게 던져주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단순한 전통을 넘어, 정책의 무게를 과시하고 지지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그만의 방식이다. 그러나 '샤피 사랑'은 때로 논란을 낳기도 했다. 2019년 허리케인 경로 지도를 직접 샤피로 덧그려 수정하면서 기상청의 발표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은, 이른바 '샤피 게이트'다.
그런 트럼프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뜻밖의 '펜'에 눈길을 주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 방명록에 서명한 뒤 사용한 펜을 본 트럼프는 "두께가 마음에 든다"며 극찬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아주 어려운 그 사인에 유용할 것"이라며 곧바로 선물로 건넸다.
이 펜은 이 대통령이 공식 서명용으로 쓰기 위해 서울 문래동의 수제 공방에 의뢰해 두 달여에 걸쳐 제작한 것이다. 원목 케이스에는 태극과 봉황 문양이 각인돼 있고, 안에는 모나미 수성 네임펜이 들어 있다.
대통령에게 펜은 단순한 필기구가 아니다. 그것은 서명을 통해 정책을 공식화하고, 권위를 드러내며, 동시에 대중과 교감하는 도구다. 이번에 선물로 건넨 펜이 실제로 트럼프의 손끝에서 사용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펜은 두 정상이 보여준 소통과 공감의 상징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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