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뉴타임스조선을 비롯한 조선사들이 저가 수주를 내세워 전 세계 물량을 싹쓸이하는 가운데 한국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이산화탄소 규제로 인한 친환경 선박 수요 역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선박 해운시장 조사기관 클라크슨리서치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전체 발주량의 약 75%가 화석연료가 아닌 대체 연료로 이루어지고, 2040년대 초에는 10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조선기업들도 선사·선급·엔진 제조사 등과의 협력으로 내연기관을 대체할 다양한 연료전지 발전·추진 기술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암모니아 추진선, 소형모듈원자로(SMR) 추진선, 액화수소 운반 및 추진선, LNG 추진선 등 무탄소 연료 추진 선박 개발과 상용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암모니아는 LNG를 이을 차세대 친환경 선박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질소·수소로 이뤄진 화합물인 암모니아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무탄소 연료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운송과 보관도 편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모니아 추진선의 단점은 독성가스 배출 위험이 크다는 것으로, 세계 조선업계는 해당 기술 개발과 설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LNG 운반선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는 암모니아 추진선의 독성가스를 줄이는 기술 개발을 상당 부분 진척시켰다.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선급협회(ABS)로부터 암모니아 추진선 무인 엔진룸 설계와 안전관제 솔루션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개발 중인 암모니아 추진선은 '일체형 암모니아 스크러버(Integrated Scrubber)'로 배출되는 암모니아 독성을 두 단계로 줄이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암모니아 추진 설비와 선원들이 머무는 공간을 멀리 떨어뜨려 가스 유출 위험성도 낮췄다.
삼성중공업 암모니아 추진선은 암모니아를 수소와 질소로 분리하고 이를 전지에 공급한 뒤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력을 생산해 구동하는 방식이다. 고온 촉매 반응으로 암모니아를 수소와 질소로 분리함으로써 독성가스 배출 위험을 최소화한다.
한화오션은 무탄소 추진 LNG 운반선(연료전지 추진선) '오션1(Ocean 1)'을 지난해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암모니아 가스터빈 기반 전기 추진 방식을 채택한 오션1은 화석연료 없이 완전한 무탄소 추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현재 선박 연료로 널리 사용되는 LNG와 혼소도 가능하며 향후 연료전지와 배터리 기술을 탑재할 수 있는 유연성도 갖추고 있다.
또 SMR을 연료로 하는 미래형 선박들도 설계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2월 미국 '휴스턴 해양 원자력 서밋'에서 공개한 SMR 기술을 적용한 원자력 추진선은 기존 선박과 달리 엔진의 배기 기관이나 연료탱크 등의 기자재가 필요하지 않다. 원자력 추진선은 친환경성과 높은 효율성으로 인해 해운 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신기술이다.
원자력 추진선은 각국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상용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향후 경기도 용인에 해상 원자력 실증설비를 구축하고 안전설계 검증을 할 계획이다. 육상용 SMR 제작 사업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해상 원자력 사업 모델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액화수소 운반선은 한국이 기술 우위에 있는 LNG 운반선을 이을 미래형 선박으로 꼽힌다. 액화수소 운반선은 운송 효율을 10배 이상 높일 수 있는 미래 선박이다. 기체수소를 영하 253도로 액화시켜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여 운송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세계 각국이 개발에 나섰지만 실제로 상용화된 대형 선박은 없다. 삼성중공업은 2022년 선박용 액화수소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하고 선급인증을 획득했다. 액화수소 운반선은 아직 상용화된 사례가 없을 정도로 고난도 선박이다. 이 때문에 현재 101개 기관이 운반선 개발을 위해 43개 연구개발 과제를 진행 중이다.
LNG 운반선은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선박으로 현재 한국 조선회사들의 주력 분야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천연가스는 LNG 형태로 수입된다. LNG 운반선이 항해하는 동안 LNG가 새지 않고 안정적으로 저장하는 용기를 화물창(탱커)이라고 부른다. 유출된 천연가스가 발화점을 만나면 거대한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화물창의 안전성과 LNG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운항하는 선박 건조 기술이 핵심이다.
LNG 추진선은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이다. LNG를 연소해 에너지 동력원으로 변환하는 LNG 엔진이 LNG 추진선 핵심이다. LNG 추진선은 선박에 싣는 화물이 아니라 엔진에 사용되는 연료를 기준으로 이름을 정한 것이다.
[권선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