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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브레턴우즈 Ⅲ

  • 이재철
  • 기사입력:2025.01.16 17:20:39
  • 최종수정:2025-01-16 20: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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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달러 기축통화는 쇠락한다."

2022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졸탄 포자르 분석가의 전망이 주목받았다. 세계 경제는 브레턴우즈Ⅰ·Ⅱ 체제를 지나며 지금과 같은 달러 기축통화 지위를 용인하고 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금과 달러의 교환 폐기를 선언하면서 변동환율(브레턴우즈Ⅱ) 시대가 열렸고 여태껏 각국 중앙은행 금고에 막대한 달러가 쌓였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달러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 미국이 러시아 보유외환을 동결하자 '내 달러도 휴지가 될 수 있다'는 각성이 시작됐다. 포자르는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외환 구성을 재검토하면서 달러를 점차 금과 같은 '상품' 기반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도 포함된다. 이를 언론이 '브레턴우즈Ⅲ'로 부르며 조명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다시 이 용어가 회자된다.

미국은 기축통화 발권국의 숙명인 경상수지 악화(일명 트리핀 딜레마)를 덜기 위해 무역 파트너국의 팔을 비틀어 달러 가치를 떨어뜨렸다. 1985년 단행된 '플라자 합의'가 대표적이다. 이 합의를 도화선으로 엔고 충격 속에 일본 경제의 거품이 터지고 장기 불황이 시작됐다. 트럼프 2기에 새로운 팔 비틀기 합의가 출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가 가상화폐 친화 행보를 보이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을 띄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달러 충성고객으로 부상한 테더(스테이블 코인 발행사)가 사들인 미 국채가 140조원에 이른다. 월가는 금융 시스템에 출몰할 트럼프발 새 규칙을 경계와 탐욕의 눈빛으로 주시하고 있다.

달러는 쇠락할까, 반전에 성공할까. 닉슨 이후 미국은 관세와 가상화폐를 앞세워 반세기 만의 불장난을 시작한다. 성냥을 쥔 78세 대통령 옆에 어른은 안 보이고 부수청명만 가득하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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