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력원자력은 2021년 5월 최종해체계획서 등을 제출하며 원안위에 해체 승인을 신청했다. 원안위는 다음해인 2022년 1월 본심사에 착수했다. 원안위는 한수원 질의 기간을 제외하고 신청 3년 내로 심사해야 한다.
고리 1호기는 국내 원전 해체의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원전업계는 고리 1호기 해체를 계기로 전 세계 원전 해체 시장에 첫걸음을 내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 영구 정지 원전 중 상당수가 아직 해체되지 않은 가운데 원전 해체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영구 정지 원전은 204기에 이른다. 이 중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21기로 10%에 불과하다. 2145년까지 전망되는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규모도 무려 500조원에 달한다.
한수원 입장에서도 원전 해체 산업은 새로운 먹거리다. 한수원은 내년 미국 원전 해체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고리 1호기 해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되면 우리나라가 건설에서 해체까지 원전에 대한 전 주기 관리 역량을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고리 1호기 해체 시 한국은 미국에 이어 대형 상업용 원전을 해체한 경험을 보유한 국가가 된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원전 해체 경험을 갖고 있는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스위스 등이다. 이 중에서 대형 상업용 원전을 해체해본 곳은 미국이 유일하다. 일본은 지난 3월 하마오카 원전 2호기 해체 작업에 돌입하며 상업용 원전 해체를 시작했다.

한수원은 2028년 전까지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주민 합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2028년 착공해 2031년 고리본부 내 사용후핵연료를 저장시설로 옮길 예정이다. 이어 관리구역 내부와 구조물 해체 공사를 진행해 2037년 해체를 종료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고리 1호기 해체가 실질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를 빼내는 게 핵심"이라며 "아무리 빨라도 건식저장시설 구축에 4~5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저장시설 건설에 서둘러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의 감원전 기조에 따라 향후 원전 해체 승인과 영구 정지 원전이 추가로 나올지도 관심사다. 현재 고리 1호기에 이어 월성 1호기도 해체 심사가 진행 중에 있다. 심사 결과를 종합해 원안위의 해체 승인이 이뤄지고 나면 본격적인 해체 작업은 2027년에 이뤄질 전망이다.
2030년까지 최초 운전허가가 만료되는 국내 원전은 월성 2·3·4호기를 비롯해 모두 10기에 이른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원전 계속운전 허가를 기존 10년에서 20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다.
다만 정범진 교수는 "미국 등 주요 국가들에서는 세워뒀던 원전을 다시 가동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유경 기자 / 유준호 기자 /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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