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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또 물어라…AI 시대 리더의 자격 [김성회의 리더십 코칭]

  •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코칭경영원 코치
  • 기사입력:2025.07.25 21:00:00
  • 최종수정:2025-07-25 19: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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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과 데이터가 춤을 춘다.’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던 전통적 회의 대신 방대한 데이터가 서로 토론하고 알고리즘이 결론을 내리는 풍경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1814년 빈 회의가 ‘회의는 춤춘다’는 풍자를 낳았다면, AC(After ChatGPT) 시대 미래 회의실은 그보다 몇 배 빠른 템포로 빅데이터의 왈츠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BC(Before ChatGPT) 시대 리더십은 경험·직관·인간관계라는 세 축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급속히 전면에 등장한 지금, ‘경험’은 실시간 분석에 자리를 내주고, ‘직관’은 패턴 인식 알고리즘과 어깨를 겨루며, ‘관계’ 역시 하이브리드 협업 플랫폼 위에서 새로 정의된다.

문제는 모두가 변화 속도와 필연성을 체감하면서도 정작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점이다. 맥킨지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C-suite 가운데 단 10퍼센트만이 “우리 조직은 AI 시대에 대비돼 있다”고 답했고, 성숙 단계에 도달했다고 자신 있게 말한 곳은 1퍼센트에 불과했다. BC와 AC 사이의 전환기 리더십, 새로운 것은 무엇이며,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Q. AC 시대에 새롭게 갖춰야 할 리더십 역량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런 전환기일수록 지켜야 할 리더십의 본질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 코치: 질문의 바탕에는 “AI가 다 해주는 시대에, 리더는 뭘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가 논쟁하고, 알고리즘이 결론을 내리며, 예측과 실행이 자동화되는 풍경은 정해진 미래다. 조직의 리더는 더 이상 정보의 중개자가 아니다. 대신 기술과 사람 사이의 간극을 해석하고, 복잡한 맥락을 안내하는 ‘의미의 중개자’가 되어야 한다.

리더에게 필요한 첫 번째 역량은 바로 AI 리터러시다. 개발자가 돼 코딩을 하란 의미가 아니다. AI가 내린 판단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를 상식 수준에서 물어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AI가 어떤 추천을 해왔을 때 “이게 어디에서 나온 자료지?” “이 기준은 우리 조직의 철학과 맞나?” “지금 맥락에 진짜 적절한가?”를 묻는 태도, 바로 그게 AI 리터러시다. 두 번째는 윤리적 직관이다. AI는 정확하지만 도덕적이지 않다. 기술이 제공하는 수많은 옵션 중 무엇이 우리 조직의 철학에 부합하고,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지키는 선택인지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정답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선택하는 일이다. 세 번째는 복잡성 탐색 능력이다. AI가 제시하는 정답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 정답은 누구에게 유리한가?’ ‘이 판단은 어떤 맥락을 놓치고 있는가?’를 질문할 줄 아는 능력이다. 기술이 아무리 진화해도 본질은 사람이다. 리더는 결국 ‘사람’을 책임지는 존재다.

Q. AI 시대에 인간과 인공지능의 하이브리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실상황에서 어떻게 작동시켜야 하는가.

김 코치: AI와의 협업, 하이브리드 작업을 하는 현실에서 두 가지 극단이 존재한다. 첫째는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회피하고 거부하는 것이다. 둘째는 과잉 의존이다. 인간 판단을 유보한 채 AI의 응답만 기대면 부적절한 판단,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

데이터 연산, 수집과 패턴 분석, 예측은 인공지능에 맡기되 팀, 구성원 개발과 동기부여 피드백 등은 여전히 인간의 깊은 감성과 통찰이 필요하다.

챗GPT의 등장으로 AI가 직장에 침투하면서, 현장은 새로운 조직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챗GPT의 등장으로 AI가 직장에 침투하면서, 현장은 새로운 조직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설명

Q. 공감과 성장-개발은 인간의 고유영역이란 말에 수긍이 간다. 하지만 챗GPT와 대화하다 보면, 인간보다 더 공감을 잘하고 칭찬과 지지를 잘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피드백에 있어 인간과 인공지능이 차이가 있는가.

김 코치: 인간과 AI의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공감의 방식’에 있다. 인간의 공감은 단지 말로 표현하는 기술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마음을 기울이고, 경험과 맥락을 함께 느끼며 반응하는 깊은 정서적 연결이다. 반면, AI의 공감은 알고리즘에 기반한 반응이다. 언어는 유사하지만 체온이 없다.

이 차이는 피드백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24년 1월에 실린 ‘최고의 리더는 AI에 의해 대체될 수 없다에 따르면, 긍정 피드백은 AI가, 부정 피드백은 인간 리더가 주는 것이 더 신뢰받는다. AI는 편향 없는 데이터 기반 칭찬으로 안정감을 주지만, 비판적 피드백에서는 차갑고 기계적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반면, 인간 리더의 비판은 맥락과 감정이 함께 담겨 있어 더 수용되기 쉬웠다. 600명의 실험 참가자 중 62%가 AI의 긍정 피드백을 더 정확하고 공정하다고 여겼다. 객관적 데이터 기반이라는 인식이 인정 욕구를 안정적으로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 피드백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AI의 피드백은 차갑고 기계적으로 받아들여졌고, 71%는 인간 리더의 비판을 더 수용하기 쉽다고 응답했다. 긍정 피드백은 AI에 위임하되, 비판적 피드백은 리더가 직접 관계 속에서 전달해야 효과적이다.

Q. 리더로서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AI를 활용하는 시대에 구성원의 진짜 실력과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김 코치: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리더라 하더라도, 구성원이 챗GPT와 같은 AI 도구를 어떻게 성과에 연결시키고 있는지는 활용의 목적성, 사고의 깊이, 결과물의 독창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통해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 기술 숙련도보다 중요한 것은, AI를 통해 어떤 질문을 던졌는가, 어떤 판단으로 연결했는가다. 다음의 3가지 체크 포인트를 활용해보자. ① 해당 결과물의 핵심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출발했는가 ② AI가 만든 결과를 어떻게 재구성했는가 ③결과물이 실제 업무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Q. AI 시대의 리더에겐 질문 지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질문을 해야 하나.

김 코치: AI 시대 리더의 역할은 탐구가(explorer)다. 답을 빨리 찾는 사람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다. 사티아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 CEO에 취임하며 던진 다섯 가지 질문은 AI 시대의 리더십 언어로 손꼽힌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본질, 조직의 방향성과 정체성) ▲지금 있는 기술로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가능성 모색) ▲경쟁자나 고객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다양한 사고와 시각)▲이 기술은 인류에 어떤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가?(윤리 반영, 기술과 가치 균형) ▲우리는 이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학습 문화 정착)

Q. 인공지능이 데이터 기반으로 객관적인 반면, 한편으론 불신과 위험 요소 측면도 있다. AC 시대에도 최종 의사결정은 인간의 몫인데 어떤 요소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까.

김 코치: AI는 데이터 기반이지만, 그 데이터가 편향되어 있다면 판단도 왜곡된다. 리더는 AI 판단을 그대로 수용하기 전에, 반드시 데이터 출처와 대표성, 알고리즘 설계의 가치 전제, 맥락과 감정 고려 여부, 책임 주체, 그리고 피드백 루프의 존재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AI가 ‘정답’을 말하더라도, 데이터 출처, 알고리즘의 가치 전제, 윤리성, 피드백 루프는 인간 리더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리더의 보완재이지, 결코 대체재가 아니다.

사진설명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코칭경영원 코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9호 (2025.07.23~07.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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