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또 다른 이름은 '잊힌 전쟁(Forgotten War)'이다. 그만큼 국제적 조명을 덜 받았다. 1, 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 전 동아시아에서 일어났고, 그 후엔 20년간 베트남전이 이어졌다. '지옥의 묵시록' '플래툰' '포레스트 검프' 등 영화 수십 편이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제작돼 흥행했지만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는 손에 꼽는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잊은 게 아니라 모른다. 2020년 보훈처가 성인 1000명에게 물었더니 3명 중 1명이 6·25 발발 연도를 몰랐다. 20·30대는 오답이 절반이었다.
한국전쟁 중에는 한국군 63만명, 유엔군 15만명이 전쟁 중 사망하거나 부상 또는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살아남은 자들이 전쟁을 잊는 것은 생존본능이다. 참상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참전군인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들의 희생 덕에 안온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전쟁을 기억한다고 PTSD를 겪을 일이 없다.
다행히 해외에서 한국전쟁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2022년에는 참전 조종사 실화를 바탕으로 '디보션'이라는 영화가 제작됐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 동상을 청소해 화제가 됐다.
국내도 6월엔 분주하다. 지자체장들이 참전 군인을 방문하고, 주요 기업들이 생필품과 장학금을 전달한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5월 기준 3만216명인 참전 유공자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는다. 2017년 참전군인들을 심층 인터뷰한 논문에 따르면 이들은 사회적 지지 부족으로 생기는 외로움과 생활고를 토로했다.
참전 군인의 값진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전쟁의 기억이 한 달만 반짝하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참전 군인들이 전쟁의 경험을 나누고, 젊은 세대가 이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누는 자리가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알아야 세월에 잊히지 않는다. 오늘로 75주년을 맞는 한국전쟁은, 기억해야 하는 전쟁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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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세대는 잊은 게 아니라 모른다. 2020년 보훈처가 성인 1000명에게 물었더니 3명 중 1명이 6·25 발발 연도를 몰랐다. 20·30대는 오답이 절반이었다.
한국전쟁 중에는 한국군 63만명, 유엔군 15만명이 전쟁 중 사망하거나 부상 또는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살아남은 자들이 전쟁을 잊는 것은 생존본능이다. 참상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참전군인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들의 희생 덕에 안온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전쟁을 기억한다고 PTSD를 겪을 일이 없다.
다행히 해외에서 한국전쟁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2022년에는 참전 조종사 실화를 바탕으로 '디보션'이라는 영화가 제작됐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 동상을 청소해 화제가 됐다.
국내도 6월엔 분주하다. 지자체장들이 참전 군인을 방문하고, 주요 기업들이 생필품과 장학금을 전달한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5월 기준 3만216명인 참전 유공자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는다. 2017년 참전군인들을 심층 인터뷰한 논문에 따르면 이들은 사회적 지지 부족으로 생기는 외로움과 생활고를 토로했다.
참전 군인의 값진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전쟁의 기억이 한 달만 반짝하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참전 군인들이 전쟁의 경험을 나누고, 젊은 세대가 이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누는 자리가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알아야 세월에 잊히지 않는다. 오늘로 75주년을 맞는 한국전쟁은, 기억해야 하는 전쟁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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