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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두번의 자살 시도, 하나의 정책

  • 김인수
  • 기사입력:2025.06.25 17:32:55
  • 최종수정:2025-06-25 22: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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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생애주기별 외로움 대응 정책 추진'은 빈말이 아니었다. 보건복지부가 '외로움 정책 차관' 지정을 예고한 게 그 증거다. 그렇다면 그는 왜 '외로움'에 주목한 것일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단서가 있었다. 그는 10대 시절 두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그의 에세이집 '함께 가는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에 따르면 다락방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는 약국에서 사 모은 수면제를 집어삼켰다고 한다. 다행히 약사들이 가짜 수면제를 준 덕분에 별 탈이 없기는 했다. 그러나 당시에 그는 한 번은 연탄불이 절로 꺼져서, 또 한 번은 자형이 다락방 문을 열어서 살아남은 줄 알았다.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깊은 외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시 그는 공장에서 구타당하는 삶을 살았다. 그 삶을 바꾸고 싶어 단칸방에서 검정고시 공부를 하고 있으면, 아버지가 "공부 따위 해서 뭐해"라며 불을 꺼버렸다. 새벽 시장에서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하고 있으면 옆집 여학생이 곁을 지나갔다. 그는 세상에 홀로 내버려진 것 같았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공약집에 '외로움 대책'을 넣었고 국무회의에서 자살 예방 대책을 주문한 것이리라.

사실 인간을 죽이는 건 역경 자체가 아니다. 외로움이다. 코로나19 위기가 그 증거다. 위기가 시작된 2020년에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5.7명으로 전년도(26.9명)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미국도 그해 자살자가 전년 대비 6%나 감소했다. 이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사람들이 연대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위기 속에서도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다. 그래서 스스로 생명의 불꽃을 끄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위기 이후였다. 사회 전체로는 위기를 극복했다고 하는데 나는 계속 어려울 때, 인간은 외로움을 더 크게 느낀다. 그때 자살률이 올라간다. 실제로 팬데믹 극복을 선언한 2023년에 자살률이 27.3명으로 되레 높아졌다. 외로움이 생명을 위협한다는 진실을, 이 대통령은 누구보다 잘 아는 듯하다. 자살 예방 대책의 실효성을 기대한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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