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뉴스 로그인mk뉴스 회원가입

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창업 진입장벽부터 허물라 … 기업엔 자금지원만큼 중요"

세계 134개국 참가 창업쇼 '사우스 서밋'… 나초 마테오 CEO
2만여 기업가·투자자 운집 창업쇼
스페인 명문대 IE스쿨과 공동개최
규제 철폐하고, 인재유치 돕고 …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더 중요
양극단 쪼개진 스페인 정치권도
스타트업 키울 입법은 머리 맞대
韓스타트업 기술·인재 놀랍지만
해외진출 마인드 없는건 아쉬워

  • 기사입력:2025.06.18 16:12:42
  • 최종수정:2025.06.18 16:12:42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지난 6일 진행된 '사우스 서밋 마드리드 2025'의 '불확실한 시대에 리더는 어떻게 사람들을 이끌어야 할까' 세션에서 나초 마테오 사우스 서밋 CEO(오른쪽)가 이야기하고 있다.  사우스 서밋 2025
지난 6일 진행된 '사우스 서밋 마드리드 2025'의 '불확실한 시대에 리더는 어떻게 사람들을 이끌어야 할까' 세션에서 나초 마테오 사우스 서밋 CEO(오른쪽)가 이야기하고 있다. 사우스 서밋 2025
"전 세계적으로 현재 정치 양극화가 심한 상태다. 정치인들을 뭉치고 협업하게 만드는 것은 스타트업 산업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 '사우스 서밋 마드리드 2025' 현장에서 진행된 그룹 인터뷰에서 나초 마테오 사우스 서밋 최고경영자(CEO)는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스타트업 산업은 정치 성향과 관계 없이 모든 사람이 협업하게 한다"며 그 이유에 대해 "기업가 정신과 혁신에 투자하는 게 경제적 효과를 낳을 뿐 아니라 인류를 위한 더 나은 삶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우스 서밋'은 스페인 사업가 마리아 벤후메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됐던 스페인 경제 상황에서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2012년 설립한 민간 기업 '스페인 스타트업'이 스페인 명문 대학인 IE 스쿨과 매년 공동 주최해온 행사다(스페인 스타트업은 이후 '사우스 서밋'으로 리브랜딩됐다). 신생 기업, 글로벌 기업, 투자자들이 모여 교류하는 장이다. '앞으로 나아가다(In Motion)'를 주제로 진행된 올해 행사에는 연사 600명을 포함해 2만명 이상이 134개국에서 참석했다.

매일경제신문은 국내 언론사 단독으로 '사우스 서밋 마드리드 2025'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연사들을 만났다 ▷ 관련기사 B7면

작년 9월 사우스 서밋 CEO로 임명돼 벤후메아 설립자의 자리를 이어가고 있는 마테오 CEO는 인터뷰에서 "정부가 기업가들에게 주는 도움의 우선순위가 자금 조달이어서는 안 된다"는 다소 의외의 주장을 내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정부가 자금 확보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기업가들이 자국 시장에 진입하는 데 장벽을 낮추고 일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아가 그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와 관련해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혁신·기술에 투자하는 비중은 스페인보다 훨씬 높다"면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한국 기업가들은 국내 시장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다음은 그룹 인터뷰 일문일답.



― 사우스 서밋은 어떻게 발전해왔나.

▷ 2012년 처음 사우스 서밋 행사가 열렸다. 초기에는 4~5명의 글로벌 투자자가 참석한 행사였는데 현재 2000명이 넘는 투자자가 전 세계에서 온다. 이제 사우스 서밋의 목표는 참석자 수를 늘리는 데에만 있지 않다. 마드리드와 브라질에서 진행되는 사우스 서밋 행사 참석자 수는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는 해외 참석자 비중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데 의미를 둔다. 가령 한국 기업가들이 라틴아메리카 시장에 진출하고, 브라질 기업가들이 미국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륙마다 사우스 서밋 행사를 여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 올해 행사 주제는 '앞으로 나아가다'다. 주제를 이렇게 정한 이유는.

▷ 스타트업 생태계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목표를 이뤘다고 하더라도 (스타트업은) 멈추면 안 된다. 늘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스타트업에 전하기 위해 주제를 '앞으로 나아가다'로 정했다. 오늘날 있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진화해야 한다. 글로벌 성장을 위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스케일업(규모 확대)해야 한다. 초기 단계에 있는 신생 기업이든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된 스타트업)이든 스타트업은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나초 마테오 사우스 서밋 CEO. IE
나초 마테오 사우스 서밋 CEO. IE
― 스타트업의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스타트업 산업은 정치 성향과 관계 없이 모든 정치인이 협업하게 한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치 양극화가 심한 현재, 이는 굉장히 의미 있는 현상이다.

스타트업이 정당을 불문하고 정치인들의 의견을 일치시키는 이유는 기업가 정신과 혁신에 투자하는 게 모든 사람에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스타트 산업은 '정치인들의 오아시스'와도 같다. 심지어 동종 업계에 있는 스타트업들도 서로를 라이벌로 보지 않고, 지식을 교환한다. 이것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힘이다.

―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정치인들이 합심한 예를 들어 달라.

▷ 몇 년 전 스페인에서 '스타트업 법(Startup Law)'이 통과됐다. 이는 스페인의 모든 정당이 찬성해 통과된 법안이다(스페인 스타트업 법에는 신생 기업 설립 후 초기 4년 동안 법인세를 25%에서 15%로 감축,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최대 1년짜리 특별비자 발급 등이 포함된다). 스페인 주정부들 역시 이를 위해 힘썼다.

정치 양극화가 심화됨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정치인들이 뭉치는 이유는 스타트업이 경제적 효과를 내는 것을 넘어 인류를 위해 더 나은 삶을 만들기 때문이다.

― 기업가들을 위해 정부는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 좋은 인재를 끌어오기 위한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하나의 예다. 이제는 자국에서 인재 확보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좋은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경쟁한다. 하지만 기업가들이 인재를 해외에서 불러오는 데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

비자 발급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이 단기간에 발급받을 수 있는 '기업가 전용' 비자가 생기면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가들에게는 자금 조달이 중요하지만 정부가 기업가들에게 도움을 주는 데에는 자금 조달이 우선순위가 돼서는 안 된다. 이보다는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이들이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 이 밖에도 기업가 정신을 촉진하는 방안은.

▷ 기업가 정신을 촉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교육기관이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가르치는 것을 제안한다. 벤처캐피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설립자, 투자자가 무언인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나는 학창 시절에 이런 것을 배우지 못했다. 대학교를 마친 뒤 기업가정신에 대한 개념을 알았다.

―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의견은.

▷ 작년 '사우스 서밋 코리아'가 열렸다. 이때 현장에서 만난 한국 스타트업들이 갖춘 딥테크놀로지와 인재들에 놀랐다. 유럽에서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던 인공지능(AI) 모델을 한국에서 경험했다. 한국 기업들의 AI 기반 프로그래밍과 기술은 동종 업계 스타트업들보다 훨씬 앞서 있다.

또한 다양한 정부 기관들에서 한국 신생 기업들이 받는 공공 지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국이 GDP 대비 혁신·기술에 투자하는 비중은 스페인보다 훨씬 높다. 이 역시 매우 놀라웠다.

하지만 한국 기업가들의 마인드셋은 로컬 중심이다. 국내 시장에만 중점을 두고 있고,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해외 시장 진출과 관련해 한국 기업가들과 얘기했을 때 그들의 반응은 '국내 시장에서 사업하는 것이 편하다'였다. 글로벌 성장을 위한 마인드셋이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스타트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겪는 어려움은.

▷ 중국은 매우 폐쇄적이고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유럽·라틴아메리가 스타트업들에 중국은 미지의 세계와도 같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팬데믹 기간에 중국이 '시장 문'을 닫은 것이 결국 자국의 발목을 잡았다. 유럽과 라틴아메리가 스타트업들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국 대신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존재감을 넓혔다.

― 타국과 비교했을 때 스페인 스타트업 생태계의 차별화된 점은.

▷ 스타트업 허브로서 지난 10년 동안 스페인은 유럽에서 상위 3위를 차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페인만의 특징이 있다. 스페인은 유일하게 '유럽 이노베이션 허브 톱10'에 1개 이상의 도시가 올라간 나라다.

대부분 국가들의 이노베이션 허브는 수도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런던이, 프랑스에서는 파리가 스타트업 허브다. 수도 외 다른 도시가 스타트업 허브로 '활동'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페인은 다르다. 마드리드뿐 아니라 바르셀로나가 유럽 도시 중 '이노베이션 허브 상위 10개 도시'에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발렌시아, 말라가, 빌바오 등 6~7개 도시가 혁신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성장하고 있다. 이는 스페인을 유럽을 넘어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성장하게 만들 것이다.

[마드리드 윤선영 연구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